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변합니다. 제 직감으로는 다른 원소가 있는 것 같아요. 한정적이고 안정적인 것이 원자라고 생각했지만 어떤 것은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원소 폴로늄(Polonium)과 라듐(Radium)을 발견했고, 저는 강한 빛을 내뿜는 이것을 방사능(radioactivity)이라고 부릅니다.”

최근 1898년 새로운 원소 라듐을 발견하는데 성공하며 암(癌)을 치료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든 천재과학자 마리 퀴리(Maria Curie)의 빛나는 도전과 숨겨진 이야기가 영화로 개봉됐다.

라듐이 발견되고 122년이 지난 2020년. 세계 원자력시장은 대형원전 중심의 에너지(발전)분야에서 방사선 이용, 연구로 등 방사선 산업(비발전) 분야로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이다. 특히 방사선 이용시장이 방사선 소재 및 기기분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방사선 기술은 바이오 및 의료 분야, 환경 및 기계산업 분야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며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고 있다. 또 신약 개발, 암치료기기 개발, 환경오염 처리기술 개발 등이 방사선 기술의 응용분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원자력산업은 발전분야에 중점을 두고 있어 상대적으로 방사선 분야는 소외됐다. 그 비중(%)이 82(발전)대 18(방사선)로, 18% 중에서 의료부분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실제로 방사선에 대한 산업 규모가 크지 않다.

IAEA를 비롯해 국내 방사선 산업분야는 2020년 세계방사선시장 규모가 약 464조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미국과 일본 등은 일찍이 방사선 기술 분야의 비중을 원전과 거의 같은 비중으로 올려놓았다. 2005년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원전 산업규모는 4조8000억 엔이고 방사선 산업규모는 4조1000억 엔으로 거의 유사하며, 미국의 경우는 오히려 방사선 산업규모가 원전산업 규모보다 4배 가까이 크다.

하지만 국내 방사선 기술수준과 산업성장은 발전분야에 비해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2015년 기준으로 국내 방사선 기술을 위한 투자비용은 불과 1793억 원 정도이지만 2019년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원자력 융ㆍ복합 및 방사선 기술 사업화 등을 위한 총 127억 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힌바 있다.

ⓒ사진출처=영화 '마리 퀴리' 배급사 ㈜디스테이션
ⓒ사진출처=영화 '마리 퀴리' 배급사 ㈜디스테이션

◆방사선연구의 포문을 연 천재과학자 ‘마리 퀴리’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아는 천재과학자 ‘마리 퀴리’의 삶을 재조명한 영화 <마리 퀴리, Radioactive>가 지난 11월 18일 국내에 개봉됐다. 영화는 시대를 초월한 위대한 발견을 이룬 과학자로서의 성취는 물론 언제나 도전을 멈추지 않고, 그 누구보다 열정과 사랑이 가득했던 인물의 면면을 다뤄 120여 년의 세월에도 당당한 매력으로 현재의 관객들과 만났다.

폴란드 출신으로 프랑스의 소르본느대학에서 유학하던 여성과학자 마리(Marie Curie 1867~1934, 폴란드명 마리아 스크워도프스카)는 투표권조차 보장되지 않았던 시기에 남성 중심의 과학계는 물론 노벨상 역사에도 한 획을 그은 대표적인 인물이다.

마리는 피치블랜드(역청우라늄광)라는 광물이 순수한 우라늄보다 강한 방사능을 배출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이러한 광물을 효과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에 관해 남편인 피에르의 지원을 받아가며 피치블랜드의 성분을 분리해내는 실험을 시작했다.

이후 퀴리 부부는 아예 공동으로 연구하기로 하고, 지루하고 긴 실험을 반복하며 피치블랜드의 성분을 분리해 1898년 마침내 베크렐이 연구했던 우라늄보다 감광작용이 4배나 강한 새로운 물질을 찾아내게 된다.

미지의 물질이 두 가지 원소의 혼합물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으며, 그중 하나를 분리해내는 데 성공하였다. 새로운 원소는 우라늄염보다 400배나 감광작용이 강했다. 퀴리 부부는 새로운 원소의 이름을 마리의 조국 폴란드를 기리는 의미에서 ‘폴로늄’이라고 붙였다. 마리는 우라늄이나 폴로늄처럼 자연계에서 감광작용과 전리작용 및 형광작용을 나타내는 물질들에 대해 처음으로 방사능(또는 방사성물질)이라고 불렀고, 이들 물질에서 나오는 빛을 방사선이라고 명명했다.

또 다른 새로운 원소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감광작용 능력이 우라늄보다 무려 250만 배나 강한 원소를 발견하고, 강력한 빛을 방사(放肆, radiate)한다는 뜻으로 원소의 이름을 라듐(radium)이라고 지었다.

영화는 연구실에서 쫓겨났지만 멈출 수 없었던 지적 호기심과 타고난 재능에 연구를 멈추지 않았던 마리 퀴리가 남편 피에르 퀴리(샘 라일리)와의 공동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할 때 여성이라는 이유로 배제될 뻔한 순간에도 워킹맘으로 경력단절 등 좌절하는 법이 없었다.

특히 남편의 죽음 이후 동료박사 유부남과의 사랑으로 세상의 멸시를 받으면서도 연구를 이어가는 마리 퀴리의 삶을 대담하게 풀어낸다. 또 자신의 위대한 발견이 지닌 이면을 외면하지 않고 연구의 긍정적인 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이롭게 하고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영화 중간에 일본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미국 네바다 핵실험,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 장면 등 시퀀스를 삽입해 위대한 과학의 발견을 현재의 시각으로 되돌아보게 만든다.

실제로 라듐이 발견되자 여러 과학자들이 방사능을 실생활에 이용하려는 연구가 시작됐다. 당시 프랑스 의사들은 라듐을 이용해 암 환자의 수술을 성공시켰으며, 암 치료에 대한 새로운 기술은 ‘퀴리 치료법’으로 알려지게 된다.

1903년 방사선 현상과 방사성물질에 대한 발견을 공로로 퀴리 부부는 베크렐과 함께 노벨물리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했으며,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마리 퀴리가 노벨상을 수상한 것이다. 피에르 퀴리 사망 이후 1911년에는 라듐의 성질 규명과 그 화합물 연구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단독으로 두 번째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물론 마리 퀴리는 연구실이나 강의실에서만 자신의 연구를 사용하지 않았다. 훗날 인공방사능 원소를 발견해 노벨상을 수상한 딸 이렌 퀴리와 함께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라듐이 붕괴하면서 발생하는 방사능 물질인 라돈기체와 X선 장비를 치료에 쓸 수 있는 장비들로 개발해 이동식 야전병원(현재 구급차)을 운영하며, 전쟁 중 다친 병사들을 치료했다.

한편 한국원자력학회는 매년 원자력계 여성종사자의 사기 진작과 자긍심 고취를 위해 퀴리상을 수여하는데, 올해는 김채원(한국과학기술원), 서형주(서울대학교), 정재림(울산과학기술원) 학생이 수상의 영광을 차치했다.

◆산학연, 국내 방사선산업 성장 전략 ‘머리 맞대’
우리나라의 방사선 산업육성을 위한 소통과 협력의 장이 유튜브 채널(사진)로 실시간 스트리밍 돼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와 한국방사선진흥협회(KARA, 회장 정경일)는 ‘2020 방사선 기술이용ㆍ산업진흥 연차대회’를 온라인(비대면)으로 개최했다고 밝혔다.

올해 19회를 맞는 ‘방사선 기술이용ㆍ산업진흥 연차대회’는 국내 방사선 관련 산·학·연 전문가들이 모여 방사선 기술이용 동향과 연구개발 성과를 공유하고 방사선 산업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장으로 역할을 해오고 있다.

특히 이번 연차대회는 정부의 코로나19 방역대책 준수를 위해 오프라인 참석자 수를 제한하는 대신 산·학·연 전문가 및 기업 등 200여명이 온라인으로 참여해 방사선 산업 혁신 전략에 관한 주제발표와 함께 기술사업화 우수 성공사례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

특별초청으로 ‘위기의 방사선산업 융합인재가 돌파구다’라는 주제로 김상은 서울대 교수의강연에 이어 ▲김용균 한양대 교수의 ‘미래 방사선안전 규제의 방향’ ▲이재기 대한방사선방어학회 방사선안전문화연구소장의 ‘미래 방사선안전 규제의 방향’ ▲임윤묵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의 ‘방사선 산업진흥을 위한 현황 및 정책 제언’ ▲이교철 한국원자력의학원 박사의 ‘방사성동위원소 및 방사성의약품의 현재, 미래’라는 주제의 정책발표도 진행됐다.

이어서 기술사업화 우수성과로 ㈜BIK테라퓨틱스는 ‘방사성의약품 자동합성 카세트 생산 신기술’을, 임현식 동국대 교수는 ‘고감도 저선량 방사선 센서 개발’ 사례를 각각 발표했다.

아울러 방사선 기술 및 산업발전에 공로가 큰 산학연 전문가 ▲임혁신 동국대학교 교수 ▲정재호 바아이케이테라퓨틱스 연구소장 ▲어재선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부교수 ▲최강혁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황상근 한국방사선진흥협회 대리 5명과 서울방사선서비스(주), 세안기술(주)이 과기정통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특히 단체부문에 수상한 서울방사선서비스는 대단지 전자빔 조사시설을 활용해 반도체의 특성개선, 의료기기의 멸균 등에 방사선 이용으로 방사선 산업의 발전과 이용진흥에 기여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또 세안기술은 국내외 원전 안전성 검사 분야에서 전문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실하게 이행해 방사선 안전성과 신뢰성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돼 단체부분 표창을 받았다.

한편 이날 연차대회에서는 국내 방사선분야 연합모임인 ‘방사선 기술‧산업 연합회’의 공식 출범식(사진)이 거행됐다.

한국방사선진흥협회, 한국방사선산업학회, 대한방사선방어학회, 대한방사성의약품학회로 구성된 방사선 기술ㆍ산업 연합회는 단체간 업무협약을 통해 ▲방사선 기술과 이용 그리고 산업활성화를 위한 공동협력 ▲방사선 기술 산업활성화를 위한 정책발굴과 제안 ▲방사선 기술 안전규제 등에 대한 현안을 공동대응 한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방사선 연구개발사업의 우수성과가 상용화로 이어져 미래 방사선 산업 성장과 국민의 삶 질 향상에 이바지하도록 적극 지원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정경일 한국방사선진흥협회 회장은 “방사선 기술ㆍ산업 연합회에 출범을 계기로 국내 방사선 기술과 산업이 건전한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특히 방사선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불합리한 제도 및 규제를 상시 발굴‧개선하고, 조직과 개개인의 역량 강화를 통해 정부, 산학연 및 회원사 모두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참다운 협회(協會)가 될 수 있도록 협회 임직원 모두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자세로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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