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전력시장 질서 확립과 계통 신뢰성 확보를 위해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전력감독원’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본격 제기됐다. 대한전기협회는 지난 27일 한국에너지공단, 전력포럼, 켄텍(KENTECH) 에너지정책연구소와 공동으로 ‘에너지전환시대 전력시장 공정성 확립을 위한 국제포럼’을 개최했다(사진).
이번 포럼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운영 환경 변화로 인해 전력시장 감시, 전력계통 운영 신뢰성 확보, 소비자 보호, 투자 유인 관리 등 전력산업 전반의 감독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마련됐다. 특히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이러한 기능을 종합적으로 수행할 전문 감독체계가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한국형 전력감독기구 설립 필요성이 주요 의제로 부상했다.
이날 해외 초청 연사로 나선 데모트 놀란(Dermot Nolan) 전 영국 가스·전력시장청(Ofgem)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전력시장이 앞으로 영국과 마찬가지로 풍력·태양광 등 다양한 발전원이 확대되고, 수많은 민간사업자가 참여하는 복합 구조로 빠르게 전환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러한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감독과 조사 기능을 전담하는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한국형 Ofgem’, 즉 전력감독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놀란 전 CEO는 “전력감독원은 전력시장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경제적·기술적 전문성과 함께 시장참여자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독립성을 갖춰야 한다”며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불공정 행위를 조사·제재할 수 있는 권한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그는 독립적 규제기관이 전력시장 내 경제적 효율성과 공급 안정성 간 균형을 맞추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한 투자 유인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효과적으로 설계된 규제체계는 투자비용 절감, 기술혁신, 시장 효율성 제고, 공급 안정성 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논란 전 CEO는 “전력시장 구조가 완전히 다원화된 뒤 뒤늦게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성이 폭발적으로 커지기 전에 감독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제에 나선 김승완 켄텍 에너지정책연구소장도 전력감독원 신설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김 소장은 전력감독원이 맡아야 할 핵심 기능으로 ▲계통운영 신뢰성 감독 ▲시장감시 및 경쟁 촉진 ▲소비자 보호 ▲투자계획 효율성 평가 ▲기술·제도 혁신 관리 ▲정보 투명성 확보 등을 제시했다.
김 소장은 현재 국내 전력산업이 ▲계통 운영 난이도 증가 ▲방치된 전력시장의 비효율성 ▲주민수용성 문제로 인한 송·변전 설비 지연 ▲한전의 배전·판매 겸업 구조에 따른 거버넌스 이슈 등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북미전력계통신뢰도공사(NERC)와 영국 Ofgem 사례를 소개하며, 규제기관 주도의 이해관계자 참여, 공정한 기준 수립 절차, 강력한 감독·집행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향후 설립될 전력감독원이 전력산업 전반에 대한 상시 감시와 주요 고장 조사, 사전 예방적 감독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소비자 보호를 위한 비용 형평성까지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백철우 덕성여대 교수는 영국 에너지규제청(Ofgem),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미국 캘리포니아 공공서비스위원회(PUC) 등 해외 규제기관 사례를 바탕으로, 사전심사 체계 정립과 기준의 체계적 축적, 공식 의견청취 제도화 등을 통해 국내 전기위원회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변재택 전기위원회 사무관은 재생에너지 100GW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전력계통 안정성과 전력시장 공정성 확보를 위한 상시 감독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변 사무관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서, 전력계통 운영이 단순한 여름·겨울 피크 관리 차원을 넘어 봄·가을철 경부하 관리까지 포함하는 고난도 영역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출력제어량이 2024년 13.2GWh에서 2025년 상반기 164GWh로 약 12배 급증한 점을 언급하며, 계통 안정성과 시장 공정성을 동시에 관리할 제도적 기반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현재 전력감독원 신설 내용을 담은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으며, 올해 안에 입법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국회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해외 주요 규제기관과 비교한 국내 감독 인력의 절대적 부족도 함께 지적됐다. 해외 주요 기관의 경우 미국 FERC 약 1500명, NERC 약 250명, 영국 Ofgem 약 1900명, 독일 연방네트워크청(BNetzA) 약 3000명 수준의 인력을 운영하는 반면 국내 전기위원회는 9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력시장 제도와 계통 운영, 소비자 보호, 분산에너지 확대, 공급망 안보 등 전력산업 전반의 복합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기존 전기위원회 체계만으로는 충분한 감독과 대응이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전기협회는 이번 포럼에서 논의된 전력감독체계 구축 방향을 바탕으로 관련 정책 논의를 지속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전력시장 제도 개선과 공정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산학연정 협력의 장도 계속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