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물질 운송 현장에서 작업자가 운반 용기와 적재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IAEA는 방사성물질 도난·분실 사건의 상당수가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경계 강화를 주문했다. ⓒ출처=국제원자력기구
방사성물질 운송 현장에서 작업자가 운반 용기와 적재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IAEA는 방사성물질 도난·분실 사건의 상당수가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경계 강화를 주문했다. ⓒ출처=국제원자력기구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 30여 년간 집계한 핵ㆍ방사성물질 사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이 운송 과정에서 도난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10년간은 그 비중이 70%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돼 운송 단계의 보안 취약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IAEA는 최근 공개한 자료에서 1993년부터 2025년까지 사고 및 불법거래 데이터베이스(ITDB, Incident and Trafficking Database)에 보고된 총 4626건의 사건 가운데 730건이 방사성물질 도난 또는 도난 시도 사건이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약 55%가 정식 허가를 받은 운송 과정 중 발생했으며, 운송 중 도난 사건의 59% 이상(약 400건)은 현재까지도 회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엘레나 부글로바(Elena Buglova) IAEA 핵안보국(Division of Nuclear Security) 국장은 “핵 및 기타 방사성물질은 운송 과정에서 여전히 보안 위협에 취약하며, ITDB 데이터는 보안 강화를 지속해야 할 필요성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IAEA는 회원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운송 중 해당 물질이 범죄 또는 고의적 비인가 행위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도록 국가 핵안보 체계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ITDB는 규제 통제 밖으로 벗어난 핵·방사성물질과 관련한 불법거래, 무단 활동, 분실·도난·부적절한 폐기 등의 사건을 회원국이 자발적으로 보고하는 IAEA의 국제 정보 시스템이다. IAEA는 대부분의 사건이 조직적 밀거래나 명백한 악의적 의도와 직접 연결되지는 않지만 이 같은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운송 보안, 규제 통제, 폐기 관리, 탐지 체계의 지속적 취약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실제 2025년 한 해 동안 ITDB에는 34개 참가국으로부터 총 236건의 사건이 보고됐다. 이는 2024년의 147건보다 많은 수치지만 IAEA는 이 증가가 신규 사건 급증보다는 과거 사건의 소급 보고(retrospective reporting)가 반영된 결과이다.

ITDB의 집계 범위에는 우라늄, 플루토늄, 토륨 등 모든 종류의 핵물질은 물론 자연 발생 및 인공 생성 방사성동위원소, 그리고 고철(scrap metal) 속에서 발견된 방사성 오염 물질까지 포함된다. IAEA는 특히 금속 재활용 시설에서 방사성물질에 오염된 제조품이 발견되는 사례가 계속 보고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일부 국가에서 사용이 끝난 방사성 선원(disused radioactive sources)을 안전하게 확보ㆍ관리하고, 무단 폐기를 조기에 탐지하는 체계가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IAEA는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개최한 ‘핵 및 방사성물질의 안전하고 보안이 확보된 운송에 관한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IAEA는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2000만 건의 방사성물질 운송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사진출처=국제원자력기구
IAEA는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개최한 ‘핵 및 방사성물질의 안전하고 보안이 확보된 운송에 관한 국제회의’를 개최했다. IAEA는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2000만 건의 방사성물질 운송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사진출처=국제원자력기구

이번에 자료 공개는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핵 및 방사성물질의 안전하고 보안이 확보된 운송에 관한 국제회의(International Conference on the Safe and Secure Transport of Nuclear and Radioactive Material)’와 맞물려 이뤄졌다. IAEA는 에너지, 의료, 교육, 농업, 산업 등 평화적 목적을 위해 매년 수백만 건의 핵ㆍ방사성물질 운송이 이뤄지고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IAEA에 따르면 이번 국제회의에서는 ▲법ㆍ규제 체계 ▲운송용기 설계 ▲운송 운영 ▲상업 및 공급망 고려사항 ▲운송 안전ㆍ보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혁신 기술 등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됐다. 이는 방사성물질 운송이 단순한 물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공중 안전, 공급망 관리가 동시에 맞물린 복합 영역임을 보여준다.

IAEA는 “ITDB가 단순한 통계 저장소를 넘어 규제 통제 밖으로 이탈한 방사성물질의 회수 가능성을 높이고 범죄적 악용 가능성을 줄이는 국제 협력 도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회원국이 분실 또는 도난 사건을 ITDB에 보고할 경우 물질 추적과 회수 가능성이 높아지고, 불법 유통이나 악용 시도를 사전에 차단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번 IAEA 발표와 관련해 국내 원자력계 복수의 관계자는 “방사성물질 운송은 국제 기준에 따라 엄격히 관리되고 있지만, 실제 보안상 취약성은 여전히 ‘운송 단계’에 집중될 수 있다”며 “결국 핵심은 단순히 이동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동 과정 전체를 안전(safety)과 보안(security)을 동시에 통제하는 체계 구축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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