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원자력국민연대 공동의장
김병기 원자력국민연대 공동의장

문재인 정부는 최근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한 이후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에너지 전환과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주요 에너지원을 화석연료에서 탈피하기 위한 중요한 방향이지만 발표하는 정책마다 일관성을 잃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원믹스를 구성하되 최근 원전과 천연가스로 보완하겠다는 국민정책제안을 발표했으며 국무총리도 세계적 조류에 맞춰 신재생에너지를 확충하면서 원전은 원전대로 생태계를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25일 올해부터 2034년까지 15년간의 에너지 수급전망과 발전설비계획을 담고 있는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을 확정했다. 이번 계획에는 건설 중단 상태인 신한울원자력발전소 3ㆍ4호기(1400MW×2)를 전력공급원에서 배제하고, 현재 가동 중인 24기의 원전 중 11기를 영구정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는 앞으로 공청회, 국회보고, 전력정책심의회를 거쳐 연내에 공포될 예정이지만 과거의 경험을 비춰볼 때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고 현 정부의 임기 내에선 마지막 계획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의 지형 등 물리적 환경에서는 신재생에너지를 늘려도 발전량을 안정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해상풍력은 정부가 모델로 내세우는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의 상황과 다르기에 어장파괴를 걱정하는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치고 있으며, 정부보조금의 지원으로 경제성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역시 에너지저장장치의 화재와 태풍으로 인한 피해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정부안에 따르면 원자력과 석탄은 46.3%에서 24.3%로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면 신재생에너지는 15.1%에서 40.0%로 급증한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이 없고 경제적 효과도 태양광과 가스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원자력을 줄여간다면 코로나 등으로 이미 많은 재정지출을 한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이 선언한 ‘2050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제는 원자력발전과 신재생에너지는 대립구도로 가기보다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발전돼야 한다.

신한울 3ㆍ4호기는 지난 2015년 건설이 확정돼 당초계획대로라면 2022년과 2023년 말 차례로 준공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2017년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과 맞물려 멈췄으며 정부의 이번 계획대로 확정되면 전기사업법상 발전사업 허가를 취득한지 4년 이내에 공사계획 인가를 받지 못하기에 발전사업허가가 취소될 것이다. 이로 인해 사전제작한 원자로 설비비용 5000억 원과 매몰비용을 포함해 7800억 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을 비롯하여 원전 예정부지의 처리문제 등 약 4조원에 이르는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원자력을 배제하고 탈탄소를 실현하기는 불가능한 것이다. 탈원전을 추진하는 독일 역시 탈원전으로 여러 가지 부작용을 겪고 있으며, 부정적인 입장을 가졌던 미국 민주당도 거의 50년 만에 원자력 정책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은 큰 의미이다. 프랑스 역시 원전감축 계획을 바꿔가며, EU 탄소국경세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볼 때 신재생 분야에 집중해 투자하기보다는 에너지 믹스를 통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때인 것이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70%가 넘는 국민이 원전을 찬성하고 82만 명이 넘은 국민이 서명운동에 동참한 현실을 감안할 때 기후변화 대응과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신한울 3ㆍ4호기 건설은 즉시 재개되어야 할 당위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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