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오염 제거, ‘3시간’이면 OK

원자력연, 홍합 접착 단백질 모사한 박리형 제염 코팅 개발 세슘 제거율 94.9%…원전 해체ㆍ방사능 사고 대응 활용 기대

2026-03-26     김소연 기자

원자력 시설 내 방사성 오염물질 제거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고성능 제염 코팅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26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공동으로 홍합 접착 단백질을 모사한 카테콜 기반 박리형 제염 코팅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원자력 시설에서는 방사성 물질 취급 과정에서 건물과 장비 표면에 핵종이 흡착되는 경우가 많아 신속하고 효율적인 제염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다. 기존 화학 세정이나 고압 세척 방식은 오염물 확산과 대량의 오염수 발생 문제가 있어, 표면에 코팅제를 도포한 뒤 제거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주목받아 왔다.

이번에 개발된 코팅제는 카테콜(catechol) 물질을 폴리우레탄 고분자 사슬 말단에 결합시켜 강력한 접착력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카테콜은 홍합의 접착 단백질에서 유래한 물질로, 다양한 표면에 강하게 부착되는 특성을 지닌다.

연구팀은 해당 코팅제를 오염된 표면에 도포한 뒤 건조해 코팅층을 형성하고, 이를 테이프처럼 박리하는 방식으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기술을 구현했다. 실험 결과 스테인리스강 표면에서 방사성 세슘(Cs⁺) 제거 효율은 약 94.9%로, 기존 상용 코팅제(93.8%)보다 높은 성능을 나타냈다. 특히 기존 제품이 약 24시간의 작업 시간이 필요한 데 반해, 이번 코팅제는 약 3시간이면 제염이 가능해 작업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UNIST가 공동 개발한 카테콜 기반 박리형 제염 코팅 기술 개념도(위)와 스테인리스강 표면 제염 실험 과정 및 전후 비교 모습. ⓒ사진제공=한국원자력연구원

또 다공성이 높은 시멘트 표면 실험에서는 코팅 및 박리 과정을 2회 반복한 결과 13.1%의 제거율을 기록하며, 상용 제품(8.4%) 대비 약 1.5배 높은 성능을 보였다. 이 같은 성능 향상은 카테콜 기반의 강한 접착력과 코팅 내부 결합력이 오염 입자를 효과적으로 포집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연구팀은 사용 후 코팅 폐기물을 아세톤 용매에 재용해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를 통해 방사성 오염물 분리 및 흡착제 기반 핵종 제거가 가능해, 폐기물 저감과 소재 재활용 가능성도 제시했다.

양희만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시설청정기술개발부 책임연구원(박사)은 “이번 기술은 제염 속도와 효율을 동시에 개선하고, 폐기물 처리 및 재활용 가능성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 원전 해체와 방사능 사고 대응 등 다양한 원자력 안전 분야에 활용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방과학연구소 민군협력진흥원 민군겸용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머터리얼즈 호라이즌스(Materials Horizons)’ 3월호에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