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혁신원자력시스템연구소장이 세계 SMR(소형모듈원자로) 개발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인사이트N파워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혁신원자력시스템연구소장이 세계 SMR(소형모듈원자로) 개발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인사이트N파워

소형모듈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2006년 설립한 원전기업 ‘테라파워’를 통해 2030년까지 SMR ‘나트륨’을 미국 내에서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공표하는 등 경제성, 안정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된 SMR 개발에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특히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주목한 기술도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지목한 차세대 첨단 원전도 바로 SMR이다. 10년 후 세계 원자력시장을 SMR이 주도할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혁신형 SMR’의 전략적 추진을 위해 국회 여야 의원들을 주축으로 정부와 산업계, 학계와 연구계가 한자리에 모였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과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혁신형 SMR 국회포럼’이 지난 14일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이날 포럼에는 두 의원을 포함해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 변재일 의원, 이광재 의원, 이용빈 의원, 조승래 의원(가나다 순),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 박성중 의원, 정희용 의원, 최형두 의원(가나다 순) 등 총 11명의 국회의원이 참여한다. 이밖에도 용홍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 김대자 산업통상자원부 국장, 장보현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장, 유연철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나기용 두산중공업 부사장, 정범진 경희대 교수, 조성경 명지대 교수, 강건욱 서울대 교수, 오승종 한국전력원자력대학원대학교 명예교수 등 원자력산업계, 학계, 연구계 및 정부 유관부처 주요 인사가 함께했다.

이원욱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나라는 한국형 원전의 건설, 개발,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관련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다만 원자력안전과 맞물려 확대되고 있는 SMR 글로벌 시장 선전을 위해서는 현안 이슈논의, 산업계 주도의 수출체계 수립 등 제도적 제반 장치 등 정부의 다각적 지원이 필요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포럼 출범을 계기로 SMR 개발의 방향에 대해 면밀하게 살펴보고, 향후 국회·정부가 함께 혁신형 SMR의 전략적 추진방안을 마련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영식 의원도 “이미 우리나라는 1997년부터 SMR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고, 지난해 연말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는 혁신형 SMR 개발을 위한 추진기반이 마련된 상태”라고 언급했다.

특히 김 의원은 “SMR은 재해와 오염 없는 차세대 원전으로 탄소중립에 가장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대안이며, 혁신형 SMR 개발 및 홍보를 통해 원자력에 대한 공포와 미신을 걷어낼 것”이라며 “앞으로 대국민 공감대 형성, 인허가 등 규제체계 정립, 수출 전략 수집 등에 포럼이 다양한 지원을 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산업계 대표로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한수원과 원자력연구원을 중심으로 원자력계 산학연은 2019년 9월 SMR 개발 추진전략을 수립하고, SMR추진위원회를 꾸려 약 1년간 여러 차례 협의를 통해 혁신형 SMR 개념(안)과 최상위 요건을 도출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그리고 지난해 12월 28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9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는 한국형 소형모듈원자로인 ‘혁신형 SMR(iSMR, innovative-Small Modular Reactor)’ 개발을 공식화 한바 있다”면서 “올해 1월에는 한수원 자체적으로 50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혁신형 SMR 개념설계 및 기본설계’ R&D 과제로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오는 8월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해 ‘혁신형 SMR’ 사업의 타당성 확보 및 재원마련을 위해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며 “우리가 보유한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산학연관이 합심해 개발하면 한국형 SMR이 향후 수출시장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 확신한다”며 앞으로 포럼의 적극적인 지원을 거듭 당부했다.

‘혁신형 SMR 국회포럼’이 지난 14일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사진제공=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수력원자력
‘혁신형 SMR 국회포럼’이 지난 14일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사진제공=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수력원자력

◆한국형 혁신SMR “WhyㆍHow 개발할 것인가”
SMR(Small Modular Reactor, 소형모듈원자로)은 전기출력 300MW 이하의 전력을 생산하며, 공장제작, 현장조립이 가능한 원전으로 소형이라는 특성을 이용해 전력망과 무관한 분산형 전원, 수소생산, 해수담수화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이날 포럼 출범식에서 첫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혁신원자력시스템연구소장은 “세계 노후 상용원전은 상당수(48기)가 500MW급 이하로 300MW 이하의 전력을 생산하는 SMR이 노후 상용원전의 대체 시장에 큰 잠재력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또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에서 2035년까지 65~85GWe(1GWe는 원전 1기 설비용량)의 SMR이 건설될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저렴한 건설비로 투자리스크도 적어 원자력 발전 분야의 세계적 트렌드가 될 것이라는 예상했다.

임 소장은 “2030년을 전후해 확대가 예상되는 세계 SMR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원전 설계기술을 보유한 모든 국가에서 70종 이상의 모델을 보유하고 있거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용량의 원전 수출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우리나라도 혁신기술이 집약된 ‘한국형 혁신소형모듈형(iSMR)로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한곤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장은 2012년 표준설계인가를 받은 SMART(중소형원자로)를 개량해 경제성, 안전성이 대폭 향상된 ‘혁신형 SMR’을 현재 개발 중이라고 언급했다.

김 원장은 “SMR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시킨 원자로”라며 “공장제작, 현장조립이 가능하며 소형이라는 특성을 이용해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한 분산형 전원 구축에 적합하다. 게다가 수소생산, 해수담수화 등 전력생산 이외의 산업에도 다양하게 접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 원장은 “혁신형 SMR은 붕산을 사용하지 않아 원자로폐기물을 대폭 감축하고, 전기가 필요없는 안전계통과 강력한 내진설계 등 인허가기반 연구가 필요한 혁신 개념”이라면서 2028년까지 인허가 획득 후, 2030년 본격적으로 원전 수출시장에 뛰어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김한곤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장이 한국형 혁신소형모듈원자로(iSMR)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인사이트N파워
김한곤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장이 한국형 혁신소형모듈원자로(iSMR)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인사이트N파워

◆SMR “빠른 사업화, 규제제도 확립 반드시 우선돼야”
한편 이날 참석자들은 ‘탄소중립’이라는 변혁의 시대에 에너지 생산효율은 높으면서 안전성이 극대화된 새로운 개념의 SMR 노형 개발이 원전산업계 활성화와 기술력 유지를 위한 신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SMR의 빠른 사업화 성공을 위해서는 인허가를 적기에 획득하고, 규제제도의 확립이 반드시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이에 장보현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장은 “SMR 개발과 규제가 처음부터 함께 진행돼야 사업이 성공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규제의 독립성 차원에서 원자로노형 개발인 R&D부터 원안위가 참여한다는 것은 기관의 목적에 맞지 않다”면서 딱 잘라 말했다.

세계 최고의 안전성을 확보한 ‘혁신형 SMR’이라도 규제와 진흥이 각자의 업역이 다름을 명확히 했다. 장 사무처장은 “사용후핵연료(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관리)와 다르게 ‘혁신형 SMR’ R&D를 함께 하면 원안위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면서 분명히 선을 그었다. 다만 “최대한 협조해서 업계와 발맞춰 갈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혁신형 SMR’ 상용화를 위해서는 개발사업이 ‘원자력계 프로젝트’로 남아서는 안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조성경 명지대 교수는 “‘혁신형 SMR’ 개발이 원자력계 프로젝트가 아닌 다른 산업과 연계해서 ‘대한민국 핵심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SMR을 왜, 어떻게 개발 할 것인지에 대해 언급했지만 사실 누가, 누구와 함께 개발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덜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조 교수는 “대형원전은 원자력계가 주인공이었지만, SMR은 다른 무엇인가를 빛나게 해주는 조연으로서의 역할을 할 준비를 하지 않으면 또 다른 ‘원자력계 프로젝트’로 어려움(脫원전 등)을 반복하게 될 것”이라며 “SMR에 쏟아 붓는 열정과 기술력 이상으로 원자력의 치명적인 약점인 사용후핵연료(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도 적극적으로 보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규제기관(원자력안전위원회‧KINS)이 SMR 개발에 참여 할 수 없지만 선제적으로 규제기준을 제시해주면 산업계는 개발에 효용성이 훨씬 더 높아지기 때문에 이는 충분히 규제기관이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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