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년간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심층처분 기술을 개발했고, 많은 기술을 축적해 왔다. 심층처분을 위한 연구용 지하연구시설(URL)을 조속히 구축해 운영한다면 우리나라도 2050년에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최종처분장의 운영이 가능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가 가장 핵심적인 글로벌 아젠다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한 원자력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원자력을 녹색분류체계(EU 택소노미)에 포함시키면서 2050년까지 사용후핵연료(Spent Nuclear Fuel)를 포함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High Level Radioactive Waste)의 안전한 처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전의 상업 운영을 시작한 지 40여 년이 지났다. 그러나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는 부지도 아직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정부들은 2009년에 법제화된 공론화를 2013년 10월부터 20개월간 거쳐 2016년 7월 고준위 관리 기본계획 확정 후, 공론화위원회 권고안과 지역의견 등을 전향적으로 수용해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절차 및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1차 기본계획’에 대한 재검토 수순을 밟았고, 재검토 23개월 만인 2021년 3월 ‘사용후핵연료 정책 대(對)정부 권고안’이 발표됐다. 이에 정부는 권고안을 토대로 미래세대를 위해 고준위방폐물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식과 절차를 담은 「제2차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회(안)」마련하고, 같은 해 12월 행정예고를 고시했다.

하지만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백지화하고 원전을 확대하겠다”면서 신한울 3ㆍ4호기 건설 재개 등을 추진하고 나서자, 업계 안팎에서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처리·관리가 원전 확대를 위한 선결 과제로 꼽았다. 다행히 윤 정부는 고준위방폐물 처분 관련 절차와 방식, 일정 등을 규정한 특별법이 마련하고, 컨트론타워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바 있다.

아울러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의 설치절차와 의견수렴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담은 특별법안이 여ㆍ야에서 3건(▲김성환 의원, 2021.9.15 ▲김영식 의원, 2022.8.30 ▲이인선 의원, 2022.8.31)이 잇따라 발의됐으며, 이에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와 한국원자력학회는 지난 수개월 동안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법제화에 관한 전문가 논의와 원자력계의 의견을 수렴해 왔다.

최근 강문자(사진)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확보’를 위한 3개의 관련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면서 조속한 시일내에 특별법이 제정되길 촉구했다. 특히 강 회장은 특별법에 반드시 반영돼야 할 핵심사항으로 최종 처분시설의 명확한 운영시기와 부지선정의 투명한 절차가 마련으로 꼽았다.

강 회장은 “원자력의 지속적인 이용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과 더불어 정부의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라면서 “특별법안에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의 운영시점도 구체적으로 명시화해 원전 부지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의 한시적 운영을 국민에게 약속하고, 이를 통해 해당 지역주민의 불필요한 불안과 걱정을 덜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 회장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를 전담하는 독립적인 행정기구를 설치해 처분부지의 선정, 건설 및 운영 등의 국가사업을 일관되고 연속적이며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처분부지 선정 등의 절차는 과학기술적 판단에 근거해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투명한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다.

강 회장은 “처분부지의 선정은 과학기술적 근거 하에서 부지 적합성을 평가하고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의견 수렴을 통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해야하고, 또한 처분부지 유치지역에 대한 지원 절차, 방식, 기준 등도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 회장은 “수백미터 심부지하에 처분된 사용후핵연료에서 방사성물질이 누출된다고 해도 여러 단계의 공학적방벽과 천연방벽을 뚫고 우리가 사는 생태계까지 나오려면 수만년이 걸리고 그 양은 자연에 의한 방사능보다 적다”면서 “원자력의 지속적인 이용을 통해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를 지켜내고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지지도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전 세계에서 원자력발전을 운영 중인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총 34개국이다. 이 중 독일, 핀란드, 미국, 스웨덴, 스페인, 캐나다 등 7개 국가는 직접처분을, 러시아와 영국, 프랑스, 일본 등 4개 국가는 재처리 후 처분을 채택했으며, 나머지 국가는 정책 결정을 유보하고 있다.

2021년 12월말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총 26기 원전(영구정지된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 포함)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에 총 50만4809다발(경수로 2만733다발, 중수로 48만4076다발)이 저장 중이다. 중수로인 월성원전은 저장시설의 포화에 대비해 조밀건식저장시설 맥스터(MACSTOR) 확장했지만 경수로는 2031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고리원전(2031년), 한울원전(2032년), 신월성원전(2044년) 순으로 포화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인사이트N파워(Insight Nuclear Power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