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전주기 엔지니어링 고도화를 위한 국산 MMIS 디지털트윈 개발’ 연구과제 시작품이 2023년 6월 열린 '국산 MMIS 디지털트윈 3차년도 워크숍'에서 공개됐다. ⓒ인사이트N파워 DB
‘원전 전주기 엔지니어링 고도화를 위한 국산 MMIS 디지털트윈 개발’ 연구과제 시작품이 2023년 6월 열린 '국산 MMIS 디지털트윈 3차년도 워크숍'에서 공개됐다. ⓒ인사이트N파워 DB

원전계측제어시스템 MMIS(Man-Machine Interface System)는 원자력발전소의 두뇌와 신경망에 해당하는 고난이도 기술의 집약체이다. 차세대 한국형 원전인 APR1400과 같이 3.5세대 원전에 적용된 핵심기술로 발전소 전체 설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운전·감시·계측 및 안전 등을 제어하는 통합운전관리시스템이다. 신한울 1ㆍ2호기와 새울 3ㆍ4호기의 경우 MMIS을 국내 기술로 개발, 실용화함으로써 ‘원전기술자립’이라는 오랜 숙원을 이뤄냈다.

MMIS는 설계, 제작, 시운전 단계에서 다양한 시험을 통해 성능의 안전성이 입증됐지만 시험의 범위가 ‘발생가능한 모든 상황’을 고려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의 제약이 있다. 실제로 건설계약부터 시운전 단계까지 약 10여년 이상 소요되는 동안 디지털 및 소프트웨어 기술의 변화는 급진적으로 발전한다. 하지만 가동 중 설비는 필요에 따라 설계 변경 도는 기능개선이 수행될 수 있는데 상업운전에 돌입한 MMIS 설비의 일부를 단종시키는 역할도 한다. 이에 APR1400 MMIS 설비와 동일(동등)한 가상공간을 구현하는 디지털트윈(Digital Twin) 국산화 개발이 한창이다. 여기서 디지털트윈(DT)은 가상공간에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만들어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함으로 다양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2020년 4월 착수한 ‘원전 전주기 엔지니어링 고도화를 위한 국산 MMIS 디지털트윈 개발’ 연구과제는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CRI)을 중심으로 ▲두산에너빌티리 ▲GNP ▲수산ENS ▲우리기술 ▲원텍 ▲JS솔루션 ▲티보그 ▲ACETEC ▲BNF테크놀로지 등 10개 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올해 4년차에 접어든 연구는 디지털트윈을 위한 요소(원천)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계통 가상화’를 통한 기능과 성능시험 등을 수행중이다.

이번 연구를 이끌고 있는 이성진 한수원 중앙연구원(CRI) SMR계전설계그룹 부장(책임연구원)은 “(신한울 1ㆍ2호기와 새울 3ㆍ4호기에 적용된) APR1400 노형의 MMIS는 약 250개의 (제어)캐비닛이 설치되는데, 이 캐비닛들을 하드웨어 가상화로 시뮬레이션하는 기술과 설비는 현재까지 없었다. 물론 기존에 운전원을 위한 트레이닝 시뮬레이터는 운용됐지만 MMIS 설비자체를 위한 시뮬레이터는 없었다”면서 “발전소에서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제어논리를 그대로 탑재해 실제와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MMIS 디지털트윈’의 궁극적인 목표이며, 이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원전산업계에서 최초로 수행되는 프로젝트”라고 밝혔다.

APR1400 MMIS는 현장 기기와 연결된 계측 신호부터 각종 제어기기, 전산시스템 및 주제어실(MCR)까지 매우 넓은 범위를 다루고 있다. 이에 개발 중인 MMIS DT는 일부 감시 시스템을 제외한 모든 범위에 대응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건설 단계에서 DT 기반의 사전 기능검증 및 시험으로 설계품질 개선, 제작 및 시운전 기간 단축이 가능하다. 더불어 운영 단계에서도 DT 기반의 근본적인 분석은 문제를 재현해 원인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 MMIS 설비를 사용하는 주제어실 운전원과 계측제어 정비원의 협업 직무를 실제와 동일하게 수행함으로써 인적오류를 저감하고 종사자의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된다.

ⓒ이미지출처=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오늘과 내일(VoL.46)' 캡쳐화면
ⓒ이미지출처=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오늘과 내일(VoL.46)' 캡쳐화면

이 부장은 “일반적인 시뮬레이터인 FSS(Full Scope Simulator)에서 MMIS는 발전소에서 사용된 설비의 고유 특성(하드웨어, 구동 소프트웨어, 바이너리 논리 등)을 고려하지 않고 계통별 제어와 보호 논리도를 기능 수준에서 소프트웨어로 구현한다”면서 “즉 원전 MMIS 소프트웨어를 그대로 탑재하지 않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또 FSS의 개발 목적은 운전원의 훈련을 위해 ‘주제어실을 얼마나 충실하게 구현하느냐’에 따라 기존 계측제어나 MMIS 분야 직무 종사자가 활용하기에는 기능 및 성능 충실도 측면에서 제약이 있었다고.

APR1400 MMIS 디지털트윈 개발은 분해와 조립의 개념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분산제어시스템(DCS, Distributed Control System)을 사용해 제작된 비안전계통 중 P-CCS(공정제어계통)을 가상화로 구축하기 위해 ‘P-CCS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계층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이를 식별하는 핵심요소는 ▲Virtual DCS(Distributed Control System)/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안전등급 프로그램가능 논리제어기) 플랫폼 ▲Virtual IO ▲Virtual 네트워크이며, 각 요소는 통합되어 재조립이 가능한 형태로 개발돼야 한다.

이 부장은 “MMIS 계통 관점에서 실물을 조립하는 과정과 가상화 요소들을 이용해 재구성한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한데, MMIS 1개 캐비닛을 구성하는 필수대상을 파악해 캐비닛을 이루는 핵심요소 중의 하나인 '제어 Rack'을 가상화의 단위 대상으로 구현했다”면서 “이렇게 구현된 Virtual PLC/DCS 플랫폼은 발전소 실제 설비를 구성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다양한 IO 카드들이 장착되는 형상으로 엔지니어가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P-CCS 계통을 구성하기 위해 실물과 동일한 개수의 Virtua 제어 Rack(Virtual DCS 플랫폼)을 준비하고, 각각 어떤 IO 카드가 어떤 위치에 장착돼 있는지를 확인해 ‘가상화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를 활용, 간단하게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지출처=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오늘과 내일(VoL.46)' 캡쳐화면
ⓒ이미지출처=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오늘과 내일(VoL.46)' 캡쳐화면

IO 가상화 및 안전계통 네트워크 가상화에서 정보 전송 기능을 담당하는 모듈 ‘Master Node’이 개발됐다. 비안전계통의 네트워크 가상화는 실제 발전소와 동일한 다중망 구현으로 IT분야에서 사용되는 네트워크 가상도구(VIMware vSwitch)와 기술(VLAN) 등을 적용했다.

또 실행중인 가상 MMIS에서 다양한 엔지니어링 분석이 가능한 ‘스마트엔지니어링’도 MMIS DT의 중요한 요소이다. 이 기능은 MMIS 설비에서 탐지될 수 있는 모든 오류를 가상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으며, 특정한 입력(Input)과 출력(Output) 값을 강제적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MMIS 시운전 시험에 필요한 요소들을 별도 화면으로 구현해 특정한 입력 조건을 설정했을 때 가상화된 MMIS 특정 부분에서의 상태 변화를 ‘한 눈에’ 확인하는 GUI(Graphic User Interface)가 개발됐다. 이외에도 가상화된 MMIS에 원자로, 증기발생기, 펌프, 밸브 등 발전소 기기들이 제어신호가 실제와 동일하게 거동하도록 하는 APR1400 시뮬레이션 모델, 안전계통 실물제어기기와 가상제어기가 연동되는 SSGW(Safety SDN/SDL Gateway) 시스템도 핵심요소로 개발됐다.

이 부장은 “2022년 말까지 각종 핵심요소기술 개발에 집중했다면 2023년부터는 해당 기술을 이용한 계통가상화 구축을 수행 중”이라면서 “현재까지 총 3회의 프로토타입(Prototype)을 구현해 성공적으로 시연을 마쳤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연구과제 참여기업을 비롯해 한수원(원전건설처, 체코폴란드사업실, 신한울1발전소),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전력기술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MMIS DT 3차년도 워크숍>에서 그간 개발된 모든 요소기술을 활용해 ▲ESF-CCS Ch.A ▲ESCM ▲MDB서버 ▲P-CCS(일부) ▲OWS ▲CGW ▲MTP/ITP ▲CPM 등을 가상 MMIS로 구현했다. 또 실물 P-CCS LX14 제어기와 ESF-CCS를 가상 MMIS와 연동해 가상과 실물 설비의 고장을 각각 보여주고 해당 결과가 두 경우에서 모두 동일하게 나타남을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실물 설비와 가상 설비간의 상호 신호 송수신이 가능함도 확인했다. 이는 MMIS 분야에서 세계최초의 시도로 다양한 기능시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신한울 3‧4호기 적용…체코 두코바니원전 입찰제안서 반영
i-SMR용 MMSI 프로토타입 개발 및 산학연 공유 IMC 마련

한편 한수원은 국내 신규 건설이 추진 중인 신한울 3ㆍ4호기에 MMIS DT를 추가 개발하기 위해 유관기관들과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체코 두코바니 신규원전 건설사업의 입찰제안서에 MMIS DT 기술(일명 Virtua MMIS Simulator)이 반영됐으며, 체코 CEZ사 엔지니어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오는 상반기로 예정된 '우선협상대상자'에  최종 선정되면 ‘한국형 MMIS DT’도 함께 수출되는 쾌거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수원은 2022년 8월 열린 IAEA 주관 기술회의에서 기술개발 현황을 발표해 다양한 회원국들의 좋은 호응을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발표내용은 IAEA 기술보고서로 발간을 앞두고 있다.

원전산업계 복수의 관계자는 “원전 선진국을 제외한 유럽 국가(체코, 폴란드, 루마니아, 헝가리 등)와 IAEA로부터 기술자문을 받아 원전을 도입하는 신흥 국가들에게 IAEA 기술보고서는 중요한 참고자료로 작동되며, ‘Virtua MMIS Simulator’를 입찰사양으로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특히 체코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어지면 ‘한국형 MMIS DT’는 APR1400 및 APR1000노형으로 확대돼 다양한 해외수출 사업에서 독보적인 기술항목으로 우위를 선점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로써 한수원은 MMIS DT 기술을 기반으로 앞으로 개발되는 모든 유형의 디지털 제어기기(FPGA 등)에 대한 가상화 구현의 노하우를 확보한 셈이다. 국책과제로 추진 중인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사업에서도 MMIS 프로토타입을 하드웨어 가상화로 구현함으로써 설계-제작 공정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MMIS 분야의 다양한 R&D 활용을 위해 산학연 협업 공간인 ‘Innovative MMIS Center’를 마련했다.  

저작권자 © 인사이트N파워(Insight Nuclear Power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