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용 한국원자력연구원 지능형원자력안전연구소장
최기용 한국원자력연구원 지능형원자력안전연구소장

계속운전이란 운영허가 기간 즉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에 대해 정부가 법적 기준에 따라 안전성을 확인한 후 사업자가 계속하여 10년 또는 그 이상을 운전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약 450여기 원전의 45%가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다. 계속운전에 가장 적극적인 미국의 경우를 보면 가동 중 원전 94기 중 85기가 1차 면허갱신(License Renewal)을 통해 20년 계속운전을 승인받았으며 계속운전 중인 원전의 약 40%는 2차 면허갱신을 통해 80년까지 운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는 이미 2019년 12월(터키 포인트 3ㆍ4호기), 2020년 3월(피치 보텀 2ㆍ3호기), 2021년 5월(서리 1ㆍ2호기)에 총 6기의 원전이 2차 면허갱신을 승인받은 바 있다. 프랑스는 56기 중 19기, 일본은 34기 중 4기, 캐나다는 19기 중 15기가 계속운전 승인을 받아 계속 운전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경제적이고 에너지의 확보가 국가 경쟁력이자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임을 인식한 에너지 선진국들은 원전의 계속운전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출범으로 이전 정권에서 무리하게 추진되었던 탈원전 정책이 백지화되고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및 2050 탄소중립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원자력에너지가 필수적이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됨에 따라 원자력 산·학 및 연구계에서는 계속운전에 대한 진지한 재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다.

에너지 부존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는 미래 에너지 수급전망, 신규 발전부지 확보 및 건설비용, 환경부담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할 때 가동원전의 안전성 입증을 통해 계속운전하는 것이 국가 자산의 효율적 활용 측면에서 훨씬 바람직하다. 원전 1기의 계속운전에 소요되는 비용은 신규 원전 건설비용의 약 20%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며 경제적으로 봤을 때 훨씬 효율적이다. 국내에서 현재 가동중인 24기의 원전 중 10기는 2030년 이전에 설계수명이 만료될 예정이므로 계속운전 이행을 위한 조속한 준비가 필요할 때이다.

우리나라는 고리 1호기의 설계수명이 도달하는 2008년 이후의 계속운전에 대한 제도화 요구로 인하여 2005년에 계속운전에 대한 법적인 기준이 마련되었다. 특이할 점은 우리나라의 계속운전 규정은 제도적인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엄격하다. 계속운전 승인을 위해서는 미국의 면허갱신(LR) 제도와 유럽의 주기적안전성평가(PSR, Periodic Safety Review) 제도를 모두 포괄하는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또한 계속운전 신청 가능 기간이 운영허가 종료 2~5년 전으로 매우 짧고, 계속운전 허가 기간이 10년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동일시기에 건설된 동일부지, 동일노형의 계속운전을 개별로 신청하도록 되어 있어 과도한 행정적,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이 있다. 현재 정부에서는 이와 같은 제도적인 문제점들을 인지하고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한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다.

계속운전은 사회적, 경제적 관점에서 실보다 득이 많은 바람직한 선택지이지만 무엇보다도 안전성 입증이 전제되어야 한다. 30년 이상 운전한 원전 기기, 구조물의 경년열화 상태를 기술적으로 깐깐하게 진단하고 설비개선을 통해 계속운전 기간 동안 안전성에 문제가 없음을 명확히 보여야 한다. 과거 불시정지, 주기적 정비기간 동안의 운전 이력을 살펴보는 것도 원전 고유의 취약한 부분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계속운전 심사절차를 보면 사업자는 주기적안전성평가보고서, 수명평가보고서 및 환경영향평가보고서를 제출하도록 되어있다. 주기적안전성평가는 기기검증, 경년열화, 안전해석 등 11개 분야에 대해 평가를 해야 하며 수명평가에는 원자로용기 조사취화, 금속피로, 기기의 내환경검증, 격납건물 텐돈 스트레스 등 주로 재료와 관련된 기기들의 수명평가를 수행해야 한다. 평가기준으로 최신 운전경험 및 기술기준을 충분히 활용하여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야 한다.

계속운전의 안전성은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원자력발전사업자는 계속운전 면허갱신을 원전을 과거의 기술로 건설된 원전을 최신 기술로 리노베이션하는 새로운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경년열화 관리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고 계속운전 규정 개선이 제 때에 이루어진다면 10년이 아니라 40년까지도 계속해서 운전할 가능성을 염두해두어야 한다.

계속운전 승인을 위한 설비개선 과정에서 최소한의 법적인 요건만을 만족시키고자 하는 소극적인 접근보다는 최신 기술을 과감하게 도입하는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찔끔찔끔 투자하기 보다는 통 큰 투자로 2차 계속운전 면허갱신 때의 중복투자를 피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다. 또한 4차산업혁명 최신기술을 원전의 유지보수에 도입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투자도 필요할 것이다.

(※본 기고는 지난 8월 30일 열린 'NESCONFEX2022 컨퍼런스_테크니컬패널세션'에서 공개된 토론문을 발췌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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