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로봇이 원전 운영 바꾼다”…‘Human → Autonomous’ 전환 본격화

장병탁 서울대 교수, 원자력계 조찬강연서 미래 원전 운영모델 제시 고위험ㆍ접근제한ㆍ복잡한 설비…​​​​​​​“디지털 넘어 물리적 지능 시대로”

2026-03-27     김소연 기자
장병탁 서울대학교 AI연구원(AIIS) 교수가 2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23회 원자력계 조찬강연회에서 ‘AI 로봇과 Physical AI가 재편하는 원전 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인사이트N파워=김소연 기자

AI와 로봇 기술이 원자력 산업의 운영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존 ‘사람 중심 운영’에서 벗어나 ‘AI 기반 자율 운영’으로 전환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병탁 서울대학교 AI연구원(AIIS) 교수는 지난 20일 서울시 중구 소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23회 원자력계 조찬강연회에서 ‘AI 로봇과 Physical AI가 재편하는 원전 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장 교수는 미래 원전 운영 구조를 인간 운영자(Human Operators)에서 AI 시스템(AI Systems), 다시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s)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진화 모델를 제시했다. 그는 “기존 원전은 숙련된 운영자 중심의 전통적 운영 방식이었지만 앞으로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자동화된 운영 자원이 핵심이 된다”며 “궁극적으로는 인간이 감독하고 AI와 로봇이 수행하는 ‘자율 운영 원전(Autonomous Nuclear Plant)’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방사선 환경과 같은 위험 작업 영역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물리적 노동 주체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장 교수는 “원전 산업이 AI와 로봇 도입에 적합한 구조적 특성을 갖고 있다”고 강조하며 ▲방사선 노출 및 고온·고압 설비 등 고위험 환경 ▲원자로 내부 등 인간 접근 제한 영역 ▲수천 개 밸브와 수백 km 배관으로 구성된 복잡한 유지보수 ▲작은 오류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안전 중심 산업이라는 점을 주요 특징으로 제시했다. 이 같은 특성은 정밀한 자동화, 실시간 모니터링, 인간 대체 작업 수행이 가능한 AI·로봇 기술과 높은 궁합을 가진다는 설명이다.

또 장 교수는 현재 원전 산업이 ▲운영 인력 고령화 ▲강화되는 안전 규제 ▲운영 비용 증가 ▲설비 노후화 등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숙련 인력 의존도가 높은 산업 특성상 인력 구조 변화는 향후 운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장 교수는 AI와 로보틱스의 결합(AI+Robotics)을 제시했다. 적용 분야는 ▲설비 검사 자동화 ▲정비 로봇 ▲사고 대응 로봇 ▲AI 기반 운영 지원 등으로 원전 운영 전 주기에 걸쳐 확장되고 있다.

그러면서 장 교수는 원전 산업에 적용될 AI 기술을 기능별로 구분해 설명했다. 우선 인지형(Perceptive) AI는 설비 검사와 상태 모니터링 자동화의 핵심 기술로 소개됐다. 주요 활용 사례로는 ▲AI 영상 분석 기반 배관 균열 탐지 ▲열영상 분석을 통한 설비 이상 감지 ▲드론 기반 원전 구조물 검사 ▲센서 데이터 기반 실시간 상태 모니터링 등이 제시됐다.

장 교수는 “AI가 미세 균열이나 비정상 온도 패턴을 조기에 감지함으로써 사고 예방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주목받는 생성형(Generative) AI는 원전 운영 지식 체계와 교육 분야로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활용 영역은 ▲AI 운영 어시스턴트 ▲기술 문서 검색 및 요약 ▲운영 교육 및 시뮬레이션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 등이다.

그는 방대한 기술 문서와 운영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성형 AI가 현장 엔지니어의 판단을 지원하는 ‘지능형 조력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봤다.

더 나아가 행동형(Agentic) AI는 자율적 계획 수립과 실행까지 수행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장 교수는 ▲고장 가능성 예측 기반 예방정비(Predictive Maintenance) ▲검사 계획 자동화 ▲운영 최적화 ▲위험 기반 의사결정 등을 주요 기능으로 제시했다. AI가 “3주 후 고장 가능성이 높다”는 식의 예측을 제시하고, 이에 따른 정비 및 운영 전략까지 제안하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물리적(Physical) AI와 로봇 기술은 실제 현장 적용의 핵심으로 꼽혔다. 적용 분야는 ▲방사선 검사 ▲원자로 내부 점검 ▲폐기물 처리 등이며, 휴머노이드 로봇은 ▲설비 점검 ▲밸브 조작 ▲정비 작업 ▲사고 대응까지 수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장 교수는 “미래 원전은 인간이 직접 운영하는 설비가 아니라 AI와 로봇이 운영하고 인간이 감독하는 구조로 재편될 것”이라며 “이는 안전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에서는 AI 기술의 진화 방향도 함께 제시됐다. 장 교수는 AI가 데이터 분석과 판단에 머물던 ‘디지털 지능(Digital Intelligence)’ 단계에서 벗어나 실제 설비 점검과 작업 수행까지 담당하는 ‘물리적 지능(Physical Intelligence)’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AI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의미를 해석해 판단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로봇과 결합해 실제 원전 설비를 점검·조작하고 위험 작업까지 수행하는 방향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향후 원전 산업이 AI 기반 운영 시스템(AI Monitoring), 로봇 검사, 디지털 트윈, 자율운전(Autonomous Nuclear Plant)으로 이어지는 ‘AX(AI Transformation)’ 단계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AI와 로봇이 결합된 미래 원자력발전소 운영 개념 이미지. 설비 점검과 운영은 AI와 로봇이 수행하고, 인간은 이를 감독하는 구조로 전환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본 이미지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됨) ⓒ인사이트N파워

원자력계 “원전은 폐쇄망ㆍ강한 규제”…현실 적용 장벽도 제기

한편 이날 강연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원전 산업 특유의 보안ㆍ규제 환경 속에서 AI 기술을 어떻게 현실적으로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도 제기됐다.

특히 장현승 한국수력원자력 품질안전본부장(전무)은 “원전 산업은 보안에 매우 민감해 폐쇄망 환경에서 운영되고, 외부 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하기 어렵다”며 “중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를 배제해야 하는 현실, 방사선 등 특수 환경, 강한 규제까지 고려하면 신기술 적용에 제약이 많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장 본부장은 “이 같은 조건 속에서 AI 기술을 보다 빠르게 도입하기 위한 인사이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보안이 중요한 분야일수록 외부 공개형 AI를 그대로 쓰기보다, 내부에서 통제 가능한 자체 시스템을 갖추는 방향이 필요하다”며 “규제 역시 기술 발전을 막기보다 일정 범위 내에서 실증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 등 유연한 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또 최성민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카이스트 원자핵공학과 교수)은 “원전 현장에는 수십 년간 축적된 숙련자의 노하우와 안목이 있는데, 이런 경험을 어떻게 데이터화해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는 원전 산업의 경쟁력이 설비나 절차뿐 아니라 현장 숙련자의 경험과 판단 감각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AI 적용의 핵심 과제로 ‘현장 지식의 데이터화’ 문제가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사람의 작업을 반복적으로 학습 데이터로 축적하고, 합성데이터나 웨어러블 센서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경험과 행동 패턴을 데이터화하는 연구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며 “향후 원전 산업에서도 숙련자의 경험을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