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원전의 수출 1호인 UAE 바라카원전에 KEPIC의 적용을 계기로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는데, 최근 새 정부의 강력한 원전수출 지원정책에 KEPIC 역시 ‘Global Standards’로 성장하기 위한 대항해의 닻 올렸다.”

기술기준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전력산업계에도 대들보 구실을 하는 단체표준이 있다. 바로 전력산업기술기준(KEPIC, Korea Electric Power Industry Code)이다. KEPIC은 전력설비의 재료, 설계, 제작, 시공, 시험, 검사, 운전 및 보수 등에 필요한 기술 및 제도적인 요건을 집대성한 전력산업계 단체표준이다. 1987년 기술독립의 필요성에 의해 개발된 KEPIC은 국내의 많은 전력설비에 적용되며 기자재 품질향상 및 전력설비 안정성에 큰 기여를 해왔다.

김창수(사진) 대한전기협회 KEPIC본부장은 “KPEIC은 경제적인 효과도 있겠지만 기술자립이라는 측면에서 더 큰 시너지를 발휘했다”면서 “특히 국내 원전수출의 효시인 UAE 원전 건설에 KEPIC이 전면 적용됨에 따라 KEPIC의 국제적 확산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고, 시장 지배력이 강한 사실상표준(ASME)에 적극 대응할 만큼의 위치에 올랐다는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본부장은 “KEPIC이 미국기계학회(ASME), 미국전기전자학회(IEEE)와 대등한 분야가 늘어나고 결국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차별화 된 국제표준(Global Standards)으로 거듭나기 위한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다행히 윤석열 정부가 원자력산업 생태계 복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KEPIC 적용 확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2030년까지 원전수출 10기 달성 및 독자 SMR 노형 개발(약 4000억원 투입)을 목표를 내세운 정부의 외교세일즈에 힘입어 신규 원전 건설과 관련해선 사업자 선정이 임박한 체코와 폴란드 수주전(戰)의 모델인 APR1000 노형에 KEPIC 전면 적용돼 글로벌 표준에 한걸음 더 가까워지는 기회가 만들어질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협회는 ‘2022 KEPIC-Week’ 행사와 연계해 체코 원자력산업계 주요 인사들을 초청, 지난 15일 ‘한-체코 원자력에너지 특별세션’을 마련하고 ▲APR1000 노형의 안전설계 및 리스크기반 안전등급 분류 ▲체코 원전산업과 기술기준의 적용 ▲체코 원자력 규제체계 및 규제규칙 등을 발표하며 양국간 기술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김 본부장은 “체코 정부의 원전특사(State commissioner for nuclear energy)를 역임한 쟌 슈틀러(Ján Štuller)씨를 비롯해 체코 원자력규제위원회 관계자들이 참석해 체코의 신규 원전 도입계획을 상세히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 K-원전이 동유럽 진출 시에 필요한 정보들을 습득하는 유익한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한편 올해로 19회째를 맞는 ‘2022 KEPIC-Week’이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제주시 소재 라마다프라자호텔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KEPIC-Week는 전력산업계 종사자들이 화합과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대표적인 소통의 장이다. 국내외 기술변화에 따른 정보교류와 제도 및 기술요건 개선을 위한 의견수렴 등 전력산업계 전반적인 기술력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2003년부터 매년 개최돼 왔으며, 전력산업계 최대 행사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같이 ‘신뢰받는 글로벌 표준화 리더, KEPIC’이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전문분야별 174여 편의 논문이 발표됐으며, KEPIC 유지관리 활성화를 위한 위원회를 비롯해 원전해체, SMR(소형모듈원자로) 및 디지털전환 등 신사업 시장에 진출하려는 업체들이 상호 간에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다양한 주제의 워크숍도 개최됐다.

김 본부장은 “전 세계가 하나로 통하는 글로벌 시대에 표준은 국가경쟁력 우위확보를 위한 전략적 도구이자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말 그대로 ‘표준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에 협회는 ‘KEPIC 2030 중장기계획’을 통해 표준화 역량을 글로벌 탑(TOP)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미래비전을 설정하고 ‘신뢰받는 글로벌 표준화 리더, KEPIC’이라는 주제에 멈출 수 없는 무한도전의 열정까지 담았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5년 주기로 5회에 걸쳐 KEPIC이 발행됐는데, 특히 7단계 사업(2016~2020년)으로 추진된 KEPIC 2020년판의 경우 총 7개 분야 542종으로 구성된 8만6007페이지의 방대한 자료로 집대성돼 국·영문판으로 발행됐다. 2030 중장기계획(8․9단계)에는 ▲표준화 경쟁력 강화 ▲신산업∙신기술 표준개발 확대 ▲국제화 추진 ▲미래지향적 서비스 제공 ▲수출지원 협력 확대 등 5대 전략방향과 총 22개 세부 추진과제를 설정했다.

다음은 김창수 본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19회째를 맞이하는 ‘KEPIC-Week’가 성황리에 마쳤다. 올해 주제가 담고 있는 의미를 설명한다면.

“전력산업과 KEPIC의 발전방향이다. 사실상 국제표준의 역할을 하는 미국기계학회(ASME), 미국전기전자학회(IEEE)의 가장 큰 강점은 새로운 기술변화에 대한 표준화를 신속히 진행하며 수많은 산업계 전문가가 표준 개발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이에 협회도 이러한 표준개발기관들과 미래 기술 표준화 부분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소형모듈원전(SMR), 디지털변환, 원전해체, 핵융합 분야 표준화를 진행 중이거나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또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 기술을 도입한 스마트 e-Book 시스템 개발, KEPIC형 디지털트윈 시스템 개발, 가상현실 교육시스템 개발 등 사용자 편의성 부분에서는 글로벌한 선두기관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KEPIC 2030 중・장기 계획’의 비전인 산업계로부터 신뢰받는 글로벌 표준화 리더로서의 KEPIC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최근 정부가 원자력산업 분야 대형 연구개발(R&D) 사업을 본격 추진하며,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개발’과 ‘원전해체 기술개발’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지난 5년 동안 KEPIC본부는 원전해체 분야 ‘표준화’를 추진 중인데, 현재까지 진행사항은.

“협회 KEPIC본부는 2014년부터 원전해체 분야의 표준 개발 방향에 대하여 고민을 시작했고, 2019년 원전해체 산업육성 전략에 중점과제인 제도 기반구축의 일환으로 해체 표준 KEPIC 개발이 반영됐다. 현재 해체 분야의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사용자들이 표준을 통해 편하게 역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안을 강구하는 중이다. 그간 KEPIC은 원전해체 분야의 표준개발을 위해 전 세계 해체 관련 문헌을 조사했으며, 그 중 우리나라에 도입을 할 만한 표준화 참고자료 21종을 선정했다. 또 원전해체 공정에서 표준이 필요한 사항으로 해체 원전 방사선학적 특성평가 표준화(안) 등 44개의 표준화 과제를 도출한 바 있다. 도출된 과제는 ‘원전해체 표준화 기획위원회’를 통해 과제별 중복성 및 시급성을 평가해 18개 표준화 과제로 통폐합했으며, 현재 원전해체 표준화 세부 과제 개요서를 작성 중이다. 또한 원전해체 예타 사업의 통과로 현재 진행 중인 원전해체 분야 표준화 추진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SMR 기술개발에 산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SMR 분야의 글로벌 표준화 현황과 대형원전과 동일한 기술표준이 적용되는 것인지 등등 기술표준 적용에 대한 산업계의 관심이 높다.

“미국 등 원자력선진국 중심으로 SMR 개발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대부분이 연구단계이다. 물론 한국원자력연구원의 SMART 또는 미국 NuScale의 SMR은 상대적으로 상용화에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SMR에 특화된 표준은 사실상 없다. 미국과 국내에서 개발하고 있는 SMR은 LWR(경수로)에 기반 한 노형이기 때문에 기존 대형 경수로에 적용했던 표준(ASME 등) 등을 참조해 개발 한 것이다. 즉 기존의 대형 경수로 원전 설계개념을 가지고 개발하는 SMR의 경우 제한적으로 기존의 대형원전에 적용되었던 기술표준이 적용 될 수 있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KEPIC본부에서는 SMR에 적용됐던 기존의 표준 현황 및 이에 따른 문제점 등에 대해서 조사를 하고 있다. 또한 SMR에 특화된 표준 개발 필요성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 조사를 바탕으로 SMR 분야에 KEPIC 개발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가 원자력발전소의 계속운전 신청 시기를 설계수명 만료일의 ‘최대 10년 전(前)’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가동원전이 신규 원전에 적용되는 최신의 안전기준을 ‘어느 정도까지 만족시켜야 한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인데, 가동원전의 장기운영을 위한 국내외 기술표준 현황이 궁금하다.

“가동 원전에서 중요한 사항이 「가동중검사」 및 「가동중시험」이다. 이에 대한 국내 안전기준요건은 ASME BPVC Sec. XI 및 ASME OM 표준을 참조한 KEPIC MI(원전가동중검사)와 MO(원전가동중시험)이다. 원전가동중시험의 경우 10년마다 「가동중시험계획서」를 작성․제출해 규제기관의 승인을 받는다. 이때 작성 당시 유효한 표준(원자력안전위원회 고시된 표준)에 따라 작성돼야 한다. 즉, 가동원전의 주요기기의 시험요건은 건설단계의 안전기준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10년마다 「시험계획서」 작성 당시 유효한 안전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또한 적용사례(Code Case) 적용을 통하여 최신의 안전기술을 적용할 수 도 있다. 국내 유일 가압중수로형 원전인 월성 2~4호기는 캐나다 표준(CSA)을 적용하고 있는데 계속운전, 사용자 편의성 등을 고려 KEPIC-MWI로 개발해 2018년에 발행했고 개정이 예정된 고시에 MWI가 반영될 예정이다.”

-해외수출 국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동유럽(체코, 폴란드 등) 및 중앙아시아 등으로 다양해진 반면 중소기업들은 “이들 국가들의 품질시스템과 인증제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KEPIC에서 이와 관련 정보제공 등의 계획이 있나.

“협회에서는 국내에서 추진 중인 원전 해외수출에 대비하기 위해 해당 국가의 원전 규제사항, 요구되는 기술기준(품질기준 포함) 및 적용 인증제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각국에 원전 수출시 UAE BNPP 수출과 같이 KEPIC을 기술기준으로 채택해 적용하고 국내와 동일 수준의 인증제도를 인정받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등과 협의해 국내 기자재 공급업체들이 큰 어려움 없이 기자재 수출을 준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특히 원전 수출을 추진 중인 해당국가에서 요구할 수 있는 품질시스템에 대해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GSR Part2(2016Ed.)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KEPIC-QAP 2020년판에 QAP-5에 반영했으며, KEPIC-QAP 사용자가 ISO 9001(2015Ed.) 및 KEPIC-QAP와 IAEA GS-R-3(2006Ed.)의 적용지침을 KEPIC-QAP-4에 반영해 국내 품질시스템을 갖춘 기자재 공급업체가 해당 품질시스템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최근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적용확대 되고 있는 국제표준화기구(ISO)의 ‘ISO 19443(Quality management systems)‘에 대해서도 KEPIC-QAP 및 IAEA GSR Part2와의 비교검토를 통해 국내 기자재 공급업체가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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