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 봉길리에 들어서는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2단계 표층처분시설 공사 현장 ⓒ인사이트N파워=김소연 기자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 봉길리에 들어서는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2단계 표층처분시설 공사 현장 ⓒ인사이트N파워=김소연 기자

방사성물질 또는 그에 따라 오염된 물질로 ‘폐기’의 대상이 되는 물질을 방사성폐기물이라고 한다. 방사성폐기물은 방사능 농도 및 열발생률에 따라 고준위와 중준위, 저준위, 극저준위로 나뉘며, 방사성폐기물별 위험도에 적합하게 안전관리 시설을 설계, 건설해 관리하도록 규정돼 있다.

세계 주요 원전 운영국가들은 원전에서 발생되는 방사성폐기물 처분을 위해 각 나라의 자연환경에 적합한 처분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의 반웰(Banwell), 클리브(clive), 리치랜드(Richland), 영국의 드릭(Drigg), 프랑스의 라망쉬(La Manch), 로브(L'Aube), 일본 료카쇼무라 처분장 등에서 표층처분 방식으로 방사성폐기물을 관리‧운영하고 있다.

표층처분 방식은 지표에서 약 30m 이내의 깊이에 자연방벽 또는 인공방벽을 이용해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하는 방식으로 처분고가 다 차면 폐기물 용기 사이를 몰타르(벽돌과 타일, 콘크리트 블록재 등을 결합시킨 건축자재)나 쇄석(잘게 깨트려 부순 돌)으로 채운 다음 그 위해 좀토, 모래, 자갈, 아스팔트 등으로 다중방수 복토층을 만들어 방사성물질의 누출을 방지한다.

이길남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건설사업단장은 “지표부에 구조물(처분고)를 만들고 구조물내에 폐기물을 처분하는 방식으로 표토층이 발달하고 배수가 잘 되며, 강우량이 적은 지역에서 유리한 방식”이라면서 “무엇보다 표층처분 방식은 인공방벽을 이용해 방사성핵종의 누출을 저지하고 동굴처분 방식에 비해 건설이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표층처분 방식은 절차상 ▲폐쇄단계에서 강우침투 및 동식물 침입 방지용 처분덮개 설치(6m 두께) ▲집수관 설치 및 감시(Zero Release) ▲300년간 제도적 관리(환경감시/ 인간침입 방지) 등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특히 폐쇄는 제도적 관리기간 동안 감시를 위한 준비이며, 일반적으로 폐쇄 시에는 보조시설 및 공학적 시스템 등의 철거가 이뤄진다. 또 향후 필요한 관련 자료의 보완 및 보관이 수행되는데 그 주요 자료는 처분고 또는 처분 동굴의 위치 및 관련도면, 배수 및 시추공 등의 위치 및 관련 도면, 방사성폐기물의 처분위치, 기타 폐기물과 관련된 자료 등이 있다.

지난 8월 26일, 경주시 문무대왕면 봉길리 소재 중저준위운영본부에서 ‘중ㆍ저준위방사성폐기물 2단계 표층처분시설’ 착공식이 열렸다. 원전에 사용된 폐필터와 종사자들의 작업복 및 공구와 같은 저준위방사성폐기물을 300년 이상 외부로 노출되지 않도록 보관할 수 있는 표층처분시설이 2025년 운영 개시를 목표로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 것이다.

앞서 한국원자력환경공단(KORAD)은 2015년 12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2단계 표층처분시설 건설 인허가 신청 후 이듬해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함에 따라 규모 7.0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5중 다중차단구조로 내진성능을 강화해 지난달 인허가를 획득했다.

중ㆍ준위 이하 방사성폐기물 10만 드럼(200리터)을 수용할 수 있는 1단계 동굴처분시설(2014년 준공)에 이어 추진되는 2단계 표층처분시설은 국내 첫 저준위 이하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이다. 약 20년간 국내에서 발생하는 저준위 및 극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12만5000개 드럼에 담아 저장할 수 있다. 동굴처분시설은 지하 130m 수직동굴에 방사성폐기물을 쌓아두고 관리하는 방식이고 표층처분시설은 지표에 설치한 처분고에 방사성폐기물을 채운 뒤 밀봉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6만7490㎡ 부지에 총 사업비 2621억원을 투입해 짓는 2단계 표층처분시설에는 처분고 20기와 지하점검로, 이동형 크레인(2조), 통제건물 등이 들어선다. 내년 말까지 공사를 완료하고 2024년 4월 시운전을 시작해 같은 해 12월 규제기관 검사를 거쳐 2025년부터 운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예정대로 진행되면 우리나라는 미국과 스웨덴, 체코, 헝가리,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동굴처분과 표층처분에 대한 기술력을 동시에 확보한 국가가 된다.

KORAD는 지난해 1월부터 극저준위방사성폐기물 16만 드럼(200리터)을 처분할 수 있는 3단계 ‘매립형 처분시설’ 건설을 위한 기본설계도 진행 중이다. 향후 이 시설까지 완공되면 경주 중ㆍ저준위방사성폐기물은 여의도 면적(2.9㎢) 약 3분의2에 달하는 부지에 ‘동굴-표층-매립’처분시설을 모두 갖추게 된다. 처분 규모는 향후 추가되는 표층처분 27만5000드럼과 매립처분 14만 드럼을 포함해 총 80만 드럼이 될 전망이다.

차성수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은 이날 착공식에서 “국민들이 안심하고 지낼 수 있도록 2단계 처분시설을 안전하게 건설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중ㆍ저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경험을 토대로 우리나라의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술 역량도 지속적으로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숫자로 알아보는 2단계 표층처분시설 ⓒ자료제공=한국원자력환경공단
숫자로 알아보는 2단계 표층처분시설 ⓒ자료제공=한국원자력환경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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