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자포로지 ⓒ사진출처= 에네르고아톰(Energoatom)
우크라이나 자포로지 ⓒ사진출처= 에네르고아톰(Energoatom)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자포리자(Zaporozhe) 원자력발전 주변 지역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2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러시아는 전날 이 같은 내용으로 IAEA에 공식서한을 보냈다”면서 “현재 자포리자 원전 6기는 안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1995년 하반기 준공된 자포리자 원전은 유럽 최대 원전 단지로 우크라이나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 15기 중 6기(순 용량은 5700MWe)를 보유한 가장 큰 원전이다. 

IAEA는 “러시아군은 지난 2월말 체르노빌 원전 부지 구역을 장악했으며, 당시 우크라이나 원전 직원들은 현장에서 계속 일하고 있다”면서 “산업 현장에서 사상자나 파괴가 보고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WNN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국가 원자력 규제 감독관 (SNRIU)은 최근 체르노빌(Chernobyl) 원전의 교대책임자인 발렌틴 게이코(Valentin Geiko)에게 60번째 생일 인사를 게시했다. 이에 게이코 교대책임자는 “지난 6일 동안 러시아군 점령에 따른 원전의 보안을 담당해 왔다. 절대로 교대근무를 넘겨줄 수 없으며 포스트를 떠날 수 없다”고 밝힌바 있다.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Rafael Mariano Grossi) IAEA 사무총장이 지난 2일 비엔나 IAEA 본사에서 열린 긴급이사회 개회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디 칼마/IAEA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Rafael Mariano Grossi) IAEA 사무총장이 지난 2일 비엔나 IAEA 본사에서 열린 긴급이사회 개회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디 칼마/IAEA

이날 IAEA 긴급이사회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라파엘 그로시(Rafael Mariano Grossi)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상황은 전례가 없으며, IAEA는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대규모의 원자력 프로그램 시설 속에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자포리자 원전과 우크라이나의 다른 핵 시설 주변에서 일어나는 무력 충돌이 이들 시설과 그곳에서 일하는 관계자들을 방해하거나 위험에 빠뜨리지 않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로시 사무총장은 원자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소 등 원전 시설의 물리적 무결성을 강조하며 “우크라이나는 IAEA의 회원국으로 문제가 있을 때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IAEA가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분명히 간단하거나 쉬운 과정이 아니”라고 언급했다.

특히 자포리자 원전의 상황에 대해 그로시 사무총장은 “러시아군이 주변 지역과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발전소 및 원자로 운영을 인수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대부분의 직원이 거주하는 마을을 포함해 주변 지역을 물리적으로 통제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인적실수(Human Error)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전 직원의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는 양측이 논의한 부분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원자력발전 현황 ⓒ이미지출처=세계원자력협회(WNA, World Nuclear Association)
우크라이나 원자력발전 현황 ⓒ이미지출처=세계원자력협회(WNA, World Nuclear Association)

한편 한국원자력산업협회(KAIF)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 운영 중인 원전은 총 15기이며, 총 전력수요의 약 절반을 공급하고 있다. 모든 원자로가 러시아의 VVER 노형으로 건설됐으며, 국영 원자력기업 에네르고아톰(Energoatom)이 운영 및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원자력산업은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지만 크림반도 귀속문제와 천연가스 분쟁 등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러시아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노력하고 있다.

2017년 8월 우크라이나 정부는 에너지전략을 통해 2035년까지 화력발전의 비중을 축소하는 반면 원자력의 발전비중은 50%로 유지하고, 재생에너지와 수력 발전의 비중은 각각 25%와 13%로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2006년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중단 사건을 계기로 에너지 안보와 원전의 역할이 새롭게 부각되면서 2030년까지 원자로 11기를 신규 건설해 1만6500MW의 설비용량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신규 건설에는 체르노빌 사고 후 건설이 중단된 흐멜니츠키(Khmelnitsky) 원전 3ㆍ4호기 건설도 포함돼 있다.

우크라이나는 2020년 9월 한국수력원자력(KHNP)과 APR1400 노형을 로브노 원전 부지의 신규 프로젝트에 참여에 대해 협의 중이었지만 2021년 9월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와 4개의 AP1000 원자로를 건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40년까지 24GWe의 원자력 생산 목표의 일환으로 미국 NuScale사와 소형모듈형원자로(SMR)를 배치할 가능성을 모색하는 등 추가 원자로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이밖에도 우크라이나는 신규 원전 건설과 더불어 기존 원전의 계속 운전도 추진하고 있다. 2020년 4월 현재까지 총 11기의 원전이 계속 운전 허가를 취득했다. 1986년 4월 소련 시절 발생한 체르노빌(Chernobyl)원전 이후 사고 원자로에 ‘석관(sarcophagus)’이라 불리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구축해 방사성 물질을 일시적으로 차폐했다. 하지만 ‘석관’의 짧은 수명과 구조적 안정성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다.

저작권자 © 인사이트N파워(Insight Nuclear Power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