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릉 남대천이 죽어가고 있다. 1년 내내 하천 바닥이 드러나 가뭄에 시달리고, 시민들은 물 부족 때마다 타 지자체의 눈치를 보며 물을 구걸해야 하는 처지다. 그러나 정작 우리 머리 위에는 6830만t이라는 거대한 수자원이 갇혀 있고, 매년 1억5000만t의 물은 강릉의 목마름을 외면한 채 바다로 버려진다. 이것이 지난 1세대 기간 강릉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현실이다.
공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학자가 진실 앞에 침묵한다면 그것은 기술적 책무를 저버리는 일이다. 강릉수력은 댐 하단의 정선 방향 배수터널이 퇴적물로 막혀 기능을 상실했음을 알고도 수십 년간 방치했다.
댐은 생명체와 같다. 윗물을 호수 바닥으로 흐르게 하여 수계의 신진대사를 유지하는 것은 댐 운영의 필수 행위다. 이를 멈춘 결과, 오염된 퇴적물이 쌓여 산소를 갉아먹는 ‘동맥경화’ 상태에 빠졌다. 기술적 결함을 해결하려는 근본적인 노력 대신 아무런 조치 없이 세월만 보내는 것은 엔지니어로서의 양심을 외면하는 행위다.
지금 강릉시와 강릉수력이 벌이는 홍보전은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쇼’에 불과하다. 지역 지원금 몇 푼과 선심성 감언이설로 본질적인 직무를 덮으려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최근 거론되는 발전소의 양수 전환 홍보는 시민의 생존권인 물 문제는 안중에도 없이 기관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이기적인 발상이다.
진정한 사회적 책임(CSR)은 6830만t의 수자원을 시민에게 온전히 돌려주는 것이다. “도암댐 물은 더러운 물”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대중을 집단적 공포에 가두고, 기술적 해법을 논의조차 못 하게 만든 참모진들의 맹목적 충성은 결국 강릉의 백년대계를 망치고 있다.
서울시는 잠실보와 김포보를 통해 수위를 안정시키고 고품질의 수돗물을 생산한다.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도암호와 오봉호를 계통적으로 연계하여 풍부한 유량을 남대천으로 상시 방류하며 수위를 확보하고, 사력층을 천연 필터로 활용하는 ‘강변여과(Bank Filtration)’ 공법을 도입하면 수질 논란은 즉시 종식된다. 이것은 선택이 아닌 ‘상수원 독립’을 위한 필수 과제다. 타 지자체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 물을 우리가 스스로 관리하는 권리, 그것이 바로 강릉이 되찾아야 할 당당한 물 주권이다.
이제 시장 후보들에게 묻는다. 언제까지 잘못된 감언이설에 속아 36년 된 해묵은 과제를 방치할 것인가? 대중의 집단적 사고에 편승해 표를 얻으려는 얄팍한 계산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이번 선거는 강릉의 물길을 뚫고, 버려진 수자원을 회복시키는 결단의 장이 되어야 한다. 정선 방향 배수터널을 고쳐 댐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산소가 풍부한 물을 하류로 방류하며, 강변취수로 상수원 독립을 이뤄내겠다는 후보만이 강릉을 이끌 자격이 있다.
진실은 반드시 알려진다. 낡은 가면을 벗고 강릉의 물 주권을 되찾는 길, 이제 시민들이 눈을 뜨고 그 준엄한 심판을 시작해야 할 때다.
(※본 독자투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