고범규 사단법인 사실과 과학 네트워크 정책간사
고범규 사단법인 사실과 과학 네트워크 정책간사

현대 사회에서 안정적 전기 공급은 그 나라 국민의 소득과 기대 여명 등 삶의 질과 직결된다. 따라서 안정적 전기 공급은 현대인에게는 물과 공기처럼 필수적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경제성이 충분한 부존자원이 거의 없으며 주변 국가들과 전력 공유가 어려운 에너지 섬으로 고립되어 있기에 에너지 자급률이 매우 낮다. IEA에 따르면 2017년도 대한민국의 에너지 자급률은 고작 16.9%로 매우 낮았으며, 이마저도 에너지 자급의 대부분을 원자력이 담당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러한 열악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상위 수준의 고품질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그 비결은 발전단가가 저렴하면서 안정적 전기 생산이 가능한 원자력과 석탄화력발전을 기저 발전원으로 활용하는 한편, 주간에 발생하는 첨두부하에 대해 가스터빈 화력발전과 양수발전소, ESS 배터리 등을 적절히 조합하여 대응해온 데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기저 발전원인 원전과 석탄발전 두 가지를 모두 없애거나 줄이고, 재생에너지와 가스 발전으로 대체하는 탈원전-탈석탄-재생에너지의 확대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추진의 이유는 원전은 위험하고, 석탄은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등을 배출하기에 깨끗하면서도 안전한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한다는 데 있다.

에너지 정책은 과학적 사실과 우리나라의 여건을 종합 고려하여 아주 신중하게 수립하고 추진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전문가 집단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채 허점 투성이의 무리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경제와 국민의 삶의 질, 온실가스 배출 감소 전력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우선 재생에너지가 원전보다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원이라는 것은 과학적 사실관계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다.  2007년 의학 저널 Lancet에 따르면 원전은 풍력, 태양광 발전과 같은 리그에 있는 안전한 에너지원이며, 보다 최신 연구 자료인 벤자민 소바쿨(2016년)의 자료에서는 1TWh 전력 생산량당 0.01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가장 안전한 에너지이다.

우리나라로 한정하여 발전 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재 사망사고에 주목을 해보면, 2013~2018년 사이 국내의 모든 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 수력발전소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이는 34명이었다. 반면에 태양광발전소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자료에 누락된 사망자를 포함할 경우 2014~2019년도에만 34명이 사망하였다. 에너지 생산 밀도가 낮으며, 불규칙적인 전력생산이 이뤄지는 태양광 발전의 특성상 발전단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결국 저임금에 의존하는 한편, 안전에 대한 투자가 소홀해 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정말로 재생에너지가 우리 여건에 맞는 대안 에너지인가의 여부와 환경 및 안전에 대한 재검토를 해야 한다. 또한 태양광, 풍력발전의 국제적 성장 추세를 십분 고려하되, 막연히 다른 나라가 하니 그저 따라가는 것이 아닌 타 에너지와의 동반성장 가능성 및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의 성장 동력 유지, 국내 고용 문제 등을 종합고려하여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여건은 매우 불리하다.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의 핵심축은 수력발전이며, 평균발전 단가는 우리나라의 원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매우 저렴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수력 자원은 매우 열악한 수준으로 세계 평균의 7%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그 다음으로 재생에너지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풍력발전 역시 풍질이 좋지 않은 탓에 우리나라에서는 경제성을 가진 주력 에너지원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어렵다. 우리나라의 육지에서 연평균 이용률이 22%정도 나올만한 장소에는 이미 풍력터빈이 설치되어 있기에 육상 지역에서는 더 이상 높은 이용률을 기대할 수 없다. 해상 풍력발전의 경우에도 연간 이용률이 50%가까이 나오는 도버해협이나 북해에 비해 우리나라는 30% 내외의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더 안타까운 상황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지난 30년간 우리나라의 연평균 풍속이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풍속 감소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농도 증가 이유중 하나이기도 하며, 풍력발전량은 풍속의 세제곱에 비례한다. 예를 들어, 평균 풍속이 10% 감소하면 발전량은 27% 감소, 평균 풍속이 20% 감소하면 발전량이 49%나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도합 68조 5천억의 사업비와 82조원~1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보조금이 추가로 투입되는 해상풍력 발전사업은 현재 기대하는 것에 미치지 못하는 세금 낭비 사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태양광 역시 평균 이용률이 약 15%정도밖에 나오지 않으며, 원전 부지대비 300여배에 달하는 설치 면적이 필요하다. 그래서 태양광 발전단가를 낮추자면 반드시 땅값이 저렴하면서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설치해야 하는데,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태양광발전소가 호남지역과 충남 지역의 농촌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1.4GWe 원전 1기와 동일한 전력량을 태양광으로 생산하자면 8.4GWe나 되는 대규모 태양광 설비가 필요하다. 이런 초대형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려면 서울 면적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광대한 부지가 필요할 뿐 아니라, 이를 수도권 등 인구밀집 지역으로 보낼 송전선로의 건설 부담도 기존의 발전소보다 훨씬 높아진다.

게다가 태양광 발전과 같은 변동성 재생에너지는 전기의 품질을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어서 기존에 거의 100%수준의 주파수 유지율과 전압유지율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전력 품질을 조금씩 악화시켜 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으로 원전과 풍력발전을 동시에 대체하는 것이 어렵다. 우리의 여건과 세계적인 유행 추세를 고려하면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은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태양광 산업의 업스트림에 해당하는 폴리실리콘과 잉곳, 웨이퍼는 전체 비용에서 전기요금이 35~50%에 달할 정도로 높기 때문에 충분히 저렴한 전기 요금 혜택을 통해 초기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저렴한 에너지 공급이 가능한 원전을 없애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결과적으로 국내의 원전산업과 재생에너지 산업이 둘 다 쇠퇴해 나가고 있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잘못된 신념에 근거한 에너지 정책은 반드시 현재의 우리들과 미래의 후손들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 재생에너지는 깨끗하고, 원전은 위험하다는 생각은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닌 하나의 신념 체계에 불과하다. 이러한 잘못된 신념에 근거하여 결론을 먼저 내리고 거기에 맞춰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반드시 전면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본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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