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구온도 상승폭을 1.5°C 이하로 낮출 방법은 탄소중립 뿐이다. 탄소중립(Net Zero·넷제로)이란 화석연료 사용 등 인간 활동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최대한 줄이고, 불가피하게 배출된 온실가스는 산림·습지 등을 통해 흡수 또는 제거해서 실질적인 배출이 ‘0’이 되도록 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에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은 원자력은 기후변화에 대항하는 싸움에서 ‘우리의 최고의 무기(our best weapon)’로 비싸지 않고(affordable) 안정적이며(stable) 독립적인(independent) 에너지임을 재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원자력발전를 축소하고, 재생에너지 대폭 확대를 통한 탄소중립 이행 목표인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사실상 확정했다. 하지만 원자력계 및 과학계 안팎에서는 “원자력을 배제하고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라고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9월 1일 ‘제34대 한국원자력학회장’에 취임한 정동욱(사진ㆍ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회장은 “원자력은 지난 50여년간 무려 60억t의 탄소저감에 기여했고, 지금 이 시간에도 매년 2억t 가량의 탄소저감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에너지로서 그 가치를 인정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원자력이 제 아무리 위험하다 해도 기후위기의 위험성에 비할 수 없다. 또한 사용후핵연료 처분이 아무리 어렵다 해도 공기 중의 탄소를 제거하는 것보다 어려울 수 없다. 원자력이 탄소중립 시대에 반드시 가져가야 할 에너지인 이유”라고 덧붙였다.

특히 정 회장은 “지난 4년간 원자력 공급 산업체의 매출은 30% 가까이 감소하고, 원자력공학을 전공하는 재학생수 역시 20% 넘게 줄어드는 등 원자력계가 위축됐다”면서 “원자력연구도 써먹을 데가 사라진다면 그 가치가 하락할 것임은 분명한데 이 시대의 사명인 탄소중립 실현과 원전 생태계 유지를 위해서 탈원전의 실패를 인정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탄소중립 정책이 수립되고, 대통령 및 지자체장 선거가 잇따라 진행되는 등 원자력계 안팎으로 매우 중요한 시기에 학회장을 맡게 됐다”며 “학회장으로서 원자력의 가치를 알리고 탄소중립에 필수적인 에너지로서 정책에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한국원자력학회장에 취임한 것을 인사이트N파워 독자들을 대신해서 축하드린다. 학회장 취임 소감과 더불어 비록 1년이지만 앞으로 학회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
“학회의 가치는 전문가들 간의 교류의 장을 만들고 학문분야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학회의 본연의 목적인 학술대회 학술지 발간을 통해서 원자력 학문의 발전과 또 그 기술의 용에 이바지 하도록 하겠다. 이런 관점에서 원자력학회가 발간하는 논문지 ‘Nuclear Engineering and Technology’의 성장은 괄목할 만하다. 저널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임팩지수로서 원자력과학기술분야로 분류된 전문학술지는 5번째이고, 원자력공학 일반을 다루는 논문지로서는 1위이다. 저널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또한 학문의 발전 뿐 아니라 원자력의 가치를 알리는데도 지속적인 노력을 할 것이. 이미 지난 1년간 각종 기고, 유튜브, 뉴스레터, 시민단체의 교육지원 활동 등을 통해 원자력의 가치를 알리는 활동을 해왔지만 올해에도 이러한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다. 이번 추계학술발표회에서 ‘학회장 특별세션’을 기획한 것도 이런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탄소중립 시대에 원자력의 전망과 과제에 대해 논하는 특별 센션으로서 과거 학술대회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세션을 기획했고 내년 춘계학술대회에도 학회 회원 뿐 아니라 비회원들도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로 특별세션을 기획할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 취임 이후 국내 원자력계는 ‘원자력빙하기’가 도래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지금의 원자력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원자력산업이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다. 원전설비공급업체의 매출은 30%나 감소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정부는 60년가는 탈원전이라서 문제 없는 탈원전이라고 하지만 6개의 신규원전 계획이 취소되어 미래시장은 사라진 것과 같다. 성장하지 않는 산업은 곧 사라지는 산업을 의미하는데, 이런 상황이니 원자력을 전공하고자 하는 후속세대들도 선챡을 기피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학석박사를 포함헤서 원자력전공 학생은 대략 20%가 감소했지만 연구부문은 크게 변화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해양원전, 소형모듈원전 등, 그래도 미래를 대비하는 원자력연구가 지원됐다. 그런데 연구결과를 써야 하는 산업이 사라지는데, 연구가 지속될 수는 없다. 또 연구를 이어받을 후속세대가 양성되지 않는데 지속가능하고 수월성 있는 연구가 될 수가 없다. 지금은 그나마 신고리 5‧6호기 사업이 있고 영구정지(폐로)에 들어간 발전소도 월성 1호기 뿐이지만 향후 10년에는 매년 1기 꼴로 원전이 폐로된다. 차기 정부에서도 탈원전 정책이 지속된다면 산업은 본격적인 빙하기를 맞을 것이고 연구 역시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우수한 인력이 원자력을 전공하지 않을 뿐더러 원자력을 전공하더라도 자의든 타의든 다른 산업분야로 가는 학생이 늘어날 것이다.”

-과거 일련의 사건들로 원자력산업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에서 원자력사업자와 관련 연구자(과학자)들이 말하는 ‘대한민국 원자력의 공학적 안전성’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
“고리 1호기 정전사고(SBO) 은폐시도, 시험성적서 및 품질보증서류 위조 등 10년 전에 발생한 사건들로 원자력계가 국민의 신뢰를 잃어 버렸던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또 격납건물 부실공사로 3년이나 보강공사 중인 원전이 있다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안전의 한 축은 기술적 보장이지만 또 한 축은 믿음, 즉 신뢰의 문제이다. 아무리 공학적으로 안전하다고 설명하고 중명한다 하더라도 그 결과를 국민들이 믿지 않는다면 안전이 달성됐다고 얘기하기 어렵다. 이런 믿음을 얻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체르노빌 사고 후 25년간 전세계 450여기 원전이 사고 없이 운영해 신뢰를 얻었다. 불행이도 2011년 후쿠시마 사고로 다시 신뢰를 잃었지만 국민신뢰의 관점에서 볼 때 최근 학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원전에 대해 국민의 70%이상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30%의 국민들도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원자력종사자들은 더욱 안전관리에 힘써야 한다. 또 기후위기가 원전보다 더 큰 위협으로 지구촌에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원전에 대한 안전감독을 더 철저하 하면서 기후위기에 대처하자는 인식이 커지고 있어 원전에 대한 신뢰는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안전의 최대의 적은 ‘설마’이고 ‘설마’에 대한 최선의 방책은 ‘혹시’인데, 모든 원자력 종시자분들이 이런 자세로 업무에 임해주시기를 바란다.”

-최근 유럽연합(EU) 10개 국가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원자력발전이 포함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기고문을 통해 “원자력은 기후변화의 싸움에서 ‘우리의 최고의 무기’이다.(Nuclear power is our best weapon in the fight against climate change)”이라고 밝혔다. 반면 탄소중립위원회는 2050년까지 탈원전 정책에 따라 순차적으로 원전을 폐쇄해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6~7%로 대폭 축소한다는 시나리오를 발표하며 역행하고 있는데.
“기후위기는 인류생존의 문제이며, 탄소중립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탄소중립의 첩경은 에너지 이용의 전기화와 전기생산의 무탄소화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무탄소 에너지원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뿐이다. 수소에너지가 있다고 하지만 이를 만들려면 역시 무탄소에너지원이 필요하니 원자력의 이용이 필수불가결 할 수 밖에 없다. 탄소중립위원회가 탈원전 정책을 유지하는 현재의 정부 기조를 바탕으로 원자력의 비중을 계산하니 2050년에 6~7% 밖에 안나오는 것이다.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현실성을 갖고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부담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원자력을 도외시 해서는 안된다. 정책은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2017년 탈(脫)원전을 천명할 때 탄소중립이 이렇게 빨리 요구될 지 예상을 못했을 것이다. 탄소중립이 세계 에너지전환의 명제가 된 만큼 정책의 유연성을 발휘해서 탈원전 고집을 버려야 한다.”

ⓒ인사이트N파워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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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 나서는 것은 원자력계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최근 탄소중립기술특별위원회는 탄소중립을 실현할 중점기술에서 SMR은 제외하지 않았는가. 국내에서 SMR이 상용화 시점(2050년)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이유인데, SMR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SMR은 코 앞에 있는 기술이다. 지금 당장 우리나라에서 건설해도 SMART 원자로 가지고 지을 수 있다. 짓지 않는 이유는 비싸기 때문이다. 기술이 아무리 우수해도 시장에 성공하려면 적정한 가격에 공급이 가능해야 한다. 이런 소형모듈원전의 경제성을 돌파하고 시장진출의 목전에 있는 것이 미국의 뉴스케일 원전이다. 모듈 시스텐을 처음으로 구현해서 경제성을 높였다. 시장에서 증명해야 하는데, 첫 호기라서 조금 연기가 되는 것 같지만 2030년이 됙 전에 상업발전을 하겠다는 계획은 분명해 보인다. 첫번째 원전이 성공한다면 그 다음에 밴드웨곤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우리도 준비해야 한다. 미국에 비해 우리가 뒤쳐졌지만 그래도 SMART 원자로 기술이 있어서 해볼만 하다. 최근 프랑스도 SMR로 원전 확대를 들고 나왔다. 2050년에 불가능하다면 프랑스, 영국은 국가들이 탄소중립의 핵심기술로 삼았겠는지 오히려 묻고 싶다.”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ㆍ4호기 건설재개를 위한 서명인원이 100만 명을 넘어섰다. 지속된 서명운동과 원자력 인식개선 활동 결과 국민이 원자력의 지속적 이용에 찬성할 정도로 원전에 대한 국민 인식은 많이 호전됐다. 실제로 국민 3명 중 2명은 탈원전에 반대한다는 사실이 지난 3년간 학회가 실시한 원자력 인식조사에서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지 않나.
“탈원전 정책의 다른 효과가 국민들이 원자력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됐다. 실제로 신문에 원자력 관련 기사가 나면 댓글들의 수준이 4년전에 비해 달라졌다. 원자력을 보다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안전과 위험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댓글들도 과거 보다 먾이 눈에 띈다. 100만명 서면도 이런 학습 효과로 인해 국민여러분들이 많이 참여해 가능하게 됐다. 원전의 이용에 대한 찬성도 꾸준히 60%이상 나오고 최근에는 70%까지 나왔다. 특히 20대 젊은 층의 지지도 돋보인다. 학회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탄소중립시대에 원자력의 가치를 알리는 활동의 꾸준히 해나갈 것이며, 아울러 신뢰를 잃기는 쉬워도 얻기는 힘들다는 말을 각인하고 더욱 맡은 바 직무에 충실해 주시기를 당부한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논쟁, 신규원전 건설재개 갈등,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 등 국내 원자력계 당면과제가 산적한 지금의 상황에서 원자력계의 핵심단체인 ‘한국원자력학회’의 역할이 더 부각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학회는 비대면(Untact) 학술논문발표회를 도입하고, 유튜브 ‘원자력이소TV’ 채널를 운영하는 등 온라인을 통해 원자력계를 벗어나 다양한 세대와 소통하는 노력이 돋보인다.
“격려 말씀에 감사드린다. 사회적 갈등의 원인에는 정치적, 경제적 충돌, 심리적 저항 등 여러 요소가 있지만 그 중에 하나가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 부족이 될 수가 있다. “알고 봤더니 그러네”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여러 갈등의 기저 요소를 해소하는데 학회가 가장 기여할 수 있는 것은 학회 회원인 전문가들이 원자력 이슈를 쉽게 설명하고 이를 전파하는 것이다. 원자력이소TV는 그런한 목적으로 시작했다. 또 뉴스레터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의 원자력소식과 국내 원자력종사자들의 의견을 원자력계 내외부에 알리기 위해 지난해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발간했는데 조만간 8번째 뉴스레터를 발간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원자력 바로 알리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1 한국원자력학회 추계학술대회’가 온오프라인으로 열렸다. 원자력과 관련된 최신 논문들이 발표됐는데, 전체 논문편수 중 외국학생들의 논문편수가 꾸준히 증가 추세로 명실 공히 국제학술대회로 거듭나고 있다 평가하는가.
“이번 추계학술발표회에는 12개 분과로 나눠 455편의 논문이 발표되는데, 외국인 발표는 유학생을 포함해서 20편 정도이다. 학회가 국제적인 학술대회는 아니라서 외국 전문가들이 본격적으로 논문을 내지는 않다. 따라서 국제학슬대회하고는 성격이 다르다. 다만 학회 논문은 영어작성이지만 발표는 한국어와 영어로 할 수 있다. 학회의 연구부회에서는 열수력워크숍, PSA 워크숍 등 특정 주제에 대한 국제협력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갖고 있다. 특히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모두 원자력 기술이 상당하다. 학회가 전면적인 국제학술대회를 추진하기 보다는 아시아 지역의 국가들과 우선 학술교류회를 갖는 것은 해볼만하다. 아울러 국내의 탈원전 이슈가 어느정도 해소되면 추진해 볼 수 있다.”

-끝으로 원자력계 희망이 될 메시지를 부탁드린다.
“원자력은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인류가 포기할 수 없는 기술이자 과학이다. 탄소중립의 선도자로서 역할 뿐 아니라 인류가 억조창생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개척해야 할 우주를 생각해 보면 원자력 없이 답이 없다. 달과 화성에 유인기지를 세운다면 그 에너지는 원자력만이 가능하다. 인류의 생존과 억조창생을 위한 에너지, 여기에 자부심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그 자부심을 위해서 원자력종사자 모든 분들이 우리들 자신과 우리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과 열정을 가져 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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