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정재훈 한수원 사장(맨 왼쪽)과 밀란 소모노브스키(Milan Simonovsky) 체코 전력산업계연합(CPIA) 이사회 의장(맨 오른쪽)이  체코 산업부 청사에서 문승욱 산업부 장관(왼쪽에서 두번째)과 카렐 하블리첵 체코 부총리 겸 산업부 장관이 임석한 가운데, 협력 양해각서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지난 18일 정재훈 한수원 사장(맨 왼쪽)과 밀란 소모노브스키(Milan Simonovsky) 체코 전력산업계연합(CPIA) 이사회 의장(맨 오른쪽)이 체코 산업부 청사에서 문승욱 산업부 장관(왼쪽에서 두번째)과 카렐 하블리첵 체코 부총리 겸 산업부 장관이 임석한 가운데, 협력 양해각서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10년 전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수출하던 그날처럼 반드시 체코 신규원전 수주를 성공해 ‘K-원전’의 유럽행 티켓을 따겠다.”

현재 수출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로 점쳐지고 있는 ‘체코 신규원전 건설사업 수주’에 국내 원자력산업계가 집중하고 있다. 특히 체코가 상반기 중에 한국과 미국, 프랑스를 두고 입찰자격심사에 해당하는 안보평가 질의서를 발급할 예정인 가운데 정부와 한수원이 체코 현지에서 수주를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문승욱 장관과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8일 안드레이 바비쉬(Andrej Babis) 체코 총리와 카렐 하블리첵(Karel Havlíček) 산업통상부 장관을 만나 원전 수출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두코바니(Dukovany) 1~4호기와 테멜린(Temelin) 1·2호기 등 6기의 원전을 운영 중인 체코는 기존 두코바니와 테믈린 지역에 2040년까지 1000~1200MW급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 중 사업비 약 8조원 규모의 두코바니 원전 1기를 내년까지 발주한다. 올해 말까지 잠재 공급국의 안보평가를 진행해 입찰 참여 공급국을 결정할 예정이며, 2023년까지 입찰서 평가 및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 2029년 건설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한국은 경쟁국인 중국과 러시아, 프랑스, 미국에 비해 열세에 놓여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과거 체코가 대부분의 원전 건설을 러시아에게 맡겨온 점도 어두운 수주 전망에 한몫을 했다. 그러나 체코 정부가 안보를 이유로 지난 1월과 4월 각각 중국과 러시아를 신규 원전사업 잠재공급국에서 완전히 배제하면서 최종 수주전(戰)에는 ▲한국(한수원) ▲미국(웨스팅하우스) ▲프랑스(EDF) 등 3개국이 이름을 올리게 됐다.

체코 정부는 이달 중으로 3개국에 안보평가 질의서를 발급할 계획이다. 안보평가엔 주공급사, 주하도급사 및 컨소시엄 구성과 지분구조 등 공급자의 입찰참여 조직구조, 사이버 안보요건, 원자력 안전 측면의 제어계통 요건, 전체 공급망 품질관리와 기술이전 등에 대한 요건 충족 여부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문 장관과 정 사장이 체코 방문길에 올라 적극적인 ‘한국형 원전’ 세일즈 활동에 나선 것은 체코 정부의 안보평가를 앞두고 한국이 최적의 파트너임을 강조하는 동시에 사업을 수주할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하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산업부에 따르면 바비쉬 총리를 만난 문 장관은 현재 진행 중인 다수의 해외원전 건설 공기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건설한 UAE 원전은 계획된 예산과 공기를 준수한 대표적 성공사례임을 소개하고 체코 원전사업에서도 적정 예산과 적기 시공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특히 문 장관은 방위사업청 차장 근무 시절 체코의 무기 산업을 접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체코의 제조 기술력과 한국의 원전 전문성이 결합된다면 체코 원전사업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또 바비쉬 총리와 하블리첵 장관의 한국 방문을 요청하고 방문이 성사될 경우 본인이 직접 동행해 한국 원전의 안전성과 우수성을 확인시켜 주겠다고 했다.

이에 바비쉬 총리는 체코 원전에 대한 우리나라의 적극적 참여 의지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바비쉬 총리는 “한국이 체코 입장에서 안보 리스크가 없고 중국·러시아의 체코 원전사업 참여에 반대했던 야당들도 한국에 대해서는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있어 입찰 참여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한국기업과의 협력을 위해 하블리첵 산업통상부 장관으로 하여금 체코 원전기업 사절단을 구성해 한국을 방문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문 장관은 하블리첵 장관과의 면담에선 우리 기업의 원전사업 관리 능력과 경험, 체코 원전 수주를 위한 사전준비 상황을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문 장관은 “한국이 지금까지 국내 26기, 해외 1기 등 총 27기의 원전을 건설했고 현재 국내 4기, 해외 3기 등 7기의 추가 원전 건설을 진행하고 있는 등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팀코리아’ 꾸린 한수원…웨스팅하우스ㆍEDF보다 우위선점 ‘물밑작업’ 총력
한편 정재훈 사장 역시 체코 주요 인사들과 차례로 만나 신규원전 사업에 대한 한수원의 확고한 참여 의지를 표명하는 등 경쟁 사업자인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 EDF보다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물밑작업에 주력했다.

정 사장은 18일 장관 면담에 배석해 한국이 체코 원전사업을 수주할 경우 체코기업이 한국기업과 함께 원전사업에 바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이미 160여개의 체코 기업과 협력관계를 구축했고 원전기술 R&D 및 원전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협력사업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블리첵 장관은 체코기업의 원전사업 참여 비중이 사업자 선정을 위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면서 한국의 준비상황을 높이 평가했다.

실제로 한수원은 지난해 7월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 수주전에 대비해 한국전력기술과 한전원자력연료, 두산중공업, 대우건설 등과 ‘팀 코리아(Team Korea)를 꾸렸다.

이날 한수원은 현지화 확대를 위해 체코전력산업계연합(CPIA) 및 원전 주요기자재 제작·설계사인 Sigma와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현지 기업·기관과 신규원전 수주를 위한 협력 관계를 공고히 했다.

특히 정 사장은 체코 의회에서 원자력상임위원회 소속 의원 및 야당 대표와 면담을 갖고 한국의 뛰어난 원전 건설 능력과 안전성을 소개하고 한수원의 사업수행 역량을 알리는 시간도 가졌다.

앞서 17일에는 원전건설 예정지역 지자체 연합인 두코바니지역협의회 의장 및 지자체 시장 등을 만나 신규원전 건설 지역 사회복지시설 및 학교 등에 지원할 세탁기와 교육용품 등 5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전달했다. 또 2018년부터 시행중인 체코 현지 아이스하키팀 후원에 대한 연장 협약을 맺었다.

하블리첵 장관은 정 사장과의 만남에서 “한수원이 두코바니 원전 예정 지역 주민들을 위해 사회공헌 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지자체의 호응도 중요한 평가요소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정 사장은 “체코 원전 산업계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원전 건설 예정지역과의 우호적 관계를 보다 돈독히 다짐과 동시에 한국형 원전의 안전성과 우수한 건설 능력을 기반으로 체코 신규원전 사업을 반드시 수주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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