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다양한 국제 협력을 주도하고 새로운 국제질서 구축에도 적극 참여하는 등 국제 핵비확산(Nuclear Nonproliferation) 및 핵안보(Nuclear Security) 체제 강화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그 중심에서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이 있다. 올해 설립 20주년을 맞은 KINAC은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등 신규 원자력시설에 대한 안전조치 이행 기반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원전 수출 확대에 대응한 맞춤형 수출입통제 관리 체계 구축 ▲드론 위협 대응 및 물리적방호 교육ㆍ훈련 강화 ▲최신 사이버보안 위협 분석과 대응체계 고도화 등을 주요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다음은 이나영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원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편집자 주>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 올해 스무살이 됐다. 원자력계 종사자가 아닌 일반 국민들은 KINAC은 낯설고 생소하다. 탄생 스토리와 더불어 기관 소개를 부탁한다.
“2004년 한국원자력연구원의 과거 미신고 핵물질 농축 사건이 발견됐다. 이를 계기로 우리 정부는 2005년 7월 IAEA의 자문(핵물질계량관리 국가체제 국제자문서비스(ISSAS))을 받았고, 그 결과 원자력통제 기술지원 기관으로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설립을 권고 받아 2006년 6월 설립됐다. KINAC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목적으로 핵비확산 및 핵안보에 관한 국제적 협약 사항을 이행하는 일련의 활동을 수행한다. 여기서 핵비확산이란 핵물질, 원자력시설 및 장비 등에 사용되는 원자력관련 기술이나 물자가 핵무기로 오용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국제적, 국가적 행위 및 일련의 조치로서 핵물질 계량관리에 관한 보고 및 심ㆍ검사, IAEA 안전조치 협정 및 양국 간 원자력 협력협정 이행, 핵물질 등 국제규제물자 및 관련기술의 수출입통제 등이 있다. 또 핵안보란 핵물질, 기타 방사성물질 및 이와 관련된 시설에 대한 직ㆍ간접적인 위협을 방어하기 위한 예방, 탐지, 지연, 대응 등의 포괄적인 조치로서 핵물질 및 원자력시설의 물리적방호에 관한 심ㆍ검사, 원자력시설 제어시스템의 사이버보안에 관한 심ㆍ검사 등이 있다.”
-급변하는 국제 안보 환경 속에서 '핵비확산ㆍ핵안보' 원칙이 한국의 원자력통제 체계에서 갖는 의미와 더불어 SMR 확대, 원전 수출, 사이버 위협이 동시에 확대되는 현재 KINAC이 지켜야 할 ‘변하지 않는 원칙’은 무엇인가.
“국제 안보 환경과 원자력 이용 기술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안전조치 분야에서만큼은 분명하고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 원자력의 이용 방식이나 기술은 달라질 수 있어도 핵물질이 오로지 평화적으로 이용되고 있음을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입증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은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된다. 특히 SMR 확산과 원전 수출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안전조치는 단순한 규제 요건을 넘어 해당 국가의 신뢰와 직결되는 핵심 요소로 작동하고 있다. KINAC은 이러한 인식 아래 IAEA 안전조치 체제를 충실히 이행하는 한편 국내 원자력 이용 전반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도록 관리ㆍ이행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26년 업무보고에서는 SMR,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등 신규 원자력시설에 대한 안전조치 이행 방법론을 선제적으로 마련하는 것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 같은 신규 시설 확산이 기존 대형원전 중심의 원자력통제 체계에 던지는 도전과 과제는.
“SMR과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과 같은 신규 원자력시설은 기존 대형원전 중심으로 구축된 안전조치 체계에 분명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설계 개념과 운전 방식이 기존 시설과 크게 다른 만큼 IAEA 역시 새로운 유형의 시설에 적용할 안전조치 방식과 개념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제기준을 만족할 수 있는 안전조치 체계를 설계 초기 단계부터 확보하는 것이다. KINAC은 IAEA와의 기술 협력과 논의에 적극 참여하며, 신규 시설의 특성을 반영한 안전조치 개념과 이행 방법론을 선제적으로 검토해 나가고 있다. 규제가 사후적으로 따라가는 방식이 아니라 IAEA 안전조치 개념이 설계 단계부터 자연스럽게 반영될 수 있도록 IAEA와의 사전 기술협의를 통해 신규 시설이 핵비확산성을 충족하면서도 안전조치 이행 부담은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역할이 바로 신규 시설 확산 시대에 KINAC이 수행해야 할 핵심 과제이다.”
-KINAC은 ‘한–IAEA’ 기술협력과 특정핵물질 분석센터 운영 등을 통해 신고정보에 대한 독자 검증 역량을 강화해 오고 있다. 2026년 이후 IAEA 협력에서 질적으로 달라질 부분이나 한국이 주도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은 무엇인가.
“KINAC은 특정핵물질 분석센터 운영과 한–IAEA 기술협력을 통해 핵물질 신고정보에 대한 독자적 검증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으며, 이를 검사 체계에 단계적으로 적용해 왔다. 특히 특정핵물질 분석센터를 통해 채취된 시료에 대한 정밀 분석과 평가를 수행함으로써 원자력시설의 신고정보를 독자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아울러 한–IAEA 기술협력을 통해 물질수지평가 기법과 채취 시료 수 산출 기법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해 시설의 계량관리보고서를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역량을 구축했다. 그 결과 계량관리 검사의 범위는 기존의 법적 요건 확인과 현장 검증 중심에서 나아가 계량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정량적 평가를 포함하는 수준으로 확대됐다. 향후 지속적으로 IAEA 기법과의 비교ㆍ검증을 통해 KINAC이 개발한 물질수지평가 기법의 유효성을 높여 가겠다. 과거에는 KINAC이 주로 IAEA와 시설 간의 업무를 조율하는 역할에 집중해 왔다면 향후에는 강화된 국가검사 평가 결과를 토대로 IAEA와 시설이 제시하는 의견을 독립적으로 분석ㆍ평가하는 역할로 기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IAEA의 우리나라 안전조치 적용 과정에서 KINAC은 수동적인 조율자를 넘어 보다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체코ㆍUAE 등 원전 수출 확대와 함께 ‘원전 수출사업자 자가점검 프로그램’ 도입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기존 수출통제 검사 방식과 비교해 규제의 실효성과 사업자 책임 구조는 어떻게 달라질 것으로 보는가.
“기존에는 원자력플랜트기술수출허가 후 매년 일부 수출사업자를 대상으로 수시검사를 통해 수출통제 관리실태를 점검해왔다. 앞으로는 자가점검 프로그램을 통해 모든 원자력플랜트기술수출허가를 받은 사업자가 수출통제 제도를 자율적이고 주도적으로 준수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내부 점검체계를 유기적으로 구성한다면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동시에 현장 중심의 통제력을 높여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할 수 있다. 아울러 보고 및 검사 절차를 합리적으로 간소화하고, 위험도와 특성을 반영한 유연한 검사 주기를 도입할 경우 역량은 강화되면서도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IAEA 안전조치, 사후 규제 아닌 설계 단계부터 반영돼야
“핵안보도 결국 사람…교육과 인식이 방호 체계 좌우”
-불법 드론, 사이버 해킹 등 원자력시설을 둘러싼 위협이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가 기존 원자력시설 물리적 방호 및 사이버보안 개념을 어느 수준까지 바꾸고 있는지. 또 규제전문기관이 가장 경계해야 할 현실적이고 시급한 위협을 꼽는다면.
“불법 드론, 사이버 해킹 등 신종 위협이 빠르게 현실화되면서 원자력시설을 둘러싼 방호ㆍ보안 개념은 과거의 분절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물리적 영역과 사이버 영역을 함께 고려하는 통합적·입체적 방호 체계로 전환되고 있다. 기존에는 지상 경계 중심의 물리적방호와 외부 침입 차단 중심의 사이버보안이 비교적 독립적으로 다뤄졌다면 이제는 공중을 포함한 시설 전 범위의 물리. 위협과 디지털 시스템을 겨냥한 사이버 위협이 상호 연계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대응 개념이 재정립되고 있다. 이에 따라 조기 탐지와 상황 인지를 기반으로 한 능동적 지연·대응 능력, 그리고 설계·운영 전 과정에 보안을 내재화하는 ‘Security by Design’이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다양한 신종 위협이 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전문기관이 가장 현실적이고 시급하게 경계해야 할 위협은 여전히 사람과 차량을 매개로 한 전통적인 물리적 위협과 이를 사이버 취약점과 결합해 악용할 가능성이라고 판단된다. 사람은 정상적인 출입 절차를 기만하거나 인적 취약점을 악용해 핵심 구역에 접근할 수 있고, 사이버 영역에서도 시스템과 규제 체계를 실제로 운용하는 주체가 사람이라는 점에서 보안 인식의 부재는 물리ㆍ사이버 방호 체계 전반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요소이다. 아무리 정교한 기술적 보호 수단을 갖추더라도 이를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하고 유지하지 못한다면 실질적인 방호 효과를 담보하기 어렵다.”
-국제핵안보교육훈련센터(INSA) 문을 연지 어느덧 12주년이 됐다. 그간의 성과 및 향후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가.
“국제핵안보교육훈련센터(INSA)가 2014년 설립된 이후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는 핵비확산과 핵안보 분야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지속가능한 성과를 만들어 왔다. INSA의 설립은 2010ㆍ2012년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한국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공약의 이행으로 출발했으며, 이를 통해 한국은 핵안보와 핵비확산 교육·훈련을 국제적으로 제공하는 전문 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2년간 INSA는 핵안보, IAEA 안전조치, 전략물자 수출통제 등 핵비확산·핵안보 전 분야에 걸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해 왔다. 다양한 현장 실습을 포함한 체계적인 교육 과정을 통해 원자력도입국과 도입예정국의 공무원, 규제당국자,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제공했으며, 동남아시아, 중동, 동유럽, 아프리카 등 전 세계 다양한 국가에서 수백 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실용적인 교육훈련을 통해 개별 국가가 체결한 국제조약과 협약을 원활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인력양성을 지원하며 이는 한국의 원전 수출 및 평화적 원자력 이용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INSA는 그동안 축적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국제사회가 직면한 핵안보·핵비확산 과제에 책임 있게 대응하는 교육 허브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 제고는 물론 평화적 원자력 이용과 국제 안보 증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기여가 될 것이다.”
-UAE 바라카원전 건설 프로젝트는 ‘한-UAE 협력체계’ 구축은 물론 원자력플랜트기술수출허가제도의 도입, 원자력수출입통제시스템(NEPS, Nuclear Export and imPort control System) 고도화, 첫 핵연료 국제운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 경험이 체코 두코바니 등 후속 원전 수출 과정에서 KINAC의 역할을 어떻게 진화시키고 있는지.
“최초의 UAE 바라카 원전(BNPP) 수출은 우리나라 원자력 수출입통제 제도와 시스템의 완결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수입국인 UAE의 수출입통제 체계 구축을 적극 지원했으며, 양국이 원자력 수출입통제를 철저히 이행할 수 있도록 원자력협력협정에 따른 행정약정도 체결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축적된 제도 구축과 이행 노하우는 이후 원전 수출에서도 중요한 자산으로 활용되고 있다. KINAC은 이를 바탕으로 후속 수출 사업에서도 수출입통제 체계의 표준화와 제도화에 대한 기술적 지원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수출 대상국과의 상호 신뢰를 강화하고 국제 비확산 기준에 부합하는 수출국-수입국 간 협력 모델을 확산해 나가고 있다. UAE 바라카원전 건설 사업에서 쌓아온 양국간 협력 체계 구축, 수입국의 관리체계 구축 지원, UAE 수출입통제 정보관리시스템 구축 지원, 행정약정 체결 등의 이행 노하우가 활용되어 후속 원전 수출 과정에서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빠르게 협력 체계 및 정보관리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원장님은 KINAC 내부 출신이자, ‘금녀의 벽’이 두터운 원자력계 공공기관장에 여성으로 취임이라는 첫 사례를 남겼다. 이러한 배경이 기관 운영과 리더십에 어떤 강점 또는 부담으로 작용했는지, 또 조직을 이끌며 가장 중시해 온 원칙은 무엇인가.
“여성이라기보다는 KINAC 직원 출신이 더 강점이다. 먼저 기존 동료였던 직원들을 잘 파악하고 있어 보직자들을 잘 선정하고 그들에게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부여함으로써 각자 독립적인 규제분야를 잘 이행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수 있었고, 정책과 국제협력 및 기획 기능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조직을 정비했다. 조직을 이끌면서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리고 신규 직원들의 경우에는 다양한 분야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더 맞는 분야를 선택하면서도 각 분야별 연계성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노력했다. 또 하루의 시간 중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회사 생활이 조금 덜 불편해 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개선하고자 한다.”
-변화 속에서 국민과 산업계가 KINAC을 어떤 기관으로 이해해주길 바라시는지 원장님께서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린다.
“KINAC은 대한민국의 핵비확산과 핵안보를 책임지는 기관으로 쉽게 말해서 핵물질과 원자력 기술이 ‘잘못된 곳’으로 가지 않도록 감시ㆍ검증하고, 불법 핵물질 이동, 국제 신뢰 붕괴 같은 일어나면 안 되는 사태를 사전에 막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안전에 비해 존재감은 많이 덜한 것 같다. 그럼에도 국민에게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한민국의 원자력 신뢰와 국제 약속을 지키는 전문기관으로 인식되길 바란다. 산업계에는 규제전문기관이지만, 성장을 가로막는 기관이 아닌 ‘신뢰를 만들어주는 파트너’로 인식되고 싶다. KINAC의 핵비확산, 핵안보 업무가 국제기준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성과 국제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