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일대에 터를 잡은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ㆍ6호기는 국내외에서 네 번째로 건설되는 신형경수로 ‘APR(Advanced Power Reactor)1400’ 노형이다. 신고리 5ㆍ6호기는 정부의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08년 12월)에 의해 국내 최초로 지역주민이 자율유치한 국가사업이다. 총공사비 약 9조 원이 소요되는 초대형프로젝트인 신고리 5ㆍ6호기의 설계는 한국전력기술이, 원자로 설비와 터빈발전기는 두산중공업이 납품하고 삼성물산-두산중공업(EPC)-한화건설 컨소시엄이 주설비 시공사로, 총 300여개 원자력산업체가 참여하며 약 7년간 연인원 620만 명이 투입된다.

지난 4월 초 인사이트N파워는 한국형 원전계측제어통합설비(MMIS, Man Machine Interface System) 국산화 개발의 주역인 이동영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 이성섭 (주)글로벌아이앤씨파트너즈 대표, 김은숙 (주)티보그 대표 등과 함께 신고리 5ㆍ6호기 건설현장을 다녀왔다. 특히 지난해 12월 취임이후 국내 언론매체 최초로 최삼성(사진) 한국수력원자력 새울원자력본부 제2건설소장과의 단독인터뷰를 통해 신고리 5ㆍ6호기 건설현황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최삼성 소장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편집자주>

한국형 신형경수로 ‘APR(Advanced Power Reactor)1400’ 노형의 4번째 프로젝트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ㆍ6호기 건설현장 전경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새울원자력본부
한국형 신형경수로 ‘APR(Advanced Power Reactor)1400’ 노형의 4번째 프로젝트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ㆍ6호기 건설현장 전경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새울원자력본부
최삼성 한국수력원자력 새울원자력본부 제2건설소장
최삼성 한국수력원자력 새울원자력본부 제2건설소장

-현재까지 건설 진행은 어떤가.
“국내 29, 30번째 원전인 신고리 5ㆍ6호기(1400MW×2)가 4월 말 현재 종합공정률이 약 77%를 보이며, 주요 구조물공사가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기전공사가 한창이다. 자세히 설명하며 5호기는 초기 전원가압을 마무리하고 상온에서 원자로냉각재계통(RCS) 압력경계 내 기기와 부속품의 건전성을 확인하는 상온수압시험(CHT) 착수를 준비하고 있다. 구조물 공사 완료 후 원자로 내장품 조립과 터빈 블레이드 설치 등을 진행하고 있다. 또 6호기는 원자로 설치를 완료하고 초기전원가압을 목표로 원자로 건물의 마지막 공정인 돔 타설과 보조건물 상부 구조물 공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주52시간제’ 도입 등의 이유로 준공이 2025년 3월로 미뤄졌다. 공사기간 연장으로 협력업체에 발생한 손실비용을 보전하기 위한 협의가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신고리 5ㆍ6호기는 ‘주52시간제’시행 등으로 사업 기간이 연장돼 손실비용 보전을 위해 공기연장 간접비를 산정해 지급했다. 또 원전 건설 최초로 법정공휴일 수당을 유급화해 지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한수원은 협력사와의 상생협력을 최우선으로 제도를 수립해 시행할 계획이다.

-신고리 5ㆍ6호기에 적용된 건설 신기술과 신공법을 언급한다면.
“신고리 5ㆍ6호기는 참조발전소인 신한울 1ㆍ2호기의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안전성 관련 개선사항을 설계에 반영해 더욱 안전하게 건설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부지의 경우 고정지반 지진해석 방법에서 지반-구조물 상호작용(SSI, Soil Structure Interface) 지진해석 방법을 적용해 안전성을 향상했으며, 원자로 안전정지와 유지를 위한 필수 기기의 내진성능을 0.3g→0.5g로 대폭 향상 했다. 특히 9‧11 항공기 테러 사례 등을 참조해 대형 민간항공기가 충돌해도 건전성을 유지하도록 콘크리트 두께를(격납건물은 15cm씩, 보조건물은 30~60cm씩) 보강했다. 아울러 후쿠시마 원전사고 대책으로 ▲지진자동정지설비 ▲사고관리계획(AMP, Accident Management Plan) ▲이동형발전차 ▲이동형고저압펌프/호스 등이 설계에 반영됐다. 무엇보다 신고리 5ㆍ6호기는 국내 원전 최초로 건설단계에서부터 사이버보안에 대한 기술기준(KINAC RS-015)을 적용해 원전의 주요 계통에 대한 안전성을 향상시켰다.”

-신고리 5ㆍ6호기 주설비 공사 양성프로그램을 통해 원전 건설에 적합한 용접사를 키워내고 있다. 현재까지 배출한 교육생들의 현황과 더불어 올해 ‘보온’ 분야 교육생 모집을 추가한 이유가 궁금하다.
“신고리 5ㆍ6호기 용접사 양성교육은 울산지역 조선업 경기침체 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울산시, 울산 동구청,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울산지청, 삼성물산, 두산에너빌리티, 한화건설, 새울원자력본부 7개 민관이 상호 협력해 201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수료생 총 143명 중 106명이 전문자격을 취득해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현장과 외부기업에 취업했다. 용접분야(40명)의 경우 유경험자를 대상으로 수시 모집 중이며, 무경험자는 지난 3월 교육을 시작해 오는 6월 초까지 교육을 시행한다. 특히 올해부터는 보온분야(40명) 교육을 추가로 신설했다. 발전소 내외부 배관, 탱크, 밸브 등에 보온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이어서 수료생들의 5월부터 약 7개월간 교육 진행할 예정이다. 교육생들이 교육과정을 수료하면 신고리 5ㆍ6호기기 건설현장에 채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본인 희망 시 외부기업에도 취업할 수 있다. 신고리 건설 교육과정은 신규 일자리가 창출은 물론 건설현장에서 필요한 기능 인력을 수급할 수 있는 ‘일석이조(一石二鳥)’ 상생 제도다. 앞으로도 지역과 더불어 발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행하겠다.”

-중대재해처벌법에 시행으로 모든 산업현장이 안전경영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건설은 대형장비들과 대규모 인력이 움직이는 현장인데, ‘안전문화 소통’을 위해 특별히 시행하고 있는 방안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라 원전건설 현장 종사자들의 안전을 지키고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안전 관리자부터 협력사 근로자까지 신속한 양방향 소통이 핵심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신고리 5ㆍ6호기 건설현장은 통합관리시스템인 ‘스마트 안전지킴e’ 앱을 개발해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앱을 활용해 기상변화에 따른 실시간 안전유의사항 전파, 비대면 안전위해요소 개선 건의, 비대면 안전교육, 당일 고위험 작업현황을 공유할 수 있어 아날로그 방식의 안전교육 등으로 소요되던 불필요한 시간과 절차를 줄였다. 또 안전인력과 시스템에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 공기업, 대기업등과 달리 상대적으로 중소기업과 소규모 업체들은 비용과 인력의 제한으로 안전에 취약하다. 따라서 소규모 공사·용역, 임시출입자 등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초점을 맞춰 소규모 공사·용역 안전관리비 추가 계상, 현장 작업 시 2인1조 근무제 강화, 인덕션 안전교육 필수 수료 등을 통해 원전 건설 현장 종사자들이 매일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신고리 5ㆍ6호기에는 국산화를 이룬 MMIS가 두 번째로 설치돼 우리만의 뇌신경망을 갖게 된 ‘K-원전’으로 향후 해외수출에도 우위를 선점할 것으로 기대가 높다. MMIS 설치 현황 및 향후 시험과정이 궁금하다. 또 선행호기와 차별성을 언급한다면.
“국산 MMIS는 설계 단계부터 국산 제어기(PLC, Programmable Logic Controller)를 사용해 안전성 및 신뢰성, 운전편의성 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으며, 이에 정부의 특정기술주제보고서 인허가를 취득함은 물론 IAEA 전문가 집단의 안전성 검증을 통해 해외 MMIS에 비해 월등히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신고리 5호기는 MMIS 캐비넷과 콘솔 등이 약 95% 설치됐고, 이를 연결하는 케이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케이블 작업이 완료되면 MMIS 공급사인 두산에너빌리티는 4단계 현장성능시험을 거쳐 최종 성능을 확인하고 건전성을 입증하게 된다. 현장 성능시험은 전원가압시험, 네트워크시험, 종합성능시험, 현장기기연계시험 순으로 진행되며 6월경 완료 예정이다. 이후 시운전 시험을 통해 한 번 더 안전성능과 운전 신뢰성을 검증한다. 6호기는 현재 두산에서 제작 및 시험 중이며, 4월부터 납품과 설치가 순차적으로 예정돼 있다. 선행호기 대비 개선사항은 사이버보안을 기존 안전등급에서 발전소 제어와 관련된 모든 제어반으로 확장 적용했다는 점이다. 리히터 규모 7.4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안전등급 설비 내진성능을 향상해 실증시험까지 마쳤다. 특히 일부 기기(Remote Shutdown Console)는 항공기 충돌 사고 시에도 발전소 안전정지를 위해 SMS(Shock Mount System)을 적용했다.”

-한수원은 가상증강현실(VR·AR) 시스템을 활용한 ‘신고리 5ㆍ6호기 사이버발전소’를 구축했다. 원전 건설단계에서부터 시공공정 최적화, 설계오류 및 시공간섭 등의 문제점을 사전 예방해 ‘건설 품질’을 높일 수 있다고 밝힌바 있는데, 실제로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는가.
“건설 시공단계에서 계획공정 대비 실적공정에 대한 착수지연, 완료지연, 정상운영 등 공정 현황을 실시간 관리하고 있으며 시공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공 분야별(전기, 계측, 기계 등) 간섭 문제를 사전에 파악해 작업 기간 변경 및 현장 인력 재배치 등의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사전 검토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시운전 단계에서 4D 시뮬레이션 시스템에 구축된 3D 모델을 활용해 계통인계와 시운전 관련 업무(3D 모델기반 기기 위치 검색)에 활용하는 등 실무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원전은 수많은 부품이 조합된 상호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종합 플랜트이다. 이에 건설단계부터 원전 공조장치의 건전성 또한 매우 중요한데, HVAC(Heating, Ventilation, Air Conditioning) 시스템은 어떻게 관리되는 것인가.
“원자력발전소 공기조화시스템(Heating, Ventilation, and Air Conditioning)은 크게 방사성 물질이 발생하는 관리구역과 방사성 물질이 없는 일반구역으로 나눠 운영한다. 관리구역의 공기조화 시스템에는 방사성 물질을 흡착해 제거하고 여과처리를 할 수 있는 고밀도(흑연, HEPA) 필터가 장착되어 방사성 물질의 외부 누출을 방지할 수 있다. 또 방사성 물질의 외부 누출에 대비해 공기 흐름 방향이 발전소 건물 내부로 유지 되도록 설계돼 있다. 특히 원자력발전소의 주요 방호 대상인 중앙제어실과 필수 관리구역에는 다중성 설계개념을 도입해 한 개의 계통이 불능이 되더라도 독립적인 다른 계통이 항상 작동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원전의 공기조화시스템은 다양한 기술기준과 요건을 충족시키고 잠재적 사고 가능성에 대비해 발전소의 안정적 운영과 안전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특별히 어려운 일은 없는가. 더불어 향후 계획에 대해 언급한다면.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현장은 하루에 약 4000명 정도가 출입하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사업장이다. 최근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백신접종 독려 및 캠페인 등을 통해 현장 인력의 99%이상이 백신 접종을 마쳤으며 선제적 방역으로 공사 중단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하고 있다. 향후 신고리 5ㆍ6호기가 준공 되면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연간 전력사용량 약 23%를 담당하게 된다. 이를 통해 국민과 지역주민의 삶이 윤택해지고 원동력이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신고리 5ㆍ6호기 건설을 통해 해외 원전 수출의 교두보로 삼아 체코, 이집트 등에 수출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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