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기열 한국전력거래소 에너지시스템혁신본부장이 해외 주요국의 에너지믹스 정책을 비교 분석하며 우리나라 정책 방향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인사이트N파워 DB
옥기열 한국전력거래소 에너지시스템혁신본부장이 해외 주요국의 에너지믹스 정책을 비교 분석하며 우리나라 정책 방향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인사이트N파워 DB

정부와 학계, 전력당국이 2050년 탄소중립 시대를 대비한 중장기 에너지믹스 방향을 두고 수요 전망부터 석탄발전 전환, 해외 주요국 정책까지 폭넓은 논의를 진행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2월 30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탄소중립과 바람직한 에너지믹스에 대한 1차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충족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전원 확대 논쟁을 넘어 중장기 수요 구조 변화와 계통 안정성, 전력시장 제도까지 아우르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2050년 에너지 수요 전망 ▲탄소중립을 위한 석탄발전 전환 방향 ▲해외 주요국 에너지믹스 계획과 우리나라 정책 과제가 차례로 제시됐다. 먼저 신힘철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50년 에너지 수요 전망’ 발표를 통해 시나리오 기반 중장기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총에너지 수요는 탄소중립 정책과 효율 향상에도 불구하고 급격히 감소하기보다는 완만한 감소 또는 정체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전력 수요는 산업·수송·건물 부문의 전기화 확대 영향으로 2050년까지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발전 부문에서는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자력 등 무탄소 전원의 역할이 구조적으로 확대될 필요성이 제기됐다. 신 연구위원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에너지 효율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안정적인 무탄소 전원 확보가 핵심 변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지웅 부경대학교 교수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석탄발전 전환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 교수는 석탄발전이 그동안 전력 계통 안정과 기저전원 역할을 수행해왔다는 점을 짚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과 환경 비용 측면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노후 석탄발전소의 단계적 폐지와 함께 LNG, 재생에너지, 무탄소 전원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전환 과정에서 발전소 소재 지역과 종사자에 대한 지원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사회적 갈등이 확대될 수 있다며 ‘정의로운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석탄발전 감축은 단순한 설비 퇴출이 아니라 전력시장 구조 개편, 계통 안정 대책, 보조서비스 강화와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옥기열 한국전력거래소 에너지시스템혁신본부장은 해외 주요국의 에너지믹스 정책을 비교 분석하며 우리나라 정책 방향을 제언했다. 옥 본부장은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들이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원자력과 가스 등 안정적 전원의 역할을 재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에너지 위기 이후 각국이 공급 안정성과 가격 변동성 대응을 정책의 핵심 요소로 삼고 있으며, 무탄소 전원을 활용한 에너지 안보 강화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옥 본부장은 “우리나라도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계통 여건과 전력시장 구조를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며 “에너지믹스는 단기 정치 논리가 아닌 국가 전략 차원에서 일관되게 설계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2월 30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탄소중립과 바람직한 에너지믹스에 대한 1차 정책토론회'를 개최됐다. ⓒ인사이트N파워 DB
지난 12월 30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탄소중립과 바람직한 에너지믹스에 대한 1차 정책토론회'를 개최됐다. ⓒ인사이트N파워 DB

한편 이번 ‘바람직한 에너지믹스 1차 정책토론회’에서는 청중들의 현장 발언이 이어지며 논쟁의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에너지 산업 경쟁력, 전기요금 부담, 수요 예측의 신뢰성,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역할을 둘러싼 질문들이 쏟아졌다. 

한 참석자는 산업 현장에서의 경험을 언급하며 “국가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핵심은 산업 경쟁력이었고, 결국 관건은 에너지를 얼마나 싸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라며 “에너지 전환이 중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지에 대한 답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청중은 “재생에너지 확대나 에너지믹스 논의에서 기술 혁신과 원가 경쟁력에 대한 고민이 충분히 반영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장기 산업 경쟁력 관점의 접근을 요구했다.

에너지 수요 전망과 관련해서는 모델링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집중됐다. 한 참석자는 “전력수요 예측과 에너지믹스 시나리오를 좌우하는 핵심은 모델링과 전제 조건인데, 공개 자료에는 어떤 변수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설명이 없다”고 지적하며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에서도 기존 수요 예측 모델이 선형적이고 경직돼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모델 자체와 가정 조건을 공개해 검증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기후부는 “수요 모델링과 전제 조건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논의가 이미 진행 중이며, 관련 내용을 공개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오는 7일 개최예정인 2차 정책토론회에서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원전의 경직성을 완화하기 위한 해법과 원전의 안전성과 수용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특히 2차례 정책토론회와 함께 대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에너지믹스 방향과 원전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토론회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견과 의견수렴 결과는 전문가위원회 검토를 거쳐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정책토론회와 여론조사를 토대로 보다 합리적이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는 미래 에너지믹스를 국민과 함께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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