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션임파서블-고스트 프로토콜>에서는 주인공인 이단 헌트(톰 크루즈 분)가 핵테러를 멋지게 막아냈다. 하지만 현실는 이런 영웅이 나타나지 않기에 안심할 수는 없다.

현재 전 세계에는 약 2000t의 고농축우라늄과 약 600t의 플루토늄이 산재해 있으며, 핵 또는 방사성물질을 탈취하려는 시도는 매년 약 300건에 달한다. 2007년 남아공에서 괴한들이 핵물질을 탈취할 목적으로 원자력발전 시설에 침입하려다 적발됐고, 2010년과 2011년에 핵물질을 거래하려던 일당이 유럽의 몰도바에서 잡혔다. 테러집단인 알카에다가 지속적으로 핵물질 및 핵무기 관련 정보를 습득하려 시도하고 있어 핵 테러 위험을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고도의 기술로 치밀하게 진화된 사이버테러도 원자력시설을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슬래머 웜(worm)에 의한 미국 데이비스 베씨(Davis Besse) 원전 감염 등 2000년대 초반에 발생한 사건들은 통신망의 취약성에 의해 원자력발전이 양향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2010년 9월 스텍스넷(Stuxnet) 공격에 의한 이란 나탄즈(Natnaz) 원전의 우라늄 원심부리기 파괴 사건은 망이 분리된 원전 제어시스템에 USB를 통해 직접적 위협을 가했다.

이제 원자력관련 시설을 보유한 국가 혹은 그렇지 못한 국가라도 핵안보(Nuclear Security)와 사이버보안(Cyber Security)은 시대의 화두가 됐다.

◆CPPNM, 물리적방호 위반 “법적 처벌 가능한 조약”
외교부는 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과 공동으로 지난 23일부터 이틀간 ‘아시아 핵안보 국제워크숍(Asia’s Considerations of Nuclear Security)’을 하이브리드 방식(화상+대면)으로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워크숍에는 ▲일본 ▲중국 ▲태국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아프가니스탄 ▲호주 등 9개 국가의 핵안보전문가 30여명이 참석했으며, ‘핵ㆍ방사능 테러 방지’를 목표로 아시아 국가들이 직면해 있는 핵안보의 우려와 주요 관심사안 및 우선순위 등을 검토했다. 또 아시아 지역 내 핵안보 도전과제 해결을 위한 협력방안과 모범관행 등을 논의했다.

특히 이번 워크숍은 내년 개최예정인 ‘개정핵물질방호협약(A/CPPNM)’ 평가회의를 앞두고 아시아 지역의 핵안보 현황을 청취 분석하고, 9개 국가들의 협약에 대한이해를 증진하기 위해 IAEA와 미국 에너지부(DOE) 및 국무부 등 규제기관의 전문가들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핵물질방호협약(A/CPPNM, Amendment to the Convention on the Physical Protection of Nuclear Material)은 130여개 국가가 핵물질에 대한 적절한 물리적 방호조치를 이행하고, 관련 위협 등을 국내법에 따라 처벌토록 규정한 조약이다. 이 협약은 국제 핵안보 체제의 기반이 되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유일한 협약으로 우리나라는 2014년 5월에 가입했다. 이후 2016년 개정된 협약의 발효 5주년을 맞아 평가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며, 그에 앞서 우리나라 주관으로 아시아 지역 내 워크숍을 개최된 것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우리측은 지난해 9월 ‘한미 핵안보실무그룹’ 회의에서 이번 워크숍 개최 계획을 공유하고 미국의 참여를 제안했다. 이후 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사전 설문조사부터 워크숍 프로그램 구성에 이르기까지 한미 양국이 긴밀히 협력했다.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아시아 핵안보 국제 워크숍(Asia’s Considerations of Nuclear Security)’이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됐다. ⓒ사진제공=외교부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아시아 핵안보 국제 워크숍(Asia’s Considerations of Nuclear Security)’이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됐다. ⓒ사진제공=외교부

이날 박일 외교부 원자력비확산외교기획관은 환영사에서 국제핵안보체제 강화를 위한 ASEAN(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핵안보 역량강화 지원을 언급하며 “앞으로도 한국 정부가 IAEA와의 긴밀한 협의 하에 이러한 지역 협력 촉진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엘레나 부글로바(Ms. Elena Buglova) IAEA 핵안보 국장 또한 축사를 통해 “핵안보의 법적 기반인 A/CPPNM의 보편화와 협약의 충실한 이행이 중요하고, 한국정부가 아시아 지역 차원의 시의적절한 워크숍을 주최한 것”이라며 “CPPNM은 협력과 지원, 정보 교류의 활성화를 위한 토대” 동참하지 않은 국가들의 참여를 권장했다.

이번 워크숍은 ▲아시아 지역의 핵안보 우선순위와 대응노력 ▲핵안보 강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 ▲아시아 지역 이슈 패널토론(운송보안 및 핵감식)등 3개 세션으로 구성됐으며, 국내 전문가 KINAC과 IAEA, 미국 핵안보청(NNSA) 등 주요 연사들의 주제발표와 질의응답, 아시아 국가 전문가들의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아울러 ▲IAEA의 국제핵안보 체제 강화 노력 ▲미국과 한국의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한 핵안보 역량 강화 프로그램도 소개됐다.

특히 이번 워크숍에서 KINAC은 아시아 국가들의 ‘핵안보 인식’을 조사한 설문결과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원전을 보유한 국가는 시설에 대한 새로운 사이버위협과 사보타주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는 방사능물질을 이용한 테러를 우려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는 ▲핵ㆍ방사능물질의 탈취 및 불법거래 ▲핵ㆍ방사능 물질의 운송 보안(방호)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또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와 지역차원의 노력을 공유하자는 의견이 도출됐다.

A/CPPNM 평가회의 준비위원회 의장인 로버트 플로이드(Dr. Robert Floyd) 호주 핵비확산청장은 “이번 워크숍이 평가회의 논의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핵안보 이슈를 공유하기 위한 지역차원의 적절한 접근이었다”고 평가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번 아시아 핵안보 워크숍에서 도출된 결론은 2022년 3월 개최예정인 ‘A/CPPNM 평가회의’에서 아시아 지역 차원의 핵안보 특성을 분석하는데 활용돼 협약의 적절성 검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4번의 핵안보정상회의, ‘핵테러 없는 평화로운 세상’ 논의
한편 1960년대부터 원전 건설 등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핵물질의 국제적 이동이 활발해지자 이동 중인 핵물질에 대한 불법 탈취 등을 예방하고 핵연료의 안정적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핵안보 논의가 시작됐다.

1990년대 초에는 구소련이 붕괴되고 냉전이 종식되자 구소련 내 존재하던 핵물질과 핵시설의 폐기·감축, 보호 등이 핵안보의 주요논의대상이었다. 그러다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하자 테러리스트에 의한 핵무기 탈취, 그리고 이를 이용한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각심이 생긴 것이다.

2012년 서울핵안보정상회의 ⓒ인사이트N파워 자료사진
2012년 서울핵안보정상회의 ⓒ인사이트N파워 자료사진

2009년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프라하 선언’에서 핵 테러를 국제안보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규정하며 핵물질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을 제안하면서 핵안보정상회의(Nuclear Security Summit) 발족했다.

핵 문제와 관련한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로 2010년 4월 워싱턴에서 제1차 핵안보정상회의가 개최됐고, 미국과 중국 등 핵을 보유하고 있는 5개국과 핵확산금지조약 비회원국인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을 포함한 47개국과 국제연합, 유럽 연합, 국제원자력기구가 참가해 비국가 행위자에 의한 핵물질 악용 예방을 통한 핵안보 강화 방안을 주제로 논의를 펼쳤다.

제2차 회의는 2012년 3월 26~27일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렸는데,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는 53개국의 정상과 4개 국제 기구 대표 등이 참여하여 핵 테러 대응을 위한 국제적 협력 방안, 핵물질 불법 거래방지, 핵물질과 원전 등 핵 관련 시설들의 방호를 주요 의제로 책정·논의했다. 또 고농축 우라늄(HEU)을 최소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서울 코뮤니케’를 채택했다. 3차 회의는 2014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4차 회의는 2016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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