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속에 국제 에너지 가격이 출렁이고 있다. 실제 군사 충돌로 이어질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쏟아지면서 국내 에너지 수급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액화천연가스(LNG) 계약 물량을 차질 없이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에너지경제연구원(원장 임춘택)은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긴장 고조에 따른 국내 에너지 수급 영향’ 보고서를 내놨다. 에경연은 보고서를 통해 우크라이나 위기 악화 시 러시아 천연가스의 대유럽 공급 중단은 단기적으로는 유럽 내 비축 재고로 대처 가능하지만 공급 중단 상황이 심화되거나 장기화될 경우 자체 대응이 어려운 것으로 분석했다.

천연가스 공급의 약 3분의1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유럽은 이번 우크라이나 긴장 발발로 천연가스 재고 급감과 가격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해 4분기 유럽의 러시아산 파이프라인(PNG) 도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25% 줄었으며, 올해 1월에는 44% 감소했다.

에경연은 러시아의 대유럽 가스 공급이 완전히 중단될 경우 세계 공급량의 약 30%에 해당하는 연간 1억 1900만t의 가스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또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PNG 중단 시에는 1500만t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위기가 지속돼 유럽 PNG 수요가 국제 LNG 시장에 전가될 경우 우리나라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LNG 생산은 지난해 3억 9800만t으로 전년 대비 9% 증가했고 생산시설 이용률이 88%에 달해 추가 생산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 때문에 유럽으로의 국제 LNG 물량 대량 유입은 아시아 LNG 현물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에경연은 러시아가 세계 석유 수출의 약 11%를 차지하는 주요 원유 생산국인 만큼 이번 사태로 인해 국제유가가 향후 긴장 상황 시나리오에 따라 배럴당 70~125달러(두바이유 기준) 범위에서 크게 변화할 것으로 봤다. 러시아의 대유럽 천연가스 공급이 줄어들게 되면 이를 대체할 석유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자연스레 국제유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우선 우크라이나 사태가 외교적으로 조기에 해결돼 지정학적 불안이 해소될 경우 현재 90달러대에서 70~75달러로 하향 안정화가 예상된다.

군사적 충돌이 임박한 현 긴장 상황이 다소 진정되고 지정학적 불안이 지속될 시에는 배럴당 75~85달러 수준으로 소폭 하락이 예측된다. 다만, 위기 진정 이후에도 미국과 러시아 간 긴장은 5달러 이상의 지정학적 프리미엄을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군사적 충돌이 현실화되고 러시아에 대한 주요 7개국(G7)의 고강도 금융·경제 제재가 부과될 경우엔 배럴당 100~125달러로 오를 전망이다. 여기에 만약 러시아산 석유·가스의 대규모 공급중단 상황 등이 발생하게 되면 배럴당 150달러까지도 상승할 수도 있다.

에경연은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이 국내 물가 상승과 무역수지 악화, 에너지 수급 불안정성 요인이 될 것으로 봤다. 에경연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오를 경우 국내 경제성장률은 0.12%포인트(p) 하락하고 물가 상승률은 0.1%p 올라 전체 산업 생산비의 0.67%p 상승을 유발하게 된다.

최근 석유와 LNG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의 급등은 우리나라가 역대 최고의 수출 호조세를 보였음에도 2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주요 원인이 됐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우리나라의 무역 적자 규모는 각각 5억 9000만 달러, 48억 9000만 달러로 나타났으며, 에너지 수입액 증가분은 각각 66억 달러, 90억 6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액은 1360억 달러로 국가 총 수입액 6150억 달러의 22.1%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5개년 평균은 23% 수준이다.

국내 LNG 수급 상황도 녹록치 않다. 미국이 전략적으로 유럽으로의 LNG 공급에 집중하기 위해 우리나라와 기체결한 계약 물량을 유럽으로 일시 전환 공급할 수 있도록 요청했고 최근 국제시장 가격급등으로 현물 구매를 최소화함에 따라 국내 LNG 재고가 매우 타이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LNG 도입량의 20% 내외 수준(직도입 포함)을 현물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에경연은 “LNG 수급 안정화 차원에서 장기계약 물량의 차질 없는 도입을 추진하고 LNG 가격의 고공 행진에 LNG 발전 비중을 한시적으로 하향 조정하는 대신 국내 LNG 재고 상황과 계절적 전력수요 등을 면밀히 검토해 원자력과 석탄 발전의 가동률을 탄력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도시가스 대신 액화석유가스(LPG)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10개 산업체(대체물량 연간 43만t)를 대상으로 가스공사-도시가스사-산업체 간 연료대체 계약 체결을 확대하는 조치도 필요하다”면서 “고유가 지속에 따른 국내 내수경제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4월 30일까지 시행하기로 한 유류세 인하와 LNG 관세면제 정책을 위기가 해소될 때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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