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덕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박상덕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양이원영 의원은 지난 9월 원자력안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실시하여 보고하고 있는 주기적안전성평가(PSR, Periodic Safety Review)를 의무화하고 평가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에 운영허가를 취소하는 등의 안건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인허가 체계를 따르고 있고 유럽체계 등도 필요해 보일 때마다 반영해 왔기에 소위 ‘덕지덕지한’ 원자력법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옥죌 수 있는 것은 가능하면 모든 것을 수입하여 법에 반영하다 보니 법 간에 충돌하는 경우와 해석이 모호한 부분도 발생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무겁고 어지러운 법으로 원자력산업을 짓누르고 있는데, 여기에 짐을 더 지우자는 주장이다. 특히 미국의 운영허가(NRC) 체계를 따르는 우리는 유럽의 주기적안정성평가(PSR) 체계와 상충되기에 애초부터 의무화하지 않은 것을 양이의원이 알고 개정안을 발의했는지 묻고 싶다.

오히려 지금은 원자력 관련법이나 법령, 규정 등에 충돌하는 것을 말끔히 정리하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 원자력을 국산화할 때 가지고 있던 법체계는 이제 기술이 자립되고 수출까지 하는 상황에서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원자력 안전에 대한 법철학부터 새로 정립하고 그에 따라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효과적인 안전법을 만들어 안전규제도 우리나라 기술수준에 맞게 선진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지금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발전소 정지 명령을 내리면 사업자는 즉시 발전소를 정지한다. 재가동할 때도 원안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원안위의 승인 없으면 발전소를 가동할 수 없다는 말이다.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실시하여 보고하고 있는 주기적안정성평가(PSR)도 원안위에서 검토하며, 문제가 있으면 문제를 해결하도록 요구받고 그것을 해결한 후에 가동하게 되어있다. 추가적인 법제화의 필요성은 전혀 없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운영허가 취소의 법제화이다. 운영허가는 이미 법에 의하여 일정기간 운영하도록 허가를 받은 것이다. 이를 주기적안정성평가(PSR)로 취소한다는 말은 앞에서 기술했듯이 법 충돌 자체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결국 시급하게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법체계를 일관성 있게 만들어 보다 효과적으로 안전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다.

조금 전문적이지만 몇 가지 충돌하는 법 규정들을 이야기해보겠다. 원자력안전법 시행령 38조 제1항과, 제2항 및 원자력안전법 시행규칙 제20조 제1항 등에서 평가기준 적용시점의 불일치가 있다.

양이원영 의원은 “무조건 최신 기술기준을 적용하라”는 의도이지만 그것은 최신 규정의 90%는 완화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늘 최신규정은 강화된다는 착각에서 나온 결과라고 본다. 또한 요건을 만족시키지 않아도 내용을 만족시키면 허가해주는 외국의 경우도 있는데 이런 선진적인 규제에는 왜 눈을 돌리려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위와 같이 기본적으로 미국 체계의 인허가(NRC)를 따르고 있는 우리 법체계에 주기적안정성평가(PSR)를 도입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기에 이참에 근본적인 법체계를 바로 세우기를 제안한다.

양이원영 의원의 주장처럼 처벌을 강화하는 것으로는 원전의 안전을 지킬 수 없다. 처벌은 안전유지에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원자력 안전은 자발적인 참여와 주인의식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은 오히려 이런 방향에 역행하고 있다. 탈원전으로 종사자들은 사기를 잃어가고 있으며 인력수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여기에 양이 의원은 더 모순된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양이원영 의원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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