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N파워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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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산업기술기준 ‘KEPIC(Korea Electric Power Industry Code)’은 전력산업 설비와 기기의 안전성과 신뢰성 및 품질확보를 위해 설계, 제조, 시공, 운전, 시험 및 검사 등에 대한 방법과 절차를 규정한 전력산업계 단체표준(Standard)이다.

우리나라에서 KEPIC이 추진된 것은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한창 진행되던 198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프랑스, 캐나다 등 다양한 국가의 설비기준을 적용한 많은 발전소가 건설 중이었다.

결국 각 발전소마다 서로 다른 국가의 기준이 적용되다 보니 기술자립과 국제경쟁력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에 우리만의 기준을 가질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러한 필요성에 의해 개발돼 발전소 건설, 운영을 비롯해 전력설비 표준으로 뿌리를 내린 KEPIC은 원자력ㆍ화력발전소, 송ㆍ변ㆍ배전설비 등 모든 전력산업 설비에 적용된다.

특히 원전의 경우에는 한울 5ㆍ6호기(OPR1000) 건설 시 시범 적용을 시작으로 신규 건설되는 모든 원전(APR1000, APR1400)에 전면 적용되고 있다. 2009년 수주한 국내 최초의 수출 원전인 UAE 바라카원전에도 적용됨으로써 국제화의 초석을 마련했다. 또 부산시 기장군에 건설예정인 ‘수출형 신형연구로 실증사업(기장연구로)’과 SMART원전에도 KEPIC이 적용될 예정이다.

그러나 기존 운영 중인 원자력발전은 좀 다르다. 해외 기술표준을 적용해 건설된 기존 원전들은 기자재 보수교체, 장기가동 중 검사 등에 점진적으로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신고리 1호기 이후 국내 건설원전(10기) 전면적용 및 해외표준을 적용한 운영원전(PWR 16기) 전면 대체 적용 등 2022년까지 국내 운영 중인 원전 전체에 KEPIC이 적용된다.

화력발전의 경우에는 원전과 달리 고시에 따른 강제 사항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발전사업자들과 설계기관에서 유용성을 인식하고 적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화력발전소의 건설 및 운영과 관련한 적용표준의 결정은 사업자 선택 사항인데, 2010년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 남부발전의 영월천연가스발전소가 최초로 전면 적용한 바 있다. 최근에는  최신형 1000MWe급 초초임계압 발전소로서 신보령화력 1ㆍ2호기에 처음으로 KEPIC을 전면 적용했다. 이밖에도 영흥 3ㆍ4호기, 하동 7ㆍ8호기, 서울복합 1ㆍ2호기 등도 KEPIC이 적용됐다.

민간화력발전사인 강릉에코파워와 고성그린파워도 1000MWe급 화력발전소 건설에 KEPIC을 전면 도입했다. 또 성능시험표준 및 유지정비표준 등이 2010년판으로 개발됨으로써 발전회사는 물론 유지정비 회사와 대형 건설사들도 적용기반 확산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송ㆍ변ㆍ배전 분야의 경우에는 IEC 국제표준을 많이 채택하고 있는데, KEPIC은 ASME, IEEE 등과 같이 민간표준이기에 현재로서는 일부에서만 적용되고 있다. 이에 전기협회는 송ㆍ변ㆍ배전 분야 국가표준개발협력기관(COSD) 업무 수임을 통해 관련 표준의 영역 확대를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KEPIC에는 전력설비의 건설 및 운영에 필요한 ▲품질보증(Q) ▲기계(M) ▲전기 및 계측제어(E) ▲S(구조) ▲N(원자력) ▲F(화재방호) ▲G(환경) 총 7개 분야 480종(2015년판 기준)의 단위기술기준이 체계적으로 집대성돼 있다.

손명성 대한전기협회 KEPIC본부 KEPIC운영처장은 “KEPIC의 경제적 효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효과가 전력산업계에 더 크기 때문에 정확히 수치상으로 표현하기 어렵다”면서 “그러나 전력산업 분야 표준 보유국으로서 국제 표준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게 돼 국격의 증진에 기여했다는 점은 KEPIC의 긍정적 효과로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KEPIC은 전력설비 건설ㆍ운영 관련 경험과 기술을 집약하고 국내 신기술을 표준화함으로써 새로운 기술의 사장을 방지하는 효과도 거뒀다. 아울러 시공자, 제작자, 검사자, 등록기술자 및 공인검사원 등에 대한 자격제도 운영과 함께 국내 연구개발품의 실용화 지원 및 KS 재료 활용근거 확보 등 국내 제도, 기술 및 재료의 활용을 통한 국산화 제고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기협회는 KEPIC자격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1997년 기존의 해외인증자격 전환업체 57개사에서 출발한 KEPIC 자격인증업체는 2019년 말 기준으로 총 180개사이다.

전기협회, ‘2021 KEPIC-Week’ 오는 26~29일 강원 정선서 개최
전문분야별 160여 편 논문 발표…SMRㆍ디지털전환 등 정보 교류

한편 대한전기협회(회장 정승일)는 오는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간 강원도 정선 하이원 그랜드호텔(컨벤션타워)에서 ‘2021 KEPIC-Week’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올해로 18회째를 맞이하는 KEPIC-Week는 전력산업계 종사자들이 화합과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대표적인 소통의 장이다. 국내외 기술변화에 따른 정보교류와 제도 및 기술요건 개선을 위한 의견수렴 등 전력산업계 전반적인 기술력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2003년부터 매년 개최돼 왔으며, 전력산업계 최대 행사로 자리 잡았다.

‘신뢰받는 글로벌 표준화 리더, KEPIC’이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전문분야별 160여 편의 논문이 발표되며, KEPIC 유지관리 활성화를 위한 위원회와 세미나, 워크숍 등이 개최된다. 또 원전해체, SMR(소형모듈원자로) 및 디지털전환 등 신사업 시장에 진출하려는 업체들이 상호 간에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다양한 주제의 워크숍도 개최될 예정이다.

전기협회 관계자는  “올해 KEPIC-Week 주제에는 한 단계 도약을 통해 세계 표준 시장을 이끌어가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이번 행사가 KEPIC의 현황 및 미래에 대한 이해를 돕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로 개최가 취소됐던 만큼 올해는 합동강연, 기념식 행사 및 유공자 포상,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다만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산업전시회(업체 홍보부스)는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전기협회는 ‘KEPIC-Week’ 기간동안 코로나19 방역 및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을 철저히 이행하기 위해 행사장 및 객실 1일 1회 이상 소독, 손소독제 비치, 발열체크(매일), 좌석 거리두기, 참가자 명찰 QR 코드(비대면, 방문기록 관리)시스템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참가신청 등 자세한 사항은 KEPIC 전용웹사이트(www.kepic.org)를 참고하거나 전화(02-2223-3723~6)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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