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방호 넘어선, '원전 보안' 패러다임 전환 필요”

이나영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 원장, 본지 인터뷰서 밝혀 드론 공격ㆍ내부자 위협 등 복합 리스크 부상…통합 대응 체계 요구

2026-04-01     대전=김소연 기자
2023년 9월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 제7대 원장으로 취임한 이나영 원장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에서 원자력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KINAC에서 통제정책실장, 미래전략실장, 교육훈련센터장, 핵안보 본부장 및 핵비확산 본부장 등을 역임한 대표적 핵비확산 및 핵안보 전문가이다. ⓒ대전=김소연 기자

“드론 공격은 시설 하나를 파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에너지 공급망 전체를 흔드는 비대칭 위협으로 진화하고 있다.”

중동 전쟁이 35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드론을 활용한 에너지 인프라 공격이 현실화되면서 기존의 물리적 방어 중심 보안 체계를 넘어선 통합 대응 전략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나영(사진)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 원장은 지난 3월 1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드론을 활용한 원전 접근 및 공격 가능성에 대해 “접근성이 높고 탐지와 차단이 쉽지 않은 특성으로 인해 새로운 유형의 위협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기술적 대응 뿐만 아니라 제도와 운용 지침 정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내의 경우 드론 대응을 둘러싼 현실적 제약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미국 등 일부 국가처럼 단순히 즉각 격추 방식으로 대응하기 어려운데 원전 주변 민가와 민간 피해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이 같은 점에서 드론 위협 대응은 단순한 장비 도입을 넘어 법·제도와 운용 체계 전반을 함께 점검해야 하는 과제라고 봤다.

실제 국내에서는 공중으로부터의 공격 가능성을 물리적방호 체계 안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문제들이 제기됐으며, 드론 대응과 관련한 제도 및 기술적 검토도 일정 부분 선행돼 왔다. 이 원장은 “드론 위협에 대한 대비는 이미 진행 중인 과제”라며 “향후 국제적 관심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원전 보안 환경 변화와 관련해서는 사이버 위협과 내부자 리스크를 핵심 변수로 꼽았다. 이 원장은 “스마트 플랜트 환경이 확대되면서 사이버 보안 중요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며 “물리적 방호와 사이버 보안은 분리된 개념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관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내부자 위협 역시 여전히 중요한 요소”라며 “기술적 보안뿐 아니라 조직과 인적 관리 측면까지 포함한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원자력 종사자와 협력업체 인력을 포함한 현장 인력에 대한 물리적방호 교육의 중요성도 언급됐다. 내부자 위협 대응이 기술적 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인적 요소에 대한 관리와 교육을 병행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실제 원자력계에서는 종사자와 관련 인력에 대한 물리적방호 교육이 보안 인식과 대응 역량을 높이는 기본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관련 체계 정비 필요성도 함께 제기된다.

SMR 확산 속 “방호 개념 자체 달라져야”…원전수출, 규제ㆍ통제 결합한 패키지 산업

특히 이 원장은 소형모듈원자로(SMR) 확산과 관련해서는 기존 원전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대형 원전은 넓은 부지와 고정된 설비를 전제로 한 전통적인 물리적 방호 체계를 적용해 왔다면 SMR은 설비 구조와 배치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방식의 방호 개념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SMR은 지하화, 모듈화 등 설계 특성에 따라 방호 접근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단순히 기존 체계를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시설 특성에 맞는 새로운 방호 개념과 관리 체계를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원장은 “SMR은 분산형 설치가 가능한 구조인 만큼 기존 대형 원전과 동일한 ‘단일 부지 중심’ 방호 개념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보안 관리 범위를 넓히는 문제가 아니라 방호 방식과 관리 체계 자체를 재설계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SMR은 ‘작아서 안전한 원전’이라는 단순한 이미지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기존 대형 원전과는 다른 물리적방호 및 보안 체계를 전제로 설계ㆍ운영돼야 하는 새로운 유형의 시설이라는 것이다.

또 이 원장은 원전 보안 문제를 단순한 안전 이슈가 아닌 경제성과 연결된 요소로도 진단했다. 그는 “물리적 방어 체계 강화는 비용과 직결되는 만큼 안전성과 경제성 간 균형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국가 차원의 전략적 판단이 요구되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SMR 시장과 해외 진출 전략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SMR 시장은 기대가 큰 만큼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라며 “경제성과 기술 검증이 함께 확보되지 않으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인도 등 신규 시장과 관련해서는 “성장 가능성은 크지만 규제 환경과 요구 수준이 높은 만큼 장기적인 협력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UAE 원전 수출 경험과 관련해서는 이 원장은 “단순한 발전소 건설을 넘어 규제 체계와 통제 시스템까지 함께 구축한 것이 중요한 성과였다”고 평가하며 “앞으로 원전 수출은 기술뿐 아니라 비확산, 통제, 규제 협력까지 포함된 종합 패키지 형태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원전 수출은 기자재나 설비 납품을 넘어 기술 이전, 운영 지원, 관련 문서와 절차, 규제 협력까지 함께 맞물리는 구조라는 점에서 물리적방호와 핵비확산 역량 역시 수출 경쟁력의 일부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KINAC의 역할도 단순한 규제 지원을 넘어 한국 원자력 산업의 대외 신뢰를 뒷받침하는 기반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 원장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원자력은 기술 산업이면서 동시에 신뢰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는 기술력뿐 아니라 비확산 이행 능력과 통제 체계까지 포함한 종합 경쟁력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KINAC은 이러한 기반을 강화하는 역할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