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표준화기구(ISO,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는 1946년 국제협력과 산업표준의 통일을 촉진하기 위한 국제기구로 창설됐다. 스위스 제네바(Geneva)에 본부를 두고, 162개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표준기관들의 네트워크 형태로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는 1963년부터 회원국으로 가입했으며,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가기술표준원이 대표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ISO는 국제전기표준회(IEC)가 담당하는 전기ㆍ전자분야를 제외한 모든 분야의 기술적ㆍ비(非)기술적 표준화 작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약 200여개의 기술위원회(TC, Technical Committee)에서 분야별로 국제표준을 제정하고 있다.

지난 6월 11일 화상으로 열린 ISO 금속ㆍ합금 부식위원회(TC156) 총회에서 장현영(사진, 現 (사)한국부식방식학회 부회장) 한국전력기술 스마트융합실장이 2020년 7월에 출판된 ‘금속(Ti 합금) 3D프린팅 제품의 수명평가를 위한 내식성 시험법(Corrosion of metals & alloys-Measurement of the electrochemical critical localized corrosion temperature(E-CLCT) for Ti alloys fabricated via the additive manufacturing method)’ 표준의 우수성과 개발과정의 공로를 인정받아 ISO 국제표준 출판 공로상을 수상했다.

‘금속 3D프린팅 제품의 수명평가를 위한 내식성 시험법(ISO22910:2020)’ 표준은 기계적 물성이 일반 가공재에 비해 우수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3D프린팅 된 티타늄(Ti) 혹은 니켈(Ni) 합금 등 제품의 수(水)중에서 수명을 단시간에 평가할 수 있는 시험 방법이다.

특히 이 시험법을 통해 최근 원자력발전 관련분야 뿐만 아니라 항공산업 분야 단종부품의 소량생산 및 파손부품의 복원 등에 활발히 적용되고 있는 금속 3D 프린팅 제품에 대한 신뢰성 평가와 수명평가가 가능하게 됐다.

장현영 실장은 “3년간(2018년~2020년) 이 표준개발에 공동 참여한 국내 대학들과 연구소들은 기본적으로 얇은 층의 금속을 레이저나 전기용접으로 다층화 시키는 금속 적층재료(3D 프린팅 재료)의 부식거동이 압연, 주조, 단조 등 일반 가공재와 확연히 차별되는 메커니즘(Mechanism)를 갖고 있음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존 시험법으로는 평가가 불가능했던 의료분야를 위해 ▲적층가공법으로 제조한 생체의학용 타이타늄 합금의 임계국부부식전위 측정(ISO/AWI 4631) ▲적층가공된 치과 재료의 3점 굽힘 부식피로 시험 중 피로 균열 발생 및 수명 측정(ISO/PWI 5881) 등 추가로 2개의 표준을 상정한 바 있다.

금속(Ti 합금) 3D프린팅 제품의 수명평가를 위한 내식성 시험법(Corrosion of metals & alloys-Measurement of the electrochemical critical localized corrosion temperature(E-CLCT) for Ti alloys fabricated via the additive manufacturing method) ⓒ이미지제공=장현영 한국전력기술 스마트융합실장
금속(Ti 합금) 3D프린팅 제품의 수명평가를 위한 내식성 시험법(Corrosion of metals & alloys-Measurement of the electrochemical critical localized corrosion temperature(E-CLCT) for Ti alloys fabricated via the additive manufacturing method) ⓒ이미지제공=장현영 한국전력기술 스마트융합실장

한편 표준은 국가가 글로벌 경쟁에서 보다 우위확보를 위한 전략적 도구이자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유용한 수단이다. 이에 총성 없는 ‘글로벌 표준전쟁’은 치열하다.

국제표준(International Standard)이 출판되기 위해 준비기간을 제외하고 약 2~3년이 소요된다. NP(New Project)로서 통과되기 위해 5개국 전문가들의 프로젝트 참여와 회원국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후 ▲WD(Working Draft) ▲CD(Committee Draft) ▲DIS(Draft International Standard) ▲FDIS(Final Draft International Standard)의 단계를 거치면서 회원국 전문가들로부터 날카로운 질문과 의견에 모두 대응하는 것은 물론 각 단계별로 회원국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출판이 가능하다.

장 실장은 “물론 국제표준은 강제성이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제협정이나 민간기업 등에서 국제표준을 의무규범으로 채택하기 때문에 사실상 강제규범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이에 회원국들은 개발되는 국제표준이 자국 산업과 수출경쟁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표준 제안자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도 많아 중도에 개발이 중지되는 프로젝트도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ISO 기술위원회(TC)에서 한국대표로 활동 중인 장 실장은 ▲원자력발전소 재료의 선택적 침출 검사법(ISO 17918:2015) ▲원통형 틈 기하구조물에서의 임계틈부식온도 측정법(ISO 19280:2017) 등을 출판했다. 특히 ‘임계틈부식온도 측정법’은 복수기 및 열교환기 전열관 수명평가에 적용이 가능한 공로로 ‘2017년 세계표준의 날’ 산업부장관상을, 2018년에는 ‘ISO Excellence Award’를 수상한 바 있다.

아울러 장 실장은 2019년에 ISO TC156 발전용재료부식시험(Corrosion Testing of Materials for Power Generation) 분과위원회(WG9) 컨비너(convenorㆍ의장)에 만장일치로 선임됐으며, 임기(사실상 종신제)는 3년이다.

그는 “컨비너는 국제표준안을 작성하는 워킹그룹(WG)의 운영과 회의를 주재하고, WG에 할당된 프로젝트를 총괄 관리하는 그룹 의장을 지칭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장 실장은 치외과에 적용될 ▲생체환경에서 3D 프린팅 Ti 합금의 전기화학적 부식시험법(AWI 4631) ▲ISO TC20/SC16(우주항공 위원회/무인기 소위원회)멀티콥터 드론의 로터 및 고유진동수 측정에 의한 공진주파수 평가법(CD 5109) ▲바람 및 비 환경에서 멀티콥터 드론의 비행안정성 평가를 위한 풍동시험법(CD 5110) 등 3개 프로젝트 리더를 맡아 국제표준을 개발 중이다.

장 실장은 “국제표준 제안은 특별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한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전문가들이 많은데, 누구든지 국제표준을 제안하고 추진할 수 있다”며 “관련 전문가들이 협ㆍ단체 및 학회 등을 통해 국제표준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럽 원전시장 진출을 모색 중인 한전기술도 ISO 국제표준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으며, 그 관심만큼이나 기업의 존재감 또한 더욱 커지게 됐다”면서 “앞으로 다양한 국제표준 개발을 통해 ‘한국형 엔지니어링’의 우수성과 경쟁력 확보하고, ‘Global Leading Energy Solution Partner’로 한국전력기술(KEPCO E&C)의 가치를 적극 홍보하는데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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