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1일 베트남에서 열린 ‘원전 공급망 협력 세미나’에 참석한 레 마잉 끄엉 PVN 부사장(뒷줄 왼쪽에서 8번째)과 한승훈 한전 해외원전개발처장(9번째)을 비롯해 베트남 PVN과 팀코리아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전력공사
지난 3월 31일 베트남에서 열린 ‘원전 공급망 협력 세미나’에 참석한 레 마잉 끄엉 PVN 부사장(뒷줄 왼쪽에서 8번째)과 한승훈 한전 해외원전개발처장(9번째)을 비롯해 베트남 PVN과 팀코리아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전력공사

한국전력이 베트남 닌투언-2 원전 사업 수주전에서 주도권 확보를 위한 기반 다지기에 나섰다. 현지 발주처인 베트남 국가산업에너지공사(PVN)와 손잡고 공급망 협력에 본격 착수하면서다. 

한전은 현지시간 지난 3월 31일 베트남 남부 붕따우에서 닌투언-2 원전 사업자인 PVN과 함께 ‘원전 공급망 협력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베트남이 원전 도입 재추진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형 원전 도입 경험과 산업 생태계 구축 노하우를 공유하고 베트남 현지 산업 기반을 원전 공급망으로 연결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세미나에 앞서 한전은 PVN의 초청으로 자회사인 베트남 석유·가스 기술 서비스 공사(PTSC)가 운영 중인 항만 시설과 티바이(Thi Vai) LNG 터미널을 둘러보며 현지 산업 인프라와 공급망 구축 가능성을 직접 점검했다. 이는 향후 원전 기자재·물류·정비·시공 분야에서 현지 기업의 참여 가능성을 사전에 살펴보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날 행사에는 한전을 중심으로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한전원자력연료, 두산에너빌리티,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KNA) 등 이른바 ‘팀코리아’가 대거 참여했다. 원전 설계와 주기기 제작, 시공, 정비, 연료 공급까지 한국 원전 산업 전 주기를 대표하는 주요 기관과 기업들이 총출동한 셈이다.

PVN 측에서도 PTSC를 비롯해 VSP(Vietsovpetro), Petrocons, PV Power, VPI(Vietnam Petroleum Institute), PVU(Petrovietnam University) 등 주요 계열사와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베트남 측은 한국이 축적해온 원전 도입·건설·운영 경험과 함께 자국 산업 구조와 연계 가능한 공급망 구축 모델에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팀코리아는 한국 원전 산업이 걸어온 전 과정을 공유하며, 베트남 실정에 맞춘 중장기 공급망 구축 로드맵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현지 기업의 우선 참여 가능 분야 발굴 ▲전문 인력 양성 연계 방안 ▲기존 에너지·플랜트 산업 기반을 활용한 사업 참여 추진 ▲팀코리아와의 협력을 통한 단계적 공급망 구축 방안 등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특히 이번 협력은 베트남이 장기적으로 자국 내 원전 산업 기반을 형성하는 과정에 한국이 초기부터 함께 들어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원전 사업은 단일 플랜트 건설만으로 끝나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기자재 제작부터 정비ㆍ운영ㆍ인력양성ㆍ품질보증 체계까지 포함하는 만큼 초기 공급망 설계 단계에서 협력 구조를 선점하는 것이 수주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베트남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베트남 정부는 지난 3월 16일 ‘원자력 평화적 개발·활용 전략과 2050년 비전에 대한 결정문(제438호)’을 발표하고, 향후 원전 부대시설 건설과 설치 과정에서 자국 기업의 참여 비중을 전체 투자 규모의 약 3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향후 원전 도입 과정에서 단순 외국 기술 의존을 넘어 자국 산업의 참여와 기술 축적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것이다.

한전은 이 같은 정책 발표 직후 PVN과 공급망 협력 논의를 신속히 구체화하며 대응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한국이 베트남 원전 시장에서 단순 EPC 경쟁이 아닌 ‘현지 산업 생태계 동반 구축’이라는 차별화 전략을 본격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한전과 PVN은 지난해부터 원전 분야 협력의 물꼬를 터왔다. 양측은 기존에 원전 인력양성 협력 기반을 마련한 데 이어 이번에는 공급망 협력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며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한전 관계자는 “그간 이어온 인력양성 협력을 넘어 공급망 분야까지 파트너십을 확장한 것은 양사 원전 협력 관계의 중대한 진전”이라며 “앞으로 베트남 기업과의 호혜적인 협력을 통해 공급망 구축을 확대하고 양사 협력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향후 베트남 원전 사업을 둘러싼 본격 경쟁에 앞서 한국이 ‘원전 건설 경험’뿐 아니라 ‘산업 생태계 이식 능력’까지 함께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향후 베트남이 원전 도입 로드맵을 구체화할수록 이번 공급망 협력 논의는 팀코리아의 수주 전략에서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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