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춘 한국원자력연구원 혁신원자력시스템연구소 자율운전연구실 박사
권기춘 한국원자력연구원 혁신원자력시스템연구소 자율운전연구실 박사

한국수력원자력은 2014년 12월 신한울원자력발전소(APR1400) 1ㆍ2호기 운영허가를 신청했으며,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산하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2020년 10월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심사 보고서”를 작성해 원안위에 제출했다. 원안위에서는 2020년 11월 13일 신한울 1호기에 대한 본격적인 운영허가 심사에 착수했다.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를 심사 중인 현 시점에서 신한울 1ㆍ2호기에 적용된 계측제어통합설비(MMIS)의 국산화 개발에 대해서 한빛 3ㆍ4호기 원자력증기공급계통(NSSS) 공동설계부터 원전 계측제어시스템(KNICS, Korea Nuclear Instrumentation and Control System) 사업단, 뉴텍2012(Nu-Tech 2012), 원전 핵심기자재 국산화 추진단, 두산중공업과 한수원의 계측제어통합설비를 이용한 시험/검증, 신한울 1ㆍ2호기 계약, 납품 및 설치까지 지켜본 내용을 정리해봤다.

KINS의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 심사보고서 요약에 의하면 동일노형인 APR1400을 적용한 신고리 3ㆍ4호기와는 달리 국산화된 원자로냉각재펌프(RCP, Reactor Coolant Pump)와 계측제어통합설비(MMIS, Man Machine Interface System)를 채택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여기서 계측제어시스템과 계측제어통합설비 그리고 MMIS라는 용어에 대해서 알아보면, 계측제어시스템은 원전의 운전 상태를 감시 및 제어하고 이상상태가 발생했을 때 원자로를 안전하게 정지하도록 보호기능을 수행하는 원전의 두뇌와 신경조직에 해당하는 핵심설비를 지칭하는 고전적인 용어이다. MMIS는 Man-Machine Interface System의 약어로 미국의 전력연구소(Electric Power Research Institute)가 발전사업자요건서(Utility Requirements Document)에서 제안한 용어이다.

기존에는 계측제어시스템을 설계해 구축한 다음, 운전원(Man)을 훈련시켜서 원전을 운전하도록 했는데, 최근에는 기계(Machine)을 설계할 때부터 직무분석(Task Analysis)을 거쳐 인간과 기계의 역할을 구분해 인적 실수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인 주제어실 및 계측제어계통을 설계하도록 한 개념에서 유래한 용어이다. 계측제어통합설비는 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신한울 1호기 운영심사 보고서”에서 사용한 용어로 MMIS를 지칭한다고 생각한다.

원전 3대 미자립 기술의 하나로 남아 있던 디지털 계측제어시스템은 신뢰도와 안전성이 확보된 하드웨어 플랫폼과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로 구현되는데 원전 설계, 제작, 건설, 운영 등에 오랜 노하우가 축적돼야 독자 개발이 가능한 고부가가치 기술이다.

특히 디지털 안전계통은 그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안전기능의 손실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공통모드고장(Common Mode Failure)을 배제 하도록 다양성(Diversity)을 갖는 심층방어(Defense-in-Depth) 개념을 가지고 설계돼야 한다. 또한 하나의 기기가 의도된 안전기능 수행능력을 상실하더라도 기기에 대한 최소 다중성을 확보하기 위한 단일고장기준(Single Failure Criterion)이 만족돼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설계원칙을 만족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규제현안을 해결하고, 플랫폼(PLC)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외국에서 확보한 기술 수출을 꺼려해 도입이 꺼려해 국산화만이 기술 확보의 유일한 길이었다.

원전 건설 국산화는 미국 ABB-CE(당시 명칭)와 공동으로 한빛 3ㆍ4호기 계통설계 업무를 시작하면서 계측제어를 포함해 노심, 기계, 유체, 안전해석 기술 등의 원전 NSSS(Nuclear Steam Supply System) 설계기술은 어느 정도 자립됐으나, 디지털 플랫폼 구축 및 응용 소프트웨어 구현기술 그리고 이들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인허가 검증기술 등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던 실정이었다. 그러므로 전체 원전 계측제어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계통 설계기술에 추가해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및 DCS(Distributed Control System)와 같은 안전 및 비안전 플랫폼, 웨스팅하우스와 같은 원전 건설 전문회사만이 갖고 있는 원자로 주변 계측기기와 제어봉 위치 지시기와 같은 기기 개발을 포함해야 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는 1990년대 초에 당시의 기술 개발 환경을 고려해 계측제어계통 국산화 마스터플랜을 만들었다. 원전 계측제어기술을 자립하기 위해서는 산업체에서 사용하고 있던 신기술을 원전에 적용하기 위한 「요소기술 개발 분야」, 계통개발, 계통 및 기기설계, 그리고 설치 업무를 수행하는 「설계국산화 분야」, 또한 원전에 적용할 플랫폼을 개발하는 「기기국산화 분야」로 구분해 수행하는 것이 기술개발의 일관성을 유지하는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이 때 개발한 기술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시작한 원전 계측제어시스템 개발 사업단 과제의 성공적인 수행의 밑거름이 됐다.

본격적인 국산화 원전 MMIS는 2001년 발족해 2008년까지 유지된 KNICS 사업단, 연구개발 결과를 바탕으로 원자력발전기술개발 사업(Nu-Tech 2012)을 통해 일부 국산화 추가 작업 및 국산화된 MMIS 패키지의 통합 기능, 성능 검증 및 종합 신뢰성 시험을 수행해 국산화를 완성했다.

이후 한수원 및 두산중공업이 공동으로 발족한 ‘원전 핵심 기자재 국산화 추진단’에서 국산화된 연구결과물의 신규 원전 적용 타당성을 평가했으며, 평가 결과 국산화된 MMIS 패키지의 신한울 1ㆍ2호기 적용이 결정됐다. 2009년에 한수원-두산중공업 간에 계약이 체결됐고, 두산중공업을 중심으로 국내 산업계가 노력해 2015년~2016년에 신한울 1ㆍ2호기에 설치를 완료하고 시운전을 거쳐 마침내 운영허가를 신청하기에 이른 것이다.

현재 한국형 ‘원전 MMIS’가 최초로 적용된 신한울 1호기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운영허가에 대한 심의를 앞두고 있다. 이에 본지는 권기춘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의 기고를 연재로 게재해 MMIS 개발의 지난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더불어 국내 원전 I&C 기술의 바람직한 발전방향 등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본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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