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에너빌리티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체코 두코바니(Dukovany)원자력발전소 5ㆍ6호기 핵심 주기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약 5조6400억원 규모로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핵증기 공급계통(NSSS, Nuclear Steam Supply System)와 터빈ㆍ발전기(Turbine Generator) 등 주기기를 제작, 공급한다고 16일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이는 단일 해외 원전 사업 기준 두산에너빌리티가 수행하는 주기기 공급 계약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대형 계약이다.
공시에 따르면 NSSS 공급 계약금액은 4조9289억6807만9043원, 터빈·발전기 공급 계약금액은 7111억628만8572원으로, 총 계약규모는 5조6400억7436만7615원이다. 부가가치세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두산에너빌리티의 2024년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최근 매출액 대비 각각 30.36%, 4.38%에 해당한다. 계약 기간은 2025년 12월 15일부터 2038년 4월 18일까지이며, 계약 종료일은 두코바니 6호기의 준공 예정일(Provisional Takeover Date)을 기준으로 설정됐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계약에 따라 2027년 11월부터 시작해 2032년까지 순차적 공급할 예정”이라면서 “공사 진행에 따라 대금이 청구, 지급되는 조건이며, 선급금은 없는 것으로 명시됐지만 향후 사업 진행 과정에서 계약금액 및 계약기간이 변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체코 두코바니 5ㆍ6호기에 건설예정인 노형은 1000메가와트(㎿)급 한국형 원전 APR1000이다. APR1000은 국내 운전 경험과 표준 설계를 바탕으로 안전성과 경제성을 강화한 한국형 원전 모델로, 유럽 원전 규제 요건을 충족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이번 계약에서 두산에너빌리티가 공급하는 NSSS는 원자로, 증기발생기, 가압기 등으로 구성된 원전의 핵심 설비로, 원자로에서 발생한 열을 안전하게 제어하고 1차 계통을 통해 증기로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터빈ㆍ발전기는 이 증기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설비로, 원전의 출력과 효율을 좌우하는 주기기다. 업계에서는 NSSS와 터빈ㆍ발전기를 모두 공급하는 기업을 ‘원전의 심장과 동맥을 동시에 맡는 사업자’로 평가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모든 가동 원전과 새울ㆍ신한울 등 최신형 원전 사업에 주기기를 공급해왔으며, 사우디아라비아ㆍUAEㆍ미국 등 해외 프로젝트를 통해 원전 주기기 제작 및 품질 관리 역량을 축적해 왔다. 이번 체코 두코바니 원전 계약을 통해 유럽 시장에서도 한국형 원전 주기기 공급사로서의 입지를 본격적으로 확대하게 됐다.
한편 한수원은 지난 6월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 남쪽으로 220km 떨어진 두코바니(Dukovany) 지역에 신규원전 2기(두코바니 5ㆍ6호기) 건설을 위해 국영전력회사 ČEZ의 자회사인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사(EDUⅡ)와 최종계약을 체결했다. 체코와 최종계약을 맺은 한수원은 EPC(설계·조달·시공) 주관사로서 팀코리아 참여 기업들과 후속 계약을 순차적으로 체결하고 있다.
이번에 두산에너빌리티가 핵심 주기기 공급을 담당하는 구조가 구체화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원전 수출에서 설계ㆍ연료ㆍ시공ㆍ주기기 공급을 아우르는 국내 공급망이 실질적인 사업 이행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원전산업계 복수의 관계자는 “두코바니 원전 주기기 계약은 단순 기자재 수출을 넘어 한국 원전 산업이 유럽 시장에서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향후 추가 원전 사업 수주 경쟁에서도 중요한 레퍼런스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주사 EDUⅡ는 발전소 설계, 인허가 및 각종 건설 준비 절차를 거쳐 2029년 착공 예정이며, 5호기는 2036년, 6호기는 2038년 가동을 목표로 총 사업비는 4070억 체코 코루나(한화 약 26조원)에 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