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인사이트N파워] 핵연료주기(Nuclear Fuel Cycle)는 우라늄 채광에서 원자력발전을 거쳐 최종적으로 자연 상태로 되돌리기까지 ‘사람의 일생’처럼 핵연료의 일생을 말한다. 핵연료주기는 원자로에 사용되는 것을 기준으로 선행과 후행으로 구분되는데, 탄소중립을 위해 선택한 원자력발전에 대한 의존이 높아질수록 ‘후행핵연료주기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는 중대한 도전이 됐다.

필립 크노흐(Philippe KNOCHEㆍ사진) 오라노(ORANO) 대표는 “지난 40년 오라노는 핵연료주기의 선행부터 후행, 다양한 노형의 원전해체에 이르기까지 프랑스는 물론 유럽과 미국, 아시아 지역에서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1973년 1차 오일쇼크를 통해 원자력기술 개발을 강력히 추진하는 계기가 됐으며, 이후 원자로를 PWR로 일원화했다. 그리고 표준화 작업에 의해 원자력발전 건설 기간과 단가를 줄여 경쟁력을 높였다. 프랑스 정부는 2001년에는 프라마톰(Framatome), 코제마(Cogema)가 통합해 다국적 거대 복합기업인 아레바(AREVA)를 출범시켰다. 코제마는 핵연료 전문기업으로 라하그(La Hague)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시설을 운영하며, 후행핵연료주기를 전담하던 오라노의 모태기업이다.

당시 아레바는 프랑스 정부가 지분의 약 87%를 보유한 국영 원자력기업으로 세계 원자력산업계 시장을 장악했다. 이에 아레바는 ‘제2의 원전 르네상스’를 대비해 신규 사업을 확장했지만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세계 원자력산업계가 빙하기를 맞으며 발목이 잡혔다. 결국 2016년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간 아레바는 국내외 원자력발전(해외 건설포함) 사업부문을 지금의 프랑스 전력공기업인 EDF로 이관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8년 1월 23일 기업명을 오라노(Orano)로 변경하고,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횔용 및 재처리, (연구용 원자로 포함) 원전해체 기술 컨설팅에 집중하고 있다.

‘Orano’는 그리스 신화에서 하늘을 의인화한 신(神) ‘우라노스’에서 딴 이름으로, 우라노스는 우라늄의 어원이기도 하다. 현재 직원은 1만7000명 규모로 매출액은 연간 50억 달러(한화 약 5조9225억원)이다. 이밖에도 오라노는 핵의학 연구에도 기여하는 등 ‘핵물질’의 가치를 높이는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 11월 30일 인사이트N파워는 국내 언론매체 최초로 프랑스 파리 빌팽트(Villepinte)에서 열린 세계원자력전시회(WORLD NUCLEAR EXHIBITION, WNE 2021)를 취재했다. ‘WNE 2021’의 스폰서(Platinum)로 참여한 필립 크노흐(Philippe KNOCHE) 오라노 대표와의 단독인터뷰를 통해 세계 핵연료후행주기 정책현안 및 원전해체 기술트렌드 등을 진단하고 관련 산업계의 발전방향에 대한 깊이있는 대화를 나눴다.

현재 한국은 고리 1호기(PWR, 58만7000kW급)와 월성 1호기(PHWR, 68만5000kW급)가 해체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원전해체 분야 전문인력은 오라노의 10분의1 수준이다. 이에 오라노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상호협력(2020년 12월 4일)을 체결하고, 국내 산업체의 우수인력들이 프랑스 현지 해체사업에 일정기간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마침 인터뷰 전날인 11월 29일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파리에 위치한 오라노 본사 방문해 필립 크노흐 대표와 면담을 갖고 지난해 체결한 ‘원전해체협력’에 대한 개정 협약을 체결했다.

크노흐 대표는 “지난해 12월 한수원과 ‘원전해체 협력사업’ 협약을 체결한 이후 양사는 지금까지의 신뢰를 바탕으로 기존사업을 연장·확대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이번 협약에 따라 한국의 원전 우수인력들의 해체현장 파견 기회가 보다 확대되고, 해외 전문가 기술자문 및 전문강사 초빙 전파교육 등이 이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화석연료의 고갈이 도래하고 있듯) 우라늄 매장량이(현재 원자력발전량의 2배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 2050년 이후에도 “원자로의 요구량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라는 기자의 다소 엉뚱한 질문에 그는 “우라늄 시장의 수급동향과 탐사 결과 등을 살펴보면 세계의 우라늄 자원은 충분한 것을 알 수 있다. 또 탐사가 좀 더 진행될수록 새로운 우라늄 매장량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돼 고갈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기자를 안심시켰다.

그러면서 “물론 원전 수요가 크게 증대되면 우라늄 채광과 탐사의 인센티브도 높아져 향후 가격변동은 있겠지만 장시간 연소시킬 수 있는 핵연료가 개발되는 등 기술혁신을 통해 U-235의 효율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크노흐 대표는 말했다.

한편 라하그(La Hague) 재처리시설을 비롯해 원전해체 현장 등에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의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크노흐 대표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관리는 국민수용성”이라며 “오라노는 모든 사업에서 국민수용성을 선결 조건으로 고려해 원전에 대한 모든 정보를 지역주민은 물론 국민에게 제공함으로 소통에 충실히 임해왔다”고 자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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