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군에 있는 농촌진흥청 가축유전자원센터에서 생활하는 흰 소 가족이 '2021년 소의 해'를 맞아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농촌진흥청
경남 함양군에 있는 농촌진흥청 가축유전자원센터에서 생활하는 흰 소 가족이 '2021년 소의 해'를 맞아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농촌진흥청

“현재의 위기가 실패의 종착점이 아니다. 포기하고 주저 않아 버리면 실패한 그곳이 영원한 종착점이지만 힘들어도 다시 일어나 도전한다면 그곳은 새로운 시작점일 뿐이다.”

2021년 신축년(辛丑年)이 밝았다. 신축년은 육십 간지 중 38번째로 백색에 해당하는 천간의 ‘신(辛)’과 소에 해당하는 지지인 ‘축(丑)’이 만나 ‘흰 소(白牛)’의 해를 의미한다.

1399년 발간된 조선시대 수의학서인 「신편집성마의방우의방(新編集成馬醫方牛醫方)」에 따르면 과거 우리나라에는 칡소, 흑우, 백우, 청우, 황우 등 다양한 털색(모색)을 가진 한우가 존재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털색 개량의 방향을 황색으로 고정하게 됐으며, 황색 한우를 제외한 ▲백우 ▲칡소 ▲흑우 ▲제주흑우 등 한우는 잡소로 취급해 점차 자취를 감추게 됐다.

전통적으로 ‘흰 소’는 신성한 기운을 지녔다고 전해져오는데, 상서롭다함은 복되고 길한 일이 일어날 조짐이 있다는 뜻이다. 이에 국내 원자력계도 상서로운 흰 소의 기운이 더해진 2021년을 맞아 글로벌 원전 리더십을 발휘해 더 큰 발전을 모색하는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밖으로는 여전히 많은 국가들이 경제적이며, 친환경적 전원으로서 원자력의 필요성이 재평가되고 있어 원자력계에 기회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원자력계 안팎으로 놓인 현실적인 과제는 녹록치만은 않다.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과 코로나19 대유행이 겹치면서 국내 원자력계는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은 신세이다.

실제로 정부는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해 최종 확정·공고됐다. 하지만 원자력업계가 관련 산업 생태계 유지와 탄소감축 효과를 이유로 건설 재개를 주장해 온 신한울 3ㆍ4호기는 9차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

원전 부문은 신규원전 건설 중지와 수명연장 금지라는 정부의 원칙이 그대로 유지됐다. 현재 24기(23.3GW)에서 2022년 26기(27.3GW)로 정점을 찍은 뒤 점진적으로 감소해 2034년에는 17기(19.4GW)까지 줄어들게 된다. 기존의 신한울 1ㆍ2호기(2.8GW)와 신고리 5ㆍ6호기(2.8GW)가 준공되고 설계수명을 다한 고리 2~4호기, 월성 2~4호기, 한빛 1~3호기, 한울 1ㆍ2호기 등 11기(9.5GW)가 가동을 멈추는 계획을 반영한 결과다.

지난 12월 24일 열린 9차 계획 공청회에서 윤요한 산업부 전력산업과장도 “원전이 온실가스 감축에 효과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안전한 에너지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감안하면 지속가능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다만 원전을 급격하게 줄이는 것은 아니라면서 에너지전환 로드맵과 9차 계획에서 밝힌 바와 같이 앞으로 60년간 점진적 감축이기 때문에 2050 탄소중립 실현 과정에서 주요 에너지 공급원이 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원자력계 안팎에서 “원자력을 배제한 탈(脫)탄소는 완전히 실현 불가능한 공상이다. 정부는 신한울 3ㆍ4호기 건설을 재개해 탄소중립을 달성하라”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원자력노동조합연대는 “정부의 무책임한 탈원전 정책으로 국가경쟁력이었던 원전건설 기술력은 붕괴되고, 수천 명의 노동자가 휴직·휴업 그리고 명예퇴직이라는 이름으로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면서 “특히 원전 보조기기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은 경영악화로 인한 폐업과 일자리 상실 등 참담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설상가상으로 2017년 2월 17일 취득했던 ‘신한울 3ㆍ4호기 발전사업허가’ 공사계획인가 유효기간 만료가 오는 2월 26일로 임박해 왔다. 앞으로 50여일 안에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전원개발사업실시계획 승인을 받지 못하거나 발전사업허가의 공사계획(건설)인가 기간연장이 안 될 경우 신한울 3ㆍ4호기 사업은 사실상 백지화 되는 것이다.

신한울 3ㆍ4호기의 건설이 최종 백지화되면, 사전제작한 원자로 설비비 5000억을 포함해 대략 7800억 원의 매몰비용이 소요되는 등 경제 피해액만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울진 지역은 음식점, 숙박업 등 자영업자의 폐업 증가 등 급격한 경기위축과 함께 지역자원시설세, 기본지원금 등 연간 400여억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하지만 원자력계는 혼돈(chaos)에서 질서(cosmos)를 예고하듯이 시작된 2021년을 ‘천 가지 상서로운 일이 구름처럼 모여든다’는 뜻을 지닌 천상운집(天祥雲集)의 자세로 당면한 상황을 ‘호재의 기회’로 바꾸는 도전의 결연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정부와 원자력계는 그간 축적된 원자로 기술 개발 역량을 활용해 세계 원전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소형원자로 설계 역량 육성 등 ‘원자로 기술개발 추진전략’을 마련했다. 또 발전 분야에서 비발전 분야로 확대되는 SMR 시장의 다변화를 대비해 비경수형 SMR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도전적 원자력 기초연구를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한편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 했던 한우인 흰 소가 ‘백우 복원 프로젝트’를 통해 개체 수를 늘려왔으며, 현재 가축유전자원센터(경상남도 함양군)에서 25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또 연구를 통해 백우가 황색 한우와는 같은 계통이지만 백색증(알비노)으로 털이 흰 색이며, 흰색 계통인 외래 품종 샤롤레와는 전혀 다른 우리 고유의 한우로 구별되는 특징을 밝혀냈다. 아울러 멸종위기 단계인 ‘백우’는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가축다양성정보시스템(DAD-IS)에 우리나라 품종으로 등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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