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이 올해 SMR(소형모듈원자로) 등 선진 원자로의 실물화에 주력하고 첨단 디지털·AI(인공지능) 기술과 원자력의 접목에 나선다. 또 방사선, 양자빔을 활용한 국민 체감형 연구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원자력연구원은 지난 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4년 경영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원자력으로 탄소중립 미래를 선도하고 국가 에너지 안보 강화에 기여하기 위한 도약을 기반을 다졌다면 올해는 세 가지의 경영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원자력 기술 개발을 책임지는 연구기관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구체적으로 ▲민간 주도 선진 원자로 개발 ▲사용후핵연료 저장·처분 기술개발 ▲하나로 등 대형 연구시설의 안정적 운영 ▲연구로 핵연료 수출 ▲방사성폐기물 저감 등을 추진한다. 아울러 원자력 국민이해 증진을 위한 정책연구, 사실 기반의 정보 제공과 소통 활동으로 원자력에 대한 국민 지지를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

주한규 원자력자력연구원장은 “올해는 종이 위에 그린 개념 설계에 머물렀던 미래형 원자로의 실물화를 통해 대한민국 원자력 기술의 위상을 높이고 성과로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연구원이 되겠다”며 “국민과 소통하며 안심할 수 있는 원자력 연구개발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우선 선진 원자로 실물화와 관련 원자력연구원은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해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한 소형 원자로 SMART 해외 실증을 본격화한다. 특히 지난해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던 캐나다 앨버타주 오일샌드 지역 SMART 수출을 적극 추진해 실물화를 앞당길 전략이다.

SMART는 1997년부터 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해 온 110MW급의 SMR이다. 2012년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원자로 설계에 대한 종합적인 안전성을 인정받아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받았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SMR 중 가장 이른 시일 내에 실증 배치가 가능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SMART는 전 세계 원전 60% 가량에 활용되고 있는 ‘가압경수로’ 방식을 개선한 ‘혁신 일체형 가압경수로’를 적용해 안전성을 높였다. 가압경수로는 고압에서 끓지 않고 유지되는 물을 통해 원자로 내 열을 이동시키는 방법이다. 기존 가압경수로 방식에서는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가압기, 냉각재펌프가 분리돼 있었던 반면 SMART는 이들 주요기기를 하나의 용기 안에 담아 파손된 배관으로 냉각재가 상실되는 사고 발생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전력뿐만 아니라 증기, 수소, 공정열도 생산 가능하며 해수담수화 기능도 갖추고 있어 경제성도 뛰어나다. 계통 단순화 및 기기 모듈화를 통해 건설 공기를 단축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대형원전의 10분의 1 크기로 지리적 제약 조건이 비교적 적어 도서산간지역 등 오지에도 건설할 수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고온가스로, 용융염원자로 등 다양한 용도의 비수냉각 원자로 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한다. 사업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원자로 개발 과정부터 민간 기업과 손을 잡기로 했다. 수소 및 공정열 생산을 위한 고온가스로는 민관 합작 개발 사업을 통해 원자로 계통 개념 설계를 추진하고 선박 추진용 용융염원자로는 해운사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상용화 리스크를 제거하고 설계와 실험을 구체화해 사업을 본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계획이다. 또 SMART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첨단 기술들이 다수 포함될 혁신형 SMR(i-SMR) 개발도 차질 없이 이행한다. 계통 설계 검증과 실험적 성능 검증을 수행해 2028년 이전에 인허가를 획득하는 것이 목표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디지털 트윈, 인공지능, 3D 프린팅, 로봇, 드론 등의 기술을 원자력과 접목해 선진 SMR 개발을 가속화하고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원자력 발전에 기여한다는 구상도 내놨다. 선진 원자로 설계·검증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가상 원자로 구축을 위해 실험을 대체할 수준의 고신뢰도 시뮬레이션 핵심 기술 개발과 AI 활용 확대에 나선다. 또 원전 안전성을 대폭 향상시킬 3D 프린팅, 로봇, 드론 기술 등의 첨단 기술 개발도 지속 추진한다.

원자력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필수적인 사용후핵연료 안전관리를 위한 처분·처리 기술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올해 부지 공모가 예상되는 사용후핵연료 처분 연구용 지하연구시설(URL) 사업 진전에 맞춰 심층 처분시스템의 안전성 평가 등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해석 시뮬레이션 등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로 했다.

원자력연구원은 본원과 분원의 대형 연구시설을 활용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R&D 확대에 주력하기로 했다. 우선 방사선 기술의 중심인 정읍 첨단방사선연구소에서는 개량신약, 이차전지, 반도체 분야의 초격차 선도와 미래 신시장 선점을 위해 ‘대체불가 방사선 강점기술(NFRT)’ 개발을 추진한다. 사이클로트론을 활용한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의 해외 수출을 확대하고 메모리·비메모리 반도체 및 센서 내방사화 기술 개발을 통해 고부가가치 국가전략기술도 확보할 방침이다.

국내 유일의 30MW급 연구용원자로 하나로의 안정적인 가동을 목표로 주요 계통의 개선 작업도 수행한다. 또 국산 연구로 핵연료 수출을 위해 벨기에 BR2 연구로 최종 단계 성능검증과 함께 폴란드, 미국 등과의 기술 협력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경주 양성자과학연구단은 양성자가속기의 단계적 성능 확장을 위한 사업 기획과 함께 가속기 가동률 93% 이상 등을 목표로 안정적인 양성자 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국내 최초로 고속 중성자 영향평가 시설을 구축해 반도체의 대기·우주 방사선 영향평가를 위한 플랫폼을 조성한다.

지난해 신설한 원자력진흥전략본부를 중심으로 원자력 국민 이해 증진을 위한 정책 연구, 정확한 사실 기반의 정보를 제공하고 소통 강화에도 나선다. 특히 방사선,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해소할 ‘원자력 바로알기’ 콘텐츠를 지속해서 제공하고 지역 거점별 의견 수렴과 교육기부, 사회공헌 등을 통해 지역사회 참여 기반도 확고히 할 계획이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520드럼 감축을 목표로 원내 방폐물 보유량 감축과 안전한 관리를 위한 기술 개발에도 힘쓰기로 했다. 방폐물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폐기물종합관리시설을 새로 짓고 노후화된 가연성폐기물처리시설은 철거한다. 현재 순항하고 있는 기장 수출용신형연구로와 경주 문무대왕과학연구소의 건설 사업도 예정된 주요 기자재 설치 등을 차질 없이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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