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UAE 바라카원전 수출이후 13년만에 해외수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특히 ‘한국형 원전’의 첫 번째 유럽 진출이라 의미가 크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폴란드 국유재산부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 폴란드 민간발전사 제팍(ZEPAK, Zespół Elektrowni Pątnów-Adamów-Konin), 폴란드전력공사(PGE, Polska Grupa Energetyczna) 등 양국의 3개사는 “폴란드 퐁트누프 지역에 APR1400 노형을 기반으로 원전 개발계획 수립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협력의향서(LOI, Letter of Intent)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비록 법적 구속력이 없는 협력의향서(LOI) 단계지만 폴란드 정부가 본계약 전까지 경쟁입찰을 부치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산업부와 폴란드 국유재산부는 “기업이 추진하는 퐁트누프 프로젝트 원전협력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주기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협력을 확대한다”는 양국 정부부처간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앞서 폴란드 정부는 신규원전 6기(경수로)를 건설하는 루비아토브-코팔리노 프로젝트 1단계사업에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를 선정했다고 발표한바 있다. 그 과정에서 웨스팅하우스는 미국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APR1400’에 사용한 기술이 미국의 수출통제 대상에 해당한다면서 한수원을 상대로 지식재산권 소송을 제기하며 견제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협력으로 한수원이 민간 원전 분야에서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복수의 원자력계는 “러-우크라이나 사태로 폴란드가 1차 정부 원전 사업은 외교 안보 상황을 고려해 미국 웨스팅하우스를 선정했지만 2차 민간 사업은 가성비와 시공 능력을 갖춘 ‘K-원전’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 원전의 건설 단가는 ㎾(킬로와트)당 3571달러로 ▲중국(4174달러) ▲미국(5833달러) ▲러시아(6250달러) ▲프랑스(7931달러) 보다 월등히 낮다.
이날 기업간 협력은 ｢폴란드 에너지정책 2040｣에 포함된 기존 폴란드 정부주도의 원전계획을 보완하기 위해 별도로 새롭게 추진된 사업이며,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서쪽 240㎞ 떨어진 퐁트누프 지역에 제팍이 운영 중인 화력발전소 일대에 최대 2기의 원전이 건설될 예정이다.
앞으로 한수원과 제팍, PGE는 APR1400를 기반으로 원전 건설에 대한 계획을 공동으로 마련한다. 특히 3개사는 퐁트누프 부지에 대한 ▲지질공학 ▲내진 ▲환경조건 분석을 수행하고, 상호간에 제안된 파이낸싱 모델에 따라 단계별 예산을 추산하는 등 프로젝트 이행을 위한 각종 작업에 돌입해 연말까지 신규 원전에 대한 기본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31일 양국간 체결식이 이후 기자회견에서 야체크 사신(Jacek Sasin) 폴란드 부총리 겸 국유재산부 장관은 “폴란드는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원이 필요하다”며 “원전은 폴란드의 지정학적 여건을 고려했을 때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신 총리는 “해당 원전수출이 이뤄지면 폴란드에 60년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해져 폴란드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고 폴란드에 새로운 투자 기회는 물론 한국의 지식과 경험을 전수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3년 만에 원전 노형 수출의 물꼬를 텄다”며 “APR1400의 우수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장관은 “최종 계약이 성사될 경우 일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원전산업계에 일감을 제공함으로써 국내 원전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이번 원전 협력을 토대로 방산, 배터리, 수소‧전기차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한국의 APR1400 원자로는 3+세대 노형으로 가장 진보된 안전설비 및 보안설비를 갖추고 있다”며 “제팍(ZE PAK)이 한수원에 협력을 요청했다는 것은 세계 원전시장에서 한국의 기술력과 K-원전산업의 경쟁력을 재확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황 사장은 “한국과 폴란드 간의 프로젝트는 향후 양국간 협력관계를 더욱더 굳건히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형 신형가압경수로 'APR1400'은 국내외 선행원전의 경험 및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교훈(Lessons Learned), 규제기관의 인허가 요구사항 등 대폭적인 안전성관련 개선사항을 반영했다. 이를 토대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표준설계인증(DC)과 유럽수출형(EU-APR™)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을 취득하며, 안전성 및 기술력을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