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정주용 교수
국립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정주용 교수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관리는 국가적, 국민적으로도 관심이 높은 사안이고, 해외 선진국들의 사례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우리의 기술수준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 가야 한다는 측면에서 험난한 일이기도 하다.

험난하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첫 번째 의미는 수많은 기술을 우리의 실정에 맞게 개발하고 원안위의 인허가를 얻어서 실제 현장에 적용시키는 것은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필요하여 험난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또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서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데서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다. 한편으로 어떻게든 앞으로 전진해야한다는 측면에서 도전과 극복의 연속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저력으로 이런 난관은 잘 극복해냈다. 과학자들의 부단한 노력과 성실성, 그리고 막대하게 축적해 놓은 지식이 이를 가능케 할 것임에 틀림이 없다.

두 번째 의미는 수용성 증진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는 점에서 험난하다. 수용성은 사람들이 어떤 정책이나 기술을 받아들일지 말지를 결정하는 일인데, 이것은 사회적 진공상태에서 존재할 수 없다. 기술은 다양한 상황을 통제하여 실험을 거듭하고, 그렇게 얻어진 지식을 실제에 적용하는 약간의 진공상태가 존재하지만 수용성은 그렇지 않다. 그만큼 변화무쌍하고, 통제 불가능하며 그간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필자는 박사학위 논문을 수용성으로 섰다. 그리고 박사학위 취득 후 원자력계의 여러 자리에서 학위논문의 요지를 발표할 기회를 얻었다. 그때마다 받았던 질문은 아주 단순하다. “수용성을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겠습니까?” 그때 나는 신진학자였지만 참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너무 선형적이라는 것 때문이다. 어떤 변수를 투입하면 어떤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수용성 증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수용성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겐 정말로 듣고 싶은 답일지도 모른다. “지원금의 액수를 늘리세요.” “지역주민들을 결정과정에 참여시키세요.” 등의 답변을 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필자의 답변은 늘 같았다. “선형적인 사고를 버리세요.” “상황에 따라 투입된 변수의 효과가 다른데 어떻게 무엇이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등이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한 가지 답변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원자력은 더 이상공학이 아닙니다. 사회과학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공학적이지만 사회과학적인 원자력을 잘 이해해야 한다. 학자들은 기술공학적인 안전성을 확보하고 주장하는데 적극적일 필요도 있지만 그것은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국민들은 과학적인 것보다 감정적인 것들에 더 잘 반응한다. 과학을 어떠한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해야 국민들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고, 국민들이 이성적으로 반응할지 고민해야할 때이다.

(※본 칼럼은 지난 10월 19일 열린 ‘제2회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기술 포럼’ 패널토의에서 공개된 토론문을 발췌했으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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