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나주혁신단지 소재 한국전력공사 본사 
전남나주혁신단지 소재 한국전력공사 본사 ⓒ인사이트N파워 DB

한국전력이 중소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자재공급자 관리지침을 전면 개편한다.

26일 한전은 품질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정부의 규제혁신 정책에 부응하고 중소기업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기자재공급자 관리지침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은 1997년 기자재공급자 등록제도 도입 이후 약 30년 만에 이뤄지는 최대 규모의 전면 개정이다.

한전은 현재 기자재공급자 관리지침에 따라 변압기와 개폐기 등 전력공급에 필요한 중요 기자재 약 1600여 개 품목에 대해 제조능력과 품질체계 등을 사전 심사해 등록된 업체에만 입찰 참가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기자재 공급사를 관리하고 있다.

이번 개편은 국민 안전과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한 품질 검증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기존의 제재 중심 운영에서 예방·시정 중심으로 관리 체계를 전환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우선 한전은 기자재공급자 관리지침 내에서 운영해오던 유자격 등록정지(3개월~2년)와 등록취소(재등록 2년 제한) 등의 제재 기간을 삭제할 예정이다. 또 국가계약법과 중복되는 제재 사항은 법령에 따른 부정당업자 제재 체계로 일원화한다.

예를 들어 입찰 담합이나 공급자 등록 관련 서류를 위조·변조해 부정하게 행사하는 등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국가계약법 제27조에 따라 부정당업자로서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게 된다.

한전은 아울러 변경 승인 의무 미이행이나 수시심사 결과 부적합 등 일부 제재 사유 항목에 대해서는 소명과 시정조치 절차를 새로 마련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해당 사안 발생 시 ▲소명 및 시정 요청 ▲기한 내 개선 유도 ▲시정 시까지 관리 조치 등의 절차를 통해 예방·시정 중심의 관리가 이뤄질 예정이다.

한전은 제도 개편 과정에서도 전력 기자재 품질관리 기준과 검증 체계는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품질이 미흡한 기자재에 대해서는 재검증 절차를 통해 품질 유지 의무를 철저히 이행하도록 관리할 계획이다. 전력 기자재는 도로변과 건물 안, 주택가 등 국민 생활과 매우 가까운 곳에 설치되는 경우가 많아, 불량 기자재 사용 시 화재나 감전 등 시민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

또 전국에 걸쳐 연간 약 25만 건에 달하는 전력설비 설치·유지보수 작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하루 평균 약 1만7900명의 작업자가 현장에 투입되는 만큼, 기자재 품질 확보는 작업자 안전 측면에서도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 한전 설명이다.

품질등급제 유지…우수업체 인센티브ㆍ하위업체 검증 강화
필수인력 기준 완화 및 시험비 지원…“중소기업 부담 줄인다”

한전은 정전이 발생할 경우 단순 생활 불편을 넘어 반도체, 화학, 제조업 등 첨단 산업 현장의 공장 가동 중단과 데이터센터 장애 등 국가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한전은 그동안 기자재공급자 관리지침을 통해 주요 전력 기자재를 대상으로 서류심사와 현장심사, 공인시험기관의 인정시험 등을 실시하며 엄격한 품질관리를 수행해 왔다.

한편 한전은 2006년부터 기자재 품질등급제도 운영해오고 있다. 이 제도는 기자재 하자율과 고장률, 검수 불합격률 등을 기준으로 공급사 품질 수준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우수 공급사에는 납품검사 면제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하위 공급사에는 장기 신뢰성 검증을 위한 성능확인시험을 실시하는 방식이다.

한전은 "이 같은 품질관리 체계가 지난 30년간 국내 전력 기자재 기업들의 제조공정 개선과 품질관리 강화, 기술개발 투자 확대 등 품질개선 활동으로 이어졌다"며 "이를 바탕으로 국내 전력 기자재 산업의 품질 경쟁력과 기술력이 향상됐고,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는 기반이 됐다"고 밝혔다.

한전에 따르면 국내 전력 기자재 산업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2025년 160억달러(약 24조원) 규모의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했으며, 향후 5~6년 동안 국내 전력기기 상장사들의 수주 잔액은 40조원을 넘길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제도 개편에는 중소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 방안도 포함됐다. 한전은 우선 배전 기자재 공급자의 필수인력 보유 기준을 합리적으로 완화해 그동안 중소 업계에서 제기해온 인력 운영 부담을 덜어줄 계획이다.

또 직접생산 확인기준 위반에 따른 재등록 제한 기간도 기존 일괄 1년에서 3개월~1년으로 차등화해 사안에 따라 과도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할 예정이다. 아울러 배전 기자재 성능확인시험 비용에 대해서는 최초 1회에 한해 50%를 지원함으로써 중소기업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전력 기자재 품질은 국민 안전과 AI 시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며 “기자재 품질관리에 더욱 최선을 다하면서도 불합리한 규제는 계속 정비해 중소기업 부담을 덜고 상생 협력을 확대해 가겠다”고 밝혔다.

한전은 기자재공급자 관리지침 개정안을 오는 4월 중 사전 공개하고, 업계 의견 수렴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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